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9월의 나

나에 대하여
글 입력 2023.09.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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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9월이 되어 소회가 새롭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9월은 내게 특별한 달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9월, 9월은 가을이라는 계절로 넘어가는 달이기도 하며 한 해를 두 개로 분리할 경우 두 번째 것의 시작이 되기도 하는 달이다. 그래서 나는 더위에 지쳐가던 8월의 슬픔과 절망을 31일에 남겨두고 한껏 신선해진 마음으로 9월을 맞이한다.

 

어쩌면, 마음의 결을 정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시간이기에 내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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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래왔듯, 9월 1일이 되자마자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들으며 이번 년도의 9월을 시작했다. 8월까지 참으로 잘 안 풀리던 일들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건지, 9월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다시 듣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다시 본다. 그래서 'September'를 시작으로 좋아하지만 최근에 잘 듣지 않았던 노래들의 리스트를 떠올려 듣기 시작했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인데, 이 노래를 들으며 문득 내가 바라보는 나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이른바, '나에 대한 탐구'다.

 

'The Sound of Silence'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말에 크게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 '너가 좋아하는 노래가 한 두 개가 아닌데 이걸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내가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멜로디가 기타 하나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들릴 수 있는 가락을 가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이먼 앤 가펑클이라는 듀오가 만들어내는 화음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사실 이 점이 가장 큰데, 가사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마냥 활기차지 않은 멜로디에 맞춰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가지고 있어서 그저 가볍게만 들을 수 있지 않아서 좋다. 그렇다고 밝은 분위기의 이지 리스닝 계열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좋아하는 편이지만, 영화 '졸업'의 오프닝과 엔딩 장면에서 울려 퍼지던 이 'The Sound of Silence'는 어릴 때의 내게 매우 큰 충격이었고 지금 또한 그것이 내게 불멸의 1위 곡인 것을 입증하게끔 한다.

 

반대로, 앞서 언급한 밝은 분위기의 음악에 대하여 최근 듣는 노래는 마이클 잭슨이 잭슨 파이브 시절 불렀던 'ABC'다. 어린 마이클 잭슨이 풍부한 기교와 활기찬 목소리로 부르는 사랑 노래, 'ABC'는 내가 마이클 잭슨에 대해 깊게 좋아하기도 전부터, 심지어 이 노래를 마이클 잭슨이 부른 것이란 사실을 알기도 전부터 좋아한 노래다. A-B-C와 도-레-미, 1-2-3의 아주 간단한 기본 구조를 가지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노래하는 마이클 잭슨을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행복해져서 온 마음이 기뻐하는 듯하다.

 

'The Sound of Silence'와 'ABC'는 매우 다른 곡이다. 백인으로 구성된 친구 듀오가 포크송으로 부른 사회비판적 가사의 노래와 흑인 형제들로 구성된 가족 밴드가 R&B로 부른 사랑송은 분위기도 다르고 가수들의 노래 스타일도 정말 다르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전혀 다르기에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이 가수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이먼'인 폴 사이먼과 잭슨 파이브의 메인보컬인 마이클 잭슨은 'We are the World'에서 함께 노래한다. 다른 스타일이 섞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 나의 음악 취향도 여러 다른 스타일들의 노래들이 섞여 나의 정신을 이루는 하나의 뿌리가 되었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다른 문화예술 장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좋아하는 노래나 작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참 곤란하다. 나는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졌기 때문이다.

 

9월은, 여름의 무더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가을의 서늘함도 공존한다. 그래서 마냥 덥지도, 춥지도 않고 다양한 날씨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9월을 닮았고 9월은 나를 닮았다. 다양함이 혼재되어 나름의 독창적인 개성을 갖는 것이 좋기에 나는 9월을 평생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행복한 9월, 울긋불긋 들어갈 단풍처럼 더욱 알록달록해지길! 참, 몇 시간 뒤면 생일일 나도 더욱 알록달록한 삶을 만들어나가길!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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