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음악/클래식]

차이코프스키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유서
글 입력 2023.09.15 02: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에 관한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어떠한 이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을까?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통해 어쩌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공식적인 사인은 콜레라로 인한 사망으로 발표되었지만, 그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져 음독자살을 강요받았다는 가설도 있고, 차이코프스키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차이코프스키가 죽기 9일 전 초연되었던 교향곡 6번은 「비창」이라는 제목답게, '슬픔'보다 한 단계 더 깊은 감정을 호소한다. 절망적인 운명을 알고 있는 자의 해탈 -- 그리고 해탈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평화. 눈살이 찌푸려지도록 아린 서정적 멜로디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마음속을 깊게 후벼판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차이코프스키가 삶의 마지막을 향하고 있음을 직감했던 걸까? 자신의 조카 다바도프에게 창작 생활을 마무리할 교향곡을 쓰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작곡 도중에 눈물을 훔칠 정도로 그가 애정한 「비창」은,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쓴 곡이자 진중함이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1893년 10월 28일 본인이 지휘한 초연의 평판은 자신했던 것에 비해 좋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고 있다.

 

12일 만에 완성된 「비창」의 작곡은 처음부터 쉽게 진척된 것은 아니었다. 초안은 미국 연주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배에서 쓰였다. 이때 차이코프스키는 더 이상 자신은 작곡할 능력이 없다고 절망하며 악보를 찢기도 했다.

 

저음 악기의 활약이 대단한 「비창」은 고전 교향곡들과 비교하면 형식이 자유롭다. 통상적으로 교향곡의 4악장은 화려하고 빠르나, 비창의 구슬픈 4악장은 심지의 불이 꺼지듯이 고요하게 끝을 맺는다.

 

1악장 - 1악장의 주 동기는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와 비슷하다. 둘 모두 제목까지 똑같은 점을 보았을 때, 이는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클라리넷은 체념한 듯이 무기력한 멜로디를 노래한다.

 

2악장 - 무도장에서 흘러나올 법한 우아한 2악장의 왈츠는 걱정 없는 순진함으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환상처럼 들리는 왈츠 반주에 맞춰, 현실을 뒤로 한 채, 꿈속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춤을 출 수 있을 것만 같다. 바이올린의 피치카토가 술에 취한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욱 보조 해준다.

 

2악장은 러시아 민요의 독특한 5/4박자를 사용하여, 불안정하고 절뚝거리는 느낌을 살리고 있다. 서로 다른 악기가 같은 멜로디를 동시에 노래하거나 돌아가면서 연주하는데, 반복된다고 해서 지루하거나 뻔하지 않고, 굉장히 조화롭다.

 

 

설야.jpg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중간부 주선율에서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마치 칼바람을 헤치며, 홀로 설야를 걷는 듯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단순하고 일정하게 반복되는 팀파니가 하얗고 넓은 설야를 더욱 선명하게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 기나긴 여정을 마친 남자는 결국 설산의 꼭대기까지 도달하고, 그제야 이전의 왈츠가 다시 재생된다.

 

3악장 - 빠르고 작은 요정들이 폭주하며 경쟁하는 듯한 가속감과 흥이 느껴진다. 시작은 가볍지만, 곡은 점점 군인의 행진과 같은 웅장한 음악으로 변한다.

 

 

신들의 전쟁.jpg

 

 

곡의 피날레에서는 타악기와 관악기가 힘을 합쳐 천둥 번개가 연상되는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때 장엄한 신들의 전투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

 

4악장 - 4악장은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탄식이다. 죽음을 직면한 자의 체념이자, 유서이다.

 

바이올린은 마치 간절하게 할 말이 있다고 울부짖는 느낌이다. 처형장에 끌려가면서, 억울하다고 화를 내는 모습이 떠오른다. (6:51)

 

「비창」이 한 사람의 고뇌를 담은 긴 이야기라면, 이 곡은 비극적으로, 아주 고요하고 쓸쓸하게 끝이 난다. (7:21)

 

 

 

 

[한재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