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 오래된 나의 친구들 [게임]

플래시 게임 해본 적 있으신가요
글 입력 2022.08.2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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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가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요즘, 게임 개발팀들은 더 많은 플레이어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매력을 가진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화려하고 수려한 그래픽, 빠른 속도와 타격감, 탄탄하고 반전 넘치는 스토리 등. 출시일을 기다렸다 막 출시한 게임을 구매해 발전한 게임에 대해 논하며 플레이하는 것은 물론 재밌다. 하지만 최신 발매된 스팀이나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검색창에 이제는 우회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옛날 플래시 게임을 찾고 있다.

 

인스타 신상 맛집을 찾아다니다가도 어느새 발길이 10년 단골집으로 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신 게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전 게임이 어떻게 계속 생각나는 것일까?


 

 

조종이 쉬워!


 

요즘 나오는 게임은 보통 a, s, d, w 키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마우스는 시점을 변경하거나 다른 행동을 취하는 둥 하여 처음에 조작법을 숙지하지 않으면 버벅거리다 죽거나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워낙 방향키로 이동하는 데 익숙해져서일까.

 

그 시절에 나온 게임들도 저 키를 쓰는 게임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하던 게임들은 방향키로 캐릭터를 움직였다. 가는 방향으로 방향키만 누르면 되고 점프도 스페이스로 하거나 아니면 마우스로만 조작을 하는 식이었다. 게임 방법을 눌러보면 읽지 못하는 글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방향키 그림과 길쭉한 자판 그림을 게임 방법에 큼직하게 넣어서 글을 읽지 못해도 눈치껏 진행할 수 있게 해주어서 어린 나도 쉽게 게임 속에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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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한 번만 더!


 

플래시 게임의 장점은 게임이 빨리 끝난다는 점이고 단점으로는 단판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게임 내 타이머가 있는 타이쿤 같은 게임은 더 높은 점수를 내기 위해 그 어린 나이에 가진 모든 집중력을 모았다. 이런 종류가 있는가 하면 게임 내 라운드가 많아 생명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라운드를 깨거나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도 있었다.

 

이런 게임은 오락실 게임과는 달리 동전을 추가해 생명을 늘리거나 할 수 없다. 생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게임 속에 숨어 있는 생명을 찾거나 특정 라운드를 통과해야 생겼다. 게다가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기에 최종 스토리를 보기 위해 언니와 함께했던 기억이 있다.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면 게임을 하나 골라 언니와 번갈아 가며 오후 내내 하곤 했다. 언니나 나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게임은 취향이 아니었기에 엄마는 저녁까지 할 때나 야단치셨지, 게임을 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오셔서 같이 구경하곤 하셨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게임은 햄스터가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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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으로 연결된 전 세계를 햄스터가 길을 막는 존재들을 도와주며 황금 조각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결국 한번은 성공을 못 했다. 인터넷에 공략을 검색해본다는 지식조차 없었기에 종이에 쓰거나 기억을 더듬어가며 진행했고 무엇보다 이제 알파벳 배우는 애들이 영어문장 해석을 못 했던 것도 크다. 사라지기 전에 한번을 깨보고 싶었는데 결국 깨지 못한 채 보낸 게 마음에 남는다.

 

 

 

라떼는 말이야


 

우리 집에는 꽤 일찍 컴퓨터가 들어왔다. 컴퓨터로 업무를 보던 직종도 아니셨는데도 아버지는 떡하니 컴퓨터를 설치하셨다. 컴퓨터 관리를 하거나 하진 않으셨지만,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못 하게 하셨다.

 

당시에는 아주 어리기도 했고 설치할 CD도 없고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방법도 몰랐기에 언니와 나에게는 플래시 게임이 유일한 유흥이었다. 한글도 읽을 줄 몰라 언니가 시키는 대로 처음 뜨는 창 구석에 작은 글씨를 클릭해서 들어갔다. 거기만 들어가면 한글을 읽지 못해도 큼직한 그림들이 읽지 못하는 글자를 뒷받침해 주었기에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정 모르겠다면 언니한테 미리 시켜보거나 언니가 했던 게임을 찾아서 하기도 하고 나 같은 어린이들을 위해 한글 공부 게임을 찾아서 하곤 했다. 한글을 알게 되었을 때는 매일 출시되는 새로운 게임을 해보기 위해, 아직 못해본 숨겨진 다른 재밌는 게임을 찾기 위해 들어가곤 했다.

 

초등학생이 되고 애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피시방에 다닐 때도 집에 가서 플래시 게임을 했다. 온라인 게임은 컴퓨터 성능이 좋아야 했지만 플래시 게임은 성능에 별로 제약받지 않았고 여전히 새로운 게임들이 출시 되었기에 누가 보면 유치하다고 했지만 그게 재밌었다. 점수 랭킹에 내 아이디가 올라가 있는 것도 뿌듯하기도 했고 옛날에 했던 게임을 다시 찾으며 추억 여행을 하는 것이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나도 온라인 게임에 재미를 알아서 하긴 했지만 간단한 플래시 게임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안녕, 내 추억 보관소


 

어도비 플래시가 사라진다는 말이 나왔을 때 그렇게는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전공 공부며 과제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미 친구들과 하는 온라인 게임을 더 즐기곤 했었다. 매일, 매주 새로운 게임이 올라오던 홈페이지도 어린애들이 더 이상 플래시 게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 관계자들이 관리에서 손을 떼면서 업데이트도 사라졌다.


유명 스트리머들이 게임 영상을 올려 시청자들도 몰리기도 했으나 금방 사그라들었다. 이제는 정말 추억 여행을 떠나는 어른들이나 한 번씩 들어가는 공간이 되었다. 사라지기 전에 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으나 새로운 과제에 치여 이미 들어갔을 때는 사라지고 난 이후였다.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오던 친구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커서 어른이 되었는데 너는 결국 잊혀서 사라져버렸구나. 쓸쓸했다.

 

가끔 게임을 올려둔 블로그를 찾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았던 게임은 한 번씩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던 비주류 게임들은 제목을 기억하고 있던 것도 아니어서 정말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비슷한 조작 형태를 가진 게임들이 스마트폰이나 콘솔게임 등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역시 옛날에 방향키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아직도 나는 그런 게임이 좋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지만 간단한 조작감과 노력 끝에 오는 높은 점수가 주는 만족감. 어린 시절부터 힘들었던 입시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내 곁을 지켜준 플래시 게임이 고맙다. 처음 랭킹에 내 아이디가 올라갔을 때, 한글을 알게 되었을 때, 몇 시간 끝에 스토리를 모두 봤을 때. 모두 좋은 추억이다. 이제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다시 곱씹으며 추억해본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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