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연애를 혈육이 지켜본다면? [드라마/예능]

핵개인의 시대, <연애남매>가 사랑받는 이유
글 입력 2024.03.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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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금요일은 참 설렌다. 치열했던 평일의 마무리이자 행복한 주말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요즘 유독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JTBC, Wavve의 예능 <연애남매>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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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환승과 연애를 붙여 큰 인기를 끌었던 <환승연애>를 제작했던 이진주 PD의 신작 <연애남매>엔 전작으로 인해 쌓인 기대감과 덧붙여 낯섦이 느껴졌다. 연애와 남매의 조합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설레는 이성과 가장 익숙한 이성이 한 프로그램 내에 존재한다니. 하지만 이런 두 단어의 조합이기에 외동으로 태어나 별다른 외로움이나 형제자매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이 없던 필자에게도 <연애남매>라는 이름은 충분히 호기심을 끌었다.

 

호기심과 이전 <환승연애>의 프로듀서가 만든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이란 기대로 시작했던 <연애남매>는 나에게 대리 설렘보단 대리 따뜻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혈육과 이성, 다양한 사랑(愛)


 

<연애남매>의 가장 큰 특징을 뽑자면 혈육 간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 프로그램답게 새로운 이성과의 관계를 담아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혈육과의 관계성은 더욱 특별하다. 룰을 지켜야 하기에 숨겨야 하는 관계임에도 각자의 혈육을 뒤에서 세세히 관찰하고 걱정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출연자 중 정섭은 이성에게 문자를 받아 충분히 기쁠 상황임에도 혈육이 0표를 받았다는 문자를 듣곤 근심에 빠지는가 하면, 철현은 본인의 매형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남자 출연자를 찾기 바쁘다. 살면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혈육을 걱정하는 모습은 가족 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듯하다. 가정마다 애틋하기도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주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낯선 공간에서 의지할 수 있는 나의 혈육이기에 프로그램 내에서 혈육의 관계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인 우린 이 상황을 알기에 그들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공감하게 된다.

 

이러한 혈육들의 모습은 새로운 썸을 형성해 내는 사랑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설렘보단 따뜻함이 느껴지는 또 하나의 사랑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연애남매>는 이런 다양한 면의 사랑을 잘 담아내고 있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기에


 

남매, 혈육을 담고 있는 이 프로그램엔 각 가정의 이야기와 부모님이 등장한다. 출연자 개인의 사회적인 스펙, 이성적 매력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는 조금은 다른 양상이다. 입주 첫날 엄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남매를 소개하기 위해 남매의 부모님이 등장해 자식의 성장 과정을 풀어놓기도 한다. 인생을 함께해온 가족들의 이야기가 들어가니 시청자에게 출연진은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화목한 4인 가정 신화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한부모 가정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 속사정을 가진 가족들이 나온다. 각자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매력이 명확해진 출연자들은 그들만의 서사를 가지게 되고 자연스레 시청자로서 우린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 이야기를 가진 그들에게 몰입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마치 나의 가족인 것 마냥 어렸을 적 사진을 보며 미소를 띠기도 한다.

 

사실 이는 당연하다. 출연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혈육일 수 있으며 누군가의 정성과 애정 그리고 사랑을 토대로 자랐기에, 그들에게 몰입하고 공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시청자들은 문자를 받지 못한 출연진들을 연애상대로 혹은 매력이 부족한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받아온 애정의 정도를 알기에 더욱 그들을 응원하고 애정을 보내게 된다.

 

이렇게 <연애남매>는 기존의 연애 프로그램 같으면서도 다르다. 연애의 대리 설렘을 느끼게 해줄뿐더러 가족의 포근함과 애틋함 그사이를 다시금 경험하게 해준다. 각자의 가정 분위기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또한 누군가의 자식임을 누군가의 소중한 핏줄임을 깨닫도록 해준다.

 

핵가족에서 한 번 더 쪼개져 버린 핵개인의 시대에 가족이 고스란히 담긴 “결혼 장려 프로그램”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프로그램이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점점 개인화가 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사람끼리 모였을 때의 따뜻함, 애정 같은 것들을 느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앞으로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가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정의 소중한 자식을 응원하며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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