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비의 조화가 선사하는 생소한 아름다움 - 코리아 이모션 情

글 입력 2024.02.27 05: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코리아이모션-poster-final.jpg

 
 

창단 40주년을 맞이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코리아 이모션 情>이 지난 2월 16일부터 18일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코리아 이모션 情>은 국악 크로스오버와 발레를 조화시킨 독특한 공연이다. 발레 언어에 한국적인 색채의 선율이 더해진 작품들이 모여 한국의 고유한 감정 "정"을 표현해낸다. 멀리서 보았을 때 꽤나 생소하고도 대비된다고 생각했던 발레와 국악, 이 둘의 대비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바로 이번 공연의 묘미였다.

 

 

 

고우나 미우나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jpg

 

 

<정>은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이다. 해외에서도 이를 표현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해 정을 고유명사로 사용한다고 한다. 작곡가인 피터 쉰들러는 이 정을 가장 한국적인 감성이라고 이야기하며 정이란 "고운 정 미운 정"이라는 말처럼 미움과 사랑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결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대비되는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하기도 하는 그런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춤과 음악으로 구성되었다. 그 때문일까. 공연 전반에는 마치 처음 사랑을 시작한 것 같은 설렘과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절절한 감정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었다.

 

 

 

때로는 꼿꼿하게, 때로는 둥글게



발레를 하는 사람의 몸을 보면 항상 허리가 곧고 자세가 꼿꼿하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몸을 길게 끌어올리고 긴 선을 강조하며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무용은 몸의 곡선미를 살린 동작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뻗어내는 동작보단 어깨와 팔을 동글게 굽히고 안으로 수렴하는 동작들이 많다.

 

이렇게 상반되는 두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적 정서가 깃든 동작들이 곳곳에 녹아 있었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5.jpg

 
 

첫 오프닝 무대인 <동해 랩소디>는 특히 이렇게 다른 두 춤의 조합이 얼마나 아름답고 파워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무대였다. 앙상블 시나위의 곡이기도 한 <동해 랩소디>는 자진모리와 드렁갱이 장단을 베이스로 전통 악기인 꽹과리와 피아노가 서로 어우러져 음악을 주고 받는 역동적인 퓨전 국악곡이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무용수들이 마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팔 동작과 함께 열을 맞춰 등장했다. '얼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팔 동작과 마당놀이처럼 무용수들이 빙글빙글 원을 도는 모습은 그동안의 발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소한 모습이었다. 동시에 높게 턴을 도는 클래식 발레 동작과 퓨전 국악 음악이 더해지자 더욱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무대가 완성되었다.

 

특히 한복에서 모티브를 얻은 하늘하늘한 의상은 무용수의 동작에 맞춰 흩날리며 춤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했다. 관객을 압도하고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첫 무대였다.

 

 

 

강인함과 섬세함, 고정관념을 뒤집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남녀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녀 페어 안무에서 남성 무용수는 항상 여성 무용수가 턴을 돌거나 점프를 할 때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역할 정도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발레리나 못지않게 발레리노의 분량이 많았다. 또한, 여성의 안무는 세심하고 남성의 안무는 강인하다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비틀기도 했다.

 

일례로, 여성 2인, 남성 2인 군무로 구성된 <다솜>은 자매 혹은 형제간의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서는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두 명의 무용수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통해 형제자매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동성 2인의 군무라는 점에서 기존의 페어 안무와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여성 2인 군무에서는 두 여성 무용수가 마치 엄마나 언니에게 의지할 때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며 턴을 돌고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편, 형제의 사랑을 표현한 남성 2인 군무에서는 마치 깃털처럼 가볍고도 섬세한 동작을 수행하면서도 파워 넘치는 턴을 보여주는 발레리노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는 작품이었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2.JPG

 
 

이 공연을 보기 전 발레는 어렵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에 공연 보기를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음악과 춤이 더해져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담은 이 공연을 보고 나니 앞으로 좀 더 발레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공연을 본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을 주기적으로 듣고 있으니 퓨전 국악과 발레 모두에 입문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된 듯싶다.

 

서로 어울릴까 싶은 조합들을 적절한 정도로 잘 엮어낸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수없이 연습하고 땀 흘렸을 무용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영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