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을 기념하여, [안중근書]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사상과 철학이 담겨있는 한자 구문을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보며,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마치 숲속을 산책하듯 전시장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제 삶의 태도 역시 다시 점검하고 정돈하는, 뜻깊은 사색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안중근書]는 안중근 의사의 어린 시절 이름인 '응칠'을 본떠 일곱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중근 生 (날 생)
안중근 義 (옳을 의)
■ 애국
■ 의병
■ 동지
■ 독립
안중근 思 (생각 사)
■ 동양
■ 평화
안중근 生 (날 생)
이 섹션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가문에 대해 소개합니다. 안중근은 교육을 중시하고, 신앙심 깊은 천주교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가훈인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는 가정의 교육 가치관을 잘 보여줍니다. 그의 호이자 세례명인 '도마(Thomas)'에서는 가문의 종교적 배경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
황금이 백만 냥이라도 자식에게 하나를 가르침만 못하다.
안중근 義 (옳을 의)
1905년 을사늑약과 1907년 정미7조약의 체결 이후, 안중근은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합니다.
■ 애국: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불평등 조약인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여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였습니다. 이 시기, 안중근은 해외에서 르 각 신부를 만나, 실력 양성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덕분에 안중근은 귀국 후 애국계몽운동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형제인 안정근, 안공근과 함께 삼흥학교와 돈의학교를 설립하고, 이어서 세 형제는 어머니와 함께 국채보상운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은가락 등을 헌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안중근은 평안도와 황해도 출신 지식인으로 결성된 서우학회에 가입하여 활동했습니다. 서우학회 출신에는 대표적으로 박은식과 안창호, 이갑 등이 있습니다.
국가안위 노심초사: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애태운다.
■ 의병: 정미7조약으로 대한제국의 군대가 해산되고, 고종이 폐위되었습니다. 이에 안중근은 연해주로 건너가 의병을 모으고, 흩어져 있던 연해주 지역의 한인들을 규합하여 국내진공작전을 펼쳤습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
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
■ 동지: 국내진공작전이 실패하자, 안중근은 12명의 동지와 함께 단지동맹을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왼손 약지의 첫 마디를 끊어, 피로 태극기에 '대한독립'을 쓰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독립에 대한 의지를 굳게 다졌습니다.
1909년 10월, 이토 히로부미가 북만주를 시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중근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와 함께 의거를 결심하고 하얼빈으로 향했습니다. 조도선과 우덕순은 만일을 대비해 차이자거우 역에서 대기하였으며, 유동하는 안중근의 하얼빈 이동과 통역을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장부수사심여철의사림위기사운:
장부는 비록 죽을지라도 그 마음 쇠와 같고, 의사는 위태로움에 이를지라도 그 기품 구름과 같도다.
■ 독립: 가장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두 글자.
안중근 思 (생각 사)
■ 동양: 안중근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면서도 동양평화를 위해 고민하였습니다. 그는 야욕에 눈이 멀어, 침략 전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일본을 가엾게 여겼으며,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각오를 다졌습니다.
동양대세사묘현 유지남아기안면 화국미성유강개 정략불개진가련:
동양대세 생각하매 아득하고 어두우니, 뜻있는 사나이가 편한 잠을 어이 자리. 평화시국 못 이룸이 이리도 분개한지고. 정략을 고치지 않으니 참으로 가엾도다.
■ 평화: 안중근의 재판은 러시아 관할구역인 하얼빈에서, 일본의 관할구역인 뤼순으로 옮겨졌습니다. 안중근 측 변호가 막히고, 일본인과 기자들로 가득 찬 재판정에서도 그는 꿋꿋이 독립과 동양평화를 외쳤습니다.
안중근은 뤼순 감옥에서 <동양평화론>과 <안응칠역사>를 집필하며, 자신의 사상과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지사인인 살신성인:
지사와 어진 사람은 자신을 희생하여 인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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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제 마음을 가장 크게 울렸던 한문 구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천여불수반수기앙이 – 하늘이 주는데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게 된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의 하얼빈 방문을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겼습니다.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일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각오로 의거를 철저히 계획했다고 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달리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하늘의 뜻은 있다고 믿습니다. 종종 인생을 살아가며 '이 기회는 하늘에서 주는 기회이고, 놓치면 평생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기회들이 찾아옵니다. 물론 그 기회를 잡겠다고 결심하는 것부터가 큰 용기가 필요하고, 그 이후에도 어마어마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큰 기회를 내가 감당할 능력은 있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기회는 잡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 역시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늘이 주는 기회도, 결국은 내가 잡고 완성해야 하며, 손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운 좋게 기회가 왔을 때는 감사히 받고, 그 기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편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쳔여불수반수기앙이'를 마음속 깊이 새겼으며, 두려움을 이겨내어 기회를 잡는 사람이 되자고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