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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기념으로 '싱 스트리트'가 CGV에서 재개봉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청춘이 영화가 된다면 이런 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직 열정과 사랑으로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풋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웠다. 어른들처럼 돈이나 명예, 앞으로의 경력을 노리고 계산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오직 본인의 가슴이 뛰는 감정을 따라 무모하게 직진하는 여러 명의 고등학생들. 그들이 서툴지만 당당하게 꿈을 좇는 모습은 아무런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스크린을 보며 한 편으로는 내 어린 시절에 대해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 했을까? 왜 저들처럼 온전히 내 감정에 솔직하게 지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씁쓸함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그러한 뜨거운 청춘의 감정을 스크린을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 느끼고 대리 만족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신경 쓰이고 자꾸만 관심이 갔던 인물은 단연 '에이먼'이다.

 

그는 주인공인 '코너'의 든든한 친구로, 코너가 처음 밴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영입한 핵심 멤버이다.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로 많은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할 줄 아는 엄청난 능력자이다. 게다가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안경 쓴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 다재다능한 천재 소년이 토끼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만진다는 엉뚱하고 귀여운 설정도 마음에 쏙 들었다. 영화 중간중간 에이먼이 등장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보게 되었다.


물론 영화 초반에는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끼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음악을 하겠다고 모인 아이들이 너무나 쉽게 호흡을 맞추고, 마치 마법처럼 모든 것이 갈등 없이 술술 잘 풀렸기 때문이다. 현실이라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그렇게 과감하게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러닝 타임이 100분이라는 깔끔한 시간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지루한 과정 대신 밴드가 성장하고 음악을 만드는 핵심 내러티브에 훨씬 밀도 있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코너와 에이먼과 같이 '싱 스트리트' 밴드를 앞에서 이끌며 꾸려나가는 주연들 외에, 그들의 주변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독 마음이 쓰인다. 영화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보면 코너의 음악적 멘토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형 '브랜든'에게 유독 마음이 쓰이고 슬펐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형뿐만 아니라 코너의 여동생에게도 자꾸만 시선이 가고 마음이 아팠다. 영화 내에서 주요 인물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않지만, 매일 싸우는 부모님 밑에서, 그리고 거친 남자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가족 중에 의지할 여자 형제가 단 한 명도 없는 그녀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내 방식대로 가늠해 보았기 때문이다.

 

화면 구석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던 그녀의 뒷모습이 오래도록 잔상에 남았다.

 

*

 

평소에도 느끼지만 음악 영화는 유독 극장을 나선 뒤에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마치 대형 뮤지컬을 감상하고 나서 강렬한 여운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넘버 모음집을 전후로 무한 반복 재생하며 계속 그 감동을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음악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극장 문을 나선 뒤 일상 속에서 사운드트랙이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으면, 그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 그때 그 장면의 공기와 감정이 내 몸속으로 고스란히 다시 전달된다. 영화를 비록 극장에서 한 번 봤어도, 귀로 음악을 들으며 일상 속에서 N차 관람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유독 다른 장르의 영화보다 감정의 유통기한이 오래가기에 나는 음악 영화를 더 좋아하고 찾아보게 된다.


이번 '싱 스트리트' 역시 주옥같은 명곡들이 참 많아서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웠다. 청량하고 신나는 에너지가 가득한 'Up'이나 80년대 레트로 감성이 폭발하는 'Drive it like you stole it'과 같은 유명한 메인 곡부터 시작해서, 꽉 막힌 교장 선생님에게 당당하게 반항하는 위트 있는 'Brown shoes', 그리고 영화의 메시지를 압축해 놓은 감동적인 가사의 'Go now'까지. 이 외에도 청춘의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 반항, 꿈을 관점별로 가득 담아낸 노래들이 귀를 즐겁게 해 준다.

 

 

 

 

그 수많은 명곡 중에서 이 작품을 나의 인생 영화로 당당히 등극시킨 최애 부분은 단연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이다. 주인공 코너와 라피나가 좁은 아일랜드를 벗어나 본인들의 꿈을 좇기 위해 거친 바다로 배를 띄우는 무모하고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할 때, 배경음악으로 ‘Go now’라는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평소에 나는 내가 현재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삶의 부분이나, 내 가슴 깊은 곳의 감정을 정확하게 건드린 결정적인 장면이 나올 때 그 영화를 더욱 높게 평가하게 된다. 진정으로 영화가 스크린을 넘어 내게 직접 말을 걸고, 내 삶에 운명처럼 찾아온 것 같은 강렬한 전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진로 고민으로 매일 밤 머리를 싸매고 불안해하고 있는 지금의 내게, 이 노래와 엔딩 장면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사실 나는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 정말로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이 보통의 주변 친구들이 가는 길과는 많이 다른 길이고, 조금은 불안정한 길이라 그런지 많은 이들에게 전폭적인 축하와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싶어 혼자 외로워하던 차였다. 그런데 마치 이 노래의 가사는 그런 나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내 귓가에 대고 “너의 마음을 믿어, 그냥 해. 그리고 가다가 틀려도 돼. 그 모든 과정이 다 괜찮아”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듯했다. 그 순간, 그 어디에서도 받지 못할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위로를 마음 깊숙이 받은 기분이었다.

 

거친 바다를 향해 나아가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나 역시 이 노래를 이정표 삼아 내 삶을 향해 계속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So here we are 

지금 우리 인생에

We've got another chance for life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어 

It's what you want

네가 원했던 거잖아

I can see it in your eyes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You see so clear

너도 분명하게 보일거야

It's coming into light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는 게

Go on, be wrong

계속 나아가, 틀려도 상관 없어

Cause tomorrow you'll be right

내일이면 괜찮아질 테니까

(...)

 

You've come so fare

넌 아주 멀리 왔어

Now see, you're cutting all the ties

지금 너를 봐, 모든 고난을 헤쳐나가고 있잖아

You're right, go on

네가 맞아, 계속 나아가

Keep running for you life

네 삶을 위해 계속 달려나가

Made up your mind, no going back now

네 마음을 정했다면 뒤돌아 보지 마

See it all come falling down

모든 것이 무너지는 걸 보더라도

You've tried so hard to figure out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잖아

Just what it's all about

그거면 충분한 거야

You're fighting on and on and on

넌 계속해서 싸워나가고 있어

For what you know is true

네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위해서

And now say go and on and on

너에게 계속 가라고 말해줘

Do all that you can do

너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라고

 

We're never gonna go if we don't go now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나아갈 수 없으니까

You're never gonna know if you don't find out

지금 찾아보지 않으면 절대 알지 못할 테니까

You're never going back, never turning around

절대 뒤돌아가지도 말고, 뒤돌아보지도 마

You're never gonna grow if you don't grow now

지금 이겨내지 않으면 절대 성장할 수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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