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말하는' 작가는 촌스럽다 [도서/문학]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
글 입력 2023.11.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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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샌드라 거스는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았다. '촌스럽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묘사의 힘」을 정독하고 나서 오래전에 재미로 썼던 단편 소설을 다시 읽으니 촌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말만 하는' 글이었다.

 

그렇다면 말하는 글과 보여주는 글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말하기'는 작가가 단정 내린 결론과 해석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일을 의미한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일이다. 반면 '보여주기'는 독자에게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세부 사항을 충분히 전달하여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돕자면 다음과 같다.

 

'티나는 큰 집에서 살았다.'는 말하기다.

 

'티나가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현관홀에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보여주기다.

 

 

 

3시간 동안 우리의 선생님이 되어줄 '샌드라 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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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내용을 정의한 저자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글쓰기 선생님이 되어줄 '샌드라 거스'는 작가이자 편집자이다. 자신의 글을 쓰는 동시에 시간을 쪼개어 다른 작가들의 글을 고치고 다듬는다.

 

그녀는 필명인 '재Jae'로 14편의 장편소설과 20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재의 소설은 수없이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아마존에서 여러 차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의외인 점은 그의 전공이 문예창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심리학 학위를 딴 후 8년 동안이나 심리학자로 일했던 샌드라 거스는 소설가로 활동하며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서술한다.

 

동시에 그녀는 저먼북트레이드아카데미(Academy of German Book Trade)에서 편집자 자격증을 받았다. 현재는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출간하는 작은 출판사 일바퍼블리싱(Ylva Publishing)에서 선임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읽어준 일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부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도움이 되었다면 이 책을 구입한 곳에 서평을 남겨주길 부탁한다. 여러분의 서평은 다른 작가들이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이 효과적인 원칙을 이해하고 그들의 글쓰기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54p)

 

 

그리고 편집자 출신인 그녀의 요청에 의해 이 글을 작성한다. 「묘사의 힘」은 154페이지로, 3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현직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프로가 전해주는 글쓰기의 핵심을 단 3시간 동안 전해 들을 수 있다면 아주 이득을 보는 장사가 아닐까?

 

 

 

독자들은 머릿속에서 영화가 상영되기를 바란다


 

말하기는 뉴스나 기사에서 적절하게 쓰이는 방법이다. 저녁 9시에 뉴스 채널을 튼 시청자는 집 근처에서의 살인사건이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지 자세히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그렇다.


 

최초 목격자는 방수포가 덮여 있는 트럭 짐칸에서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26p)

 


그 말이면 충분하다. 어쩌면 이것조차 자세한 묘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스터리 소설의 독자는 서스펜스 가득한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한다. 감정이 한껏 고조된 장면에서 주인공이 시체를 발견하는 대목이라면 '시체를 '발견했다'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글자가 늘어질 뿐이다. 영화의 필름이 직접 돌아가야 한다.


 

나는 트럭 짐칸에 올라 방수포를 젖혔다. 메스껍고 달큼한 악취가 풍겨오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뒷걸음쳤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삼켰다. (26p)

 

 

같은 장면이지만 위와는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래의 예시에서는 시각뿐만 아니라 냄새와 소리의 감각을 활용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말하지 않고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여덟 가지 방법


 

저자는 말하는 순간과 보여주는 순간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라면 속보를 전달하는 기자처럼 글을 써도 좋다. 하지만 극을 긴장시키는 중요한 장면이라면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물의 배경을 다룰 때, 묘사를 다룰 때, 감정을 묘사할 때는 '말하기를 조심해야 하는 위험 구역'이다.

 

그리고 이 서평에서는 마지막의 '감정을 묘사하는 법'의 말하지 않고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여덟 가지 방법 중 몇가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이 구간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유용했기 때문이다.

 

첫째, 신체적 반응을 이용한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면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비자발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을 묘사하면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둘째, 몸짓언어와 행동을 이용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관찰을 자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걸린 보행자가 발을 동동거리는 모습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셋째, 얼굴 표정을 이용한다. 얼굴 표정은 감정은 전달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다. 이 부분은 상당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종류의 표정을 지나치게 반복해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내가 편집한 어떤 원고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이 놀랄 때마다 눈썹을 치켜올린다. 기존과는 다른, 참신한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해내려고 노력하라. (90p)

 

 

굉장히 찔리는 부분이었다. 내가 쓴 원고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이 아랫입술을 깨문다.

 

넷째, 대화를 활용하여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다. 대화는 감정 자체를 대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인물이 긴장하고 있거나 화를 내고 있다면 말을 짧게 끊고 강한 발음이 나는 언어로 말하면 된다. 아래의 예시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나는 존에게 몹시 화가 났다 (91p)

 

 

마찬가지로 9시 뉴스와 같다.


 

나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젠장, 존!" (91p)

 

 

화가 나서 책상을 내리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보여주기 기술을 연마하는 연습문제



문장을 보여주기로 바꿀 수 있도록 준비한 연습문제를 몇 가지 가져와 봤다.

 

1. 그는 추웠다.

2. 바깥은 더웠다.

3. 그는 피곤해 보였다.

4. 그는 비만이었다.

5. 그 집은 낡아빠졌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물론 이 서평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경우든 139페이지의 연습문제를 미리 풀어보고 책을 정독한 뒤에 자신이 쓴 문장을 다시 고쳐보기를 추천한다.

 

당신의 글쓰기 실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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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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