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한스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서울(1110) 포스터.jpg

 

 

솔직히 말하자면 한스 짐머는 내게 그다지 큰 음악적 영감을 준 사람은 아니다. 그의 실험적 능력과 감정의 청각적 구현은 높게 사나 단 한 가지, 취향의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오페라적 구성에서는 존 윌리엄스를, 모던한 음악에서는 막스 리히터나 올라프 아르날즈를 듣는 나는 한스 짐머의 음악이란 정말이지 영화를 보는 중에만 충분히 만끽하고 남은 여운은 극장에 두고 나오는 류의 선율일 뿐이었다.

 

영화를 취미로 둔 사람이라면 뼈의 어느 구석에 새겨져 있을 곡도, 제목은 모르나 흐름은 아는 곡도, 그 영화의 그 장면 내지는 그 인물의 뒷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으나 어쩐지 영화가 끝난 후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저 마음이 가지 않아서다.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독창적이면서 마음을 울리는 음악가의 곡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어쩐지 조급함을 가지게 한다.

 

영화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영화적 체험을 했다거나, 그 안으로 들어가다 못해 내가 음률의 어느 구석을 이루고 흘러가는 것 같았다거나 하는 아름다운 말들을 나도 하고 싶다는 부러움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자연스러운 끌림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에 조금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분명 대단하고, 대중적이면서도 마니아층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나는 그 어느 쪽에도 소구되지 않아 영원히 어정쩡한 회색지대를 부유하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는 내심 나도 그의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희망을 가지고 참여했다. 오케스트라 실황의 음악은 아무래도 영화에 삽입된 음악보다는 더 마음을 울리기 마련이니까.

 

노력해서 좋아하게 된다는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 분야가 예술이라지만 그래도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얄팍한 욕심이다. 평소 자주 영화 이야기를 나누던 지인과 함께 콘서트를 방문했고, 두 사람 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김재원 지휘자 사진.jpg

 

 

영화의 별점을 매길 때, 그것이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지느냐는 차치하고, 4.5와 5.0을 나누는 기준은 대부분 오롯한 자신의 취향이다. 여러모로 흠잡을 곳 없는 아름다운 영화였어도 고작 0.5점이 부족해 5점 만점을 받지 못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허술한 장면의 엮음인 것 같으면서도 5점 만점이 아니면 이 마음을 설명할 수 없는 영화가 있기도 하다.

 

이제껏 한스 짐머의 음악이 4.5점이었다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실황으로 그 0.5점이 채워진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의 음악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에서 쓰는 정석적인 피아노 대신 밴드에서 쓰는 전자 키보드, 일렉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함께했다. 모든 영화음악의 기반은 클래식이라고 했던가. 비발디가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락밴드를 했을 거라는 농담처럼,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음악과 대중음악 어딘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탑건, 인셉션 등 누군가의 추억이 되는 영화의 한 부분을 장식했다.

 

특히 탑건이 가진 그 애매한 위치, 사이언톨로지와 미국 프로파간다와 과거의 영광 등을 표현하기에는 일렉 기타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삶에서 그런 쭉 뻗은 사운드를 원할 때가 있으니까. 대책 없이 자신만만하며, 그저 무엇이든 어떻게든 될 것 같은 때가 있거나 혹은 있기를 바라니까.

   

한스 짐머의 음악은 많은 사랑을 받는 진행자 같다고 생각한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대중이 사랑하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한 경외를 받는다. 즐거운 경험이었고, 좋은 음악이었다. 즐거웠으니 좋다. 그것이 음악의 본질일 것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