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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국악을 가볍게 즐겨보고 싶다면 : 뮤지컬 심청날다 [공연]

by 김민성 에디터
2023.11.0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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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국악이든, 퓨전 국악이든, 국악이라는 장르를 그래도 남들보다는 더 많이 접했다는 나름의 자부심(혹은 애국심)이 있다. 작년에도 국악 관련 전공 수업을 직접 찾아 들을 정도로 국악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뮤지컬에 내 집중을 쏟아 국악에는 조금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뮤지컬 <심청날다>의 소개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은, ‘이게 뮤지컬이 맞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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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밴드가 무대 위에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었으나 이러한 형식의 뮤지컬은 제법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와 더불어 보컬, 즉 배우를 맡을 사람들이 마이크를 들고 있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애초에 뮤지컬 배우들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있지 않은 이유는 연기를 할 때 행동에 제약이 생겨서인데, 사진 속 보컬들은 마이크와 부채를 든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의문이 생겼으나 오히려 이 공연이 궁금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 오랜만에 국악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국립국악원을 향해 갔다.

 

 

 

1. ‘퓨전’ 그 자체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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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난 후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은 풀리기는커녕 더 복잡해졌다. 오히려 의문의 범위가 더 커져 ‘이 공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남게 되었다.


첫 번째로, 이 공연은 뮤지컬인가, 혹은 콘서트인가?


우선 이 공연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위에서 내가 말한 묘사에 더해 이 공연의 첫 곡과 마지막 곡(‘쾌지나칭칭’과 ‘옹헤야’)은 엄연히 심청전과는 관련이 없는 민요였다. ‘심청’, 혹은 ‘심 봉사’가 아닌 밴드 ‘날다’의 보컬로서 참여하는 곡들이 분명하다. 몇몇 뮤지컬 작품에는 극중극, 혹은 ‘제4의 벽’을 넘는 요소들이 있으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이었다. 이 두 곡을 들을 때는 뮤지컬 <심청날다>를 보는 게 아닌 밴드 ‘날다’의 콘서트를 보러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공연을 콘서트라고 정의하기에는 또 애매한 면이 있다. 분명 무대 위 사람들은 제각기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것은 콘서트가 아닌 극의 특성이다. 그리고 대개 많은 콘서트는 곡과 곡 사이에 유기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물론 특정 컨셉과 분위기를 유지하는 콘서트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것이 ‘이야기(혹은 플롯)’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공연은 심청이 태어나 인당수에 빠지고, 다시 돌아와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내용까지 녹아들어 있다.

 

 


 

 

두 번째로, 이 심청전은 옛날이야기인가, 지금 이야기인가?


뮤지컬 <심청날다> 속 심청의 모습이 현대화되었다는 점은 이 공연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이다. 심청이 자라 은근한 반항심이 있는 ‘중2병’에 걸린 상태라고 묘사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여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하기도 한다.

 

‘나는 심청’이라는 곡에서는 가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이 일찍 들었지만, 효녀가 아닌 그저 소녀 심청이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아직 어린 심청의 모습을 현대화시키고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여 심청전이 자기희생적인 효를 강요한다는 기존의 비판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그 외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비록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이유까지 추가하며 심청은 인당수에 뛰어들기로 결심하지만, 여전히 그것만으로 심청의 희생이 정당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후 심청이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오고 심 봉사와 재회하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것은 기존의 심청전과 똑같은 내용이다. 그래서 기존의 심청전에 현대화된 심청이 톡, 하고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뮤지컬 <심청날다>의 다양한 시도는 좋았으나 이 공연의 방향성이나 주제가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공존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장르를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편견 속에 갇혀 있나, 하는 회의감도 든다. 굳이 공연의 정체성을 정의하기보다 그 자체로 흘러가듯 즐기는 자세도 필요하겠다는 자기성찰을 해보게 된다.

 

 

 

2. 판소리의 ‘맛’을 유지하다



 

 

비록 크로스오버의 형태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판소리 장르의 공연을 보니 ‘아, 역시 판소리는 이 맛이지!’라고 생각하였다.


다른 장르의 공연에서도 성량이 큰 가창자는 충분히 많으나, 판소리에서 느껴지는 성량은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소리꾼이 제 온몸의 기운을 모두 끌어모아 가장 강렬한 형태의 감정을 토해내고, 그렇게 분출되는 소리가 극장뿐만 아니라 내 몸까지 울리는 기분이다. ‘심 봉사 눈 뜨는 대목’을 기반으로 하는 ‘눈을 뜨고’는 그 전율과 감동이 극대화되는 구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판소리의 또 다른 재미는 무엇인가? 바로 관객과의 교감이다. 창자가 소리를 하면 관객은 추임새를 넣으며 함께 참여하고, 창자도 그 추임새와 함께 호흡하며 공연을 이어 나간다. 물론 현대의 공연 문화는 관객이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예절처럼 굳어져 예전만큼의 능동성을 기대할 수는 없었으나, 공연 중간에 배우가 관객을 콕 집어 대화하거나 관객에게 질문을 하고, 호응 유도를 하는 등 관객이 공연에 함께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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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시작한 밴드 ‘날다’를 포함하여, 다양한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가 등장하는 추세이다. 전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국악이 대중적 장르가 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속에서도 국악의 본질과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아티스트들도 그 부분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뮤지컬 <심청날다>도 국악이라는 장르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국악을 잘 알든 혹은 모르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던 공연이기에 이 공연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국악의 본질, 그리고 예술의 본질은 그곳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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