결혼을 재촉하는 애인과 유혹의 손을 내미는 여자, 방황하는 양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기묘한 드라마와 호러틱한 퍼즐의 색다른 조화! 오늘의 게임은 무려 ‘빨간 딱지’가 붙을 정도로 매력적인 게임, 캐서린이다.
오랜 연인인 캐서린의 결혼 재촉에 주인공 빈센트. 고민 상담이 필요했던 그는 친구들을 불러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의 속마음보다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20대 남성 연쇄 의문사에 더 큰 관심을 가지기만 한다. 대답을 재촉하는 연인, 결혼에 대한 고민, 얄미운 친구들까지… 복잡한 생각을 뒤로하고자 마신 술에 한 여자와 합석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여자의 이름은 캐서린. Katherine과 Catherine.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철자, 다른 외모, 다른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른 신비한 여자였다. 오랜 연인에게서 오는 권태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빈센트는 결국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캐서린을 만난 후부터, 자신이 양이 되어 죽음의 계단에서 탈출하는 악몽에 시달리게 된 빈센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이 악몽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20대 남성 연쇄 의문사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계단을 기어오르지 못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꿈속에서 빈센트는 어떤 선택으로, 어떤 계단을 올라가야만 할까?
캐서린은 애니메이션 형태로 구현된 스토리와 퍼즐 게임이 혼합된 호러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2011년 게임 제작사 세가의 자회사 아틀라스에서 출시된 게임으로, 플레이스테이션에 이어 다른 플랫폼에 진출하거나 확장 버전을 내는 등 2019년까지 활발한 업데이트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초반판 ‘캐서린’ 보다는 확장판인 ‘캐서린 풀보디’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많다.
캐서린은 스토리 자체에 큰 비중을 두어 플레이어를 한 드라마의 시청자로 만든다. 스토리에서 오는 무게감과 흥미, 애니메이션과 3D에 깊은 몰입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초반부를 단편 애니메이션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스토리 구현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이나 구현뿐만 아니라, 스토리 자체가 게임의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퍼즐 액션을 제외하고도 스토리 내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나오는데, 이는 주인공이자 플레이어인 빈센트의 가치관을 시험하는 용도로 작용한다. 당연하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는 만큼 다양한 엔딩과 분기점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 이용 불가라는 연령 제한이 걸릴 정도로 화끈하고 섬뜩한 연출들을 집어넣으며 게임 곳곳에 재미 요소를 집어넣은 것이 인상적이다.
캐서린의 퍼즐 액션 역시 독특한 편인데, 블록을 옮겨 계단을 만드는 퍼즐이라는 점이 꽤 신선하다. 하지만 흥미진진하기만 한 스토리와는 다르게, 여러 스킬이나 게임 센스를 요구하는 블록 퍼즐의 난이도는 상당하다. 또한, 단순히 퍼즐을 쌓는 것이 아닌 함정 등의 추가적인 트릭과 순식간에 마주하게 되는 게임 오버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입문 유저들이 가장 쉬운 난이도를 선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통 퍼즐이 아닌 액션과 퍼즐을 자유자재로 조합했다는 점에서 마냥 어렵고 지루한 콘텐츠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캐서린은 스토리도, 퍼즐 액션도 훌륭한 게임이지만, 캐서린이라는 게임 자체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진한 분홍 계열의 색상을 메인으로, 어딘가 어둡고 짙으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게임 전체에서 연출해 내고,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불안한 빈센트의 속내와 같이, 어딘가 위험하면서도 답답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게임의 매력도를 대폭 상승시킨다. 또한 단정한 모습의 K서린과는 달리, 퇴폐미 넘치는 C서린의 상반된 분위기 역시 스토리의 몰입도를 증폭시키는 것 같다.
캐서린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호불호’가 큰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반복적인 플레이 유도와 굿 엔딩의 낮은 도달률, 수많은 분기점과 어려운 난이도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며, 게임 자체의 무게감이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캐서린이지만 나는 이 게임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다. 단순한 재미나 오락 요소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써 본 캐서린은 한 편의 영화 같다. 보는 맛이 있는 스토리의 영향이 크겠지만, 게임 자체에서 끌고 나가는 하나의 콘셉트와 분위기, 키 컬러 등 연결성이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출과 세심함 역시 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하다. 게임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술’에 걸맞게 게임 곳곳에 칵테일, 와인과 관련된 요소나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기도 하다.
캐서린은 나의 취향을 담은 게임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불완전함을 상쇄하는 매력이 있는 게임. 대개 이런 게임들은 단단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하게 이루어진 확장판 발매가 이 말의 방증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어딘가 음침하면서도 소름 돋는 호러를 좋아하는, 자극적인 스토리와 짙은 캐릭터성을 좋아하는 자에게는 이 게임을 강력히 추천한다.
끝없는 지옥의 계단 끝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K인가, C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