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와 사람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에피소드 2

글 입력 2023.07.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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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반이 지났다.

 

어떤 마음으로 눈을 떠야 하는지, 어떤 사람인 것처럼 살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몇 달을 살다 보니 해가 길어졌다.

 

6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었지만 늘 가장 힘든 달이기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집은 더러워지는데 치울 엄두는 나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는 주제에 먹는 것도 잘 먹지 않고, 문장이 짧아지고 어휘는 퇴화했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남보다 백 배의 노력을 해야 원래의 감정과 육체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일까.

 

어쩐지 억울해진다.

 

그 상태에서 전시를 보러 갔다. 6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남겨둔 상태였다. 더러운 집에 처박혀 있기보다 뭔가를 하러 나가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침 에디터 활동을 마무리해야 했고, 마침 전시를 전공하는 친구를 새로 사귄 참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나가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고 버스를 타는데 머리가 이상해졌는지 웃음이 나왔다.

 

이 큰 도시에서 살아보겠다고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 치는 불어난 것 같은 한강 위를 건너는 내내 멈출 수 없었다.

 


(맥스달튼 ep.2)포스터_전달용-01.jpg

 

 

다소 두서없었지만, 이 날 친구와 보러 간 전시는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에피소드 2>다.

 

웨스 앤더슨 컬렉션으로 이름을 알린 맥스 달튼의 작품에 대한 전시로, 기존의 맥스 달튼 전시보다 그의 취향을 더 많이 반영하여 차별화를 준 것이 ‘에피소드 2’의 특징이다.

 

3섹션의 구조 안에 총 148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SF와 호러, 판타지 등의 장르 영화에 관심이 있거나 타국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한국 영화의 일러스트가 궁금하다면 가볼 만하다.

 

bff.jpg


다양한 작품들 중 눈길을 가장 오래 잡아 두고 있었던 건 여러 영화의 등장인물이 한 장면에 나오는 컨셉 일러스트와 한 영화의 모든 장면을 하나의 프레임에 그려 넣은 전체 일러스트였다.

 

BFF라는 제목의 작품은 여러 영화에 등장한 친구 캐릭터들을 그린 일러스트인데, BFF뿐 아니라 Lovers 등의 작품도 캐릭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컨셉으로 기획되어 동행한 사람과 함께 서로가 좋아하거나 기억하는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고, 그 캐릭터들에 비추어 자신의 관계를 회상해볼 수도 있다.

 

또한 3대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로 불리는 스타워즈, 스타트렉, 닥터후에 대한 작품들과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 영화, 마블 코믹스 시리즈, 각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심도 깊은 애정을 담은 작품들이 많아 콘텐츠 마니아라면 반가운 캐릭터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SC JACKET.jpg

 

 

SF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나와는 달리 친구는 작가 본연의 모습에 더 집중했던 모양이다.

 

친구는 벽면에 가득 걸려 있는 앨범 커버 재해석 작품들과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어린이용 동화책을 낱장으로 나누어 전시한 것을 가장 좋아했다.

 

친구는 작가의 이름을 내건 단독 전시를 볼 때는 그의 작품세계뿐만 아니라-특히 이렇게 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은 작가의 경우에는-오롯이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더 즐긴다고 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같이 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일러스트레이터를 궁금해했고, 서구권 특유의 그림체와 동양의 그림체를 비교했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체험형 전시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했다.

 


GBH_cover.jpg

 

 

에디터로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글이 컬쳐리스트로서의 첫 글이 되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이런 부족한 글을 기고하는 경험이 있어야 발전도 있겠지 싶다.

 

다음 리뷰는 서울일러스트페어가 될 텐데, 보다 나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싶다.


 

[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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