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콤한 경쟁이 주는 '사람의 맛' [드라마/예능]

디저트 서바이벌 <더 디저트>를 감상하면서
글 입력 2023.06.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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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디저트 전쟁이 시작된다.

 

9박 10일 동안 펼쳐지는 디저트 셰프 10인의 국내 최초 디저트 서바이벌 리얼리티.

 

 

 

# 달콤하지만 살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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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꿈빛 파티시엘>이라는 만화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감딸기라는 소녀가 세인트 마리라는 제과 전문학교에 입학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만화다. 이 만화에서 감딸기는 다양한 역경과 고난을 친구들과 이겨나가며 맛있고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낸다. 처음엔 베이킹의 ‘ㅂ’자로 모르던 감딸기의 성장기를 보면서 나도 몰래 ‘파티시엘’이라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판 <꿈빛 파티시엘>이 그것도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바로 TVING에서만 볼 수 있는 디저트 서바이벌 <더 디저트>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총 10명의 참가들 중 가장 뛰어난 파티시에를 선발해 개인이 꿈꿨던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무려 1억 원의 상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 네임을 지키기 위한 참가자들의 고군분투를 볼 수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청하기 시작했을 땐,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제과제빵이라는 분야는 우리나라보다 유럽에서 뛰어나게 큰 시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제과제빵계에 대해 깊은 지식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전쟁인 <더 디저트>만의 매력은 기존 유럽에서 진행했던 제과 제빵 콘텐스트 콘텐츠와는 다른 차별점이 존재했다.

 

<더 디저트>는 나에게 무스 케이크처럼 다가왔다. 무스(mousse)는 프랑스어로 '거품'이라는 뜻이다. 즉 무스 케이크는 거품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의 크림을 이용하여 만든 케이크를 말하는데, 크림·달걀·젤라틴 등을 주재료로 한다. 크림을 얼리거나 젤라틴으로 굳혀서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과 젤리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보다 단단하지만 젤리보다는 말랑한 무스 케이크, 나한텐 <더 디저트>라는 프로그램이 ‘무스 케이크’ 같았다.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속에 들어간 사람들과 스토리는 오히려 단단하고 다채로운 소재들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디저트는 단순히 고고하고 아름다운 움직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경쟁 속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파티시에의 ‘사람’다운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디저트 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정말 맛있지 않겠는가? 디저트를 맛보고, 음미하는 과정도 너무 부러웠지만 시청자로서 느낄 수 있는 ‘사람의 맛’은 오로지 나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특별히 아름다웠던 무스 케이크, 사람의 맛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4년 차 파티시에인 참가자 박지오. 그녀는 대면식 미션부터 1등으로 시작해 모든 참가자들의 눈에 에이스를 꼽힌 파티시에이다. 처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자신이 원하는 디저트와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슬럼프를 겪었다고 밝혔다. 대리석을 타게 했다고 머리를 때리는 상사, 생달걀을 8000개를 까게 하는 사장 등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이 사람 복이 없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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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두 볼에 흐르는 건 단순히 눈물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음에 대한 슬픔이 아니었을지. 누구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하여 응원을 받지 못하거나 방해받는 일이 많다고 여겨질 때, 슬픈 감정 속으로 자신을 묻는 경향이 있다. 박지오 참가자도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 어둠 속에서 혼자 오랫동안 싸워오지 않았을까. 그녀의 시간을 내가 함부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만드는 디저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었다.

 

그녀의 디저트는 늘 그녀를 닮아 있었다. 그녀가 만든 촛대 실사 디저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실제로 촛대 모형으로 케이크를 만든 디저트였다. 하지만 이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녀는 큰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냉동해놓은 긴 촛대 모형을 옮기다가 반으로 쪼개진 것이다. 만약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텐데, 그녀는 침착하게 가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비록 당황은 했을지라도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굳은 심지, 그 마음이 그 디저트에 담겨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디저트를 잘 알지 못하지만, 심사위원들은 해당 디저트의 맛을 극찬하였고 박지오 참가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좋은 심사 결과를 받아 탈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단단한 물체도 깨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단단한 나의 심지를 다시 붙이려는 노력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는 용기. 파티시에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가 끈기와 용기라는 걸 보여준 박지오 참가자. 그녀의 그러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꿈이 담긴 브랜드를 응원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참가자들이 한곳에 모여 합숙을 하다 보니 사람 간의 갈등을 다루는 장면도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일정 사람에 대한 비판과 편견을 만들 수 있는 장면 및 연출은 좋지 않은 영향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디저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상식에 대한 장면을 갈등 장면 대신 넣었다면 훨씬 더 보기 좋은 장면으로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

 

어딘가 외롭고, 한적한 밤. 달콤하지만 흥미진진한 서바이벌을 보고 싶다면, 여러분도 <더 디저트> 속으로 들어와 눈으로 귀로 수많은 디저트들을 맛보길 바란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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