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억은 지지 않는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5.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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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은 지지 않는다 


 

 

 

그룹 뉴진스(New Jeans)의 새로운 뮤직비디오 버블검(Bubble Gum)이 연일 화제이다. 그 중에서도 영상미에 관한 얘기가 자주 오가는데, 대부분은 뉴진스만의 감성이 잘 담겼다는 평가이다.

 

한편, 그들의 뮤직비디오가 어떠한 종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지에 대해서는 소소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혹자는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뒤 *노스탤지어를 말하고, 어느 누군가는 **아네모이아를 말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뉴트로를 말한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 뮤직비디오는 '그리운 과거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그런 점에서 추억은 지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향수는 지난날을 계단처럼 쌓아 올린 우리가 잠시 뒤를 돌아보고 무엇이 있었는지 가늠해보는 시간이다. 여기서는 과거를 되돌아본다는 ‘환기’의 의미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추억 속에 자리잡은 과거는 '후회'와는 무관한 어떤 이데아적 이미지로 나타난다.

 

 

 

# 과거-현재-미래, 시간이 가진 힘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분리해서 생각해봤을 때 ‘추억’이 갖는 ‘힘’의 근간은 ‘왜 과거가 유독 애틋함을 갖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현재 눈앞에 놓인 것은 대부분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그런 한편, 미래는 예측 불허하며 뚜렷한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는다. 우선 아주 간략하게 보자면, "과거 = 실제 + 상상 / 현재 = 실제 / 미래 = 상상" 정도의 도식으로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 실제 + 상상

현재 = 실제

미래 = 상상

 

 

현재는 예측 가능하다. 현재에 대한 인상은 지금의 ‘나’가 하고 있는 과업이 중심이 된다. 미래는 예측 불허하며 그것에 대한 이미지는 오로지 '나'의 상상에 맡겨야 한다. 한편,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대이기에 ‘나’가 알고 있는 이미지, 즉 실제로 겪어낸 것이다.

 

동시에 ‘지금’이 아니기에 선명한 인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과거의 위치는 ‘실제와 상상 사이 어딘가’라 할 수 있다. 과거는 분명하지도, 흐릿하지도 않기에 어딘가 애틋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 기억을 넘어 추억으로 


 

동일하게 과거를 나타낸다고 할지라도 '추억'과 '기억'은 다르다. 그렇다면 둘은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인가? 국어사전의 정의를 빌려보면 다음과 같다.


 

추억(追憶):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나 일

기억(記憶):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기억이 '이전의 인상 혹은 경험'이라면, 추억은 '지나간 일'이다.

 

'인상 혹은 경험', '일' 양자의 간극은 무엇인가? 이 자리에서 엄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우리가 '일'이라는 말을 어떤 때에 사용하는지 그 용례를 검토해보면 된다. "그런 일도 있었잖아.", "그런 일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지." 이처럼 '일'이라는 것은 마치 어떤 연극의 한 막을 잘라낸 것과 같다.

 

반면에 '경험'은 조금 더 좁은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한 막에서 벌어진 단편적인 소동들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추억은 일종의 '스토리'에 가깝고 기억은 스토리 속의 '개별적 사건'에 가까운 것이다.

  

앞서 도입부에 소개한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또한 감상자 중 다수가 이미 보냈을 세월(10대후반~20대초반)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이 바로 결코 지지 않는 '추억'만이 갖는 '힘'일 것이다.

 

 

*노스탤지어(Nostalgia):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아네모이아(Anemoia): 경험하지 않은 시절에 대한 향수


***뉴트로(Newtro): 뉴트로((new(새로운)와 retro(복고)의 합성어로 단순한 복고를 넘어서 새로운 외형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복고))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신어사전

 

 

[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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