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직 그림책만을 위한, 잡지 라키비움J 다홍

글 입력 2023.05.06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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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그림책 잡지라니!

 

그림책만을 위한 잡지가 존재하는구나, 신기한 마음과 함께 미소가 지어졌다. 이리도 귀여운 잡지가 나의 책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벅차서.

 

어느 순간부터 그림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림책은 곧 동화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른들 역시 충분히 그림책을 즐기고 느끼고 그 안에서 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때로는 여느 대단한 고서보다 훌륭한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따라서 잡지 <라키비움J 다홍>을 보았을 때, 배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림책을 위해 심지어 잡지까지 발간할 정도로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실제로 잡지 <라키비움J 다홍>의 에디터들은 그림책에 빠삭한 전문가들인 것 같다. 한 권의 그림책을 두고 서로 다른 감상평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림책에서 미학적 주제를 뽑아 평론까지 할 정도로 그들의 진심은 곳곳에 묻어 있었다.

 

아무래도 잡지이다 보니 내용을 구성하는 소주제들이 다양했는데, 그중에서 그림책의 물성을 다룬 특집 기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림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률적으로 아이들이 그림책을 접할 가능성이 다소 높다. 따라서 그림책에서 유독 감각적인 요소들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종종 포착되는데, 이번 <라키비움J 다홍>애서는 '구멍'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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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책의 일부가 뻥 뚫려 있는 구멍 책의 시작부터 그 여파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나아가 구멍이 가지고 오는 효과는 어떠한지 등을 다룬 특집 기사였다.

 

무엇보다도 구멍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가 이리도 심오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라키비움J 다홍>을 통해 알게 된 그림책 <나는>은 책 속 등장인물의 얼굴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물의 역할과 차림새는 달라지지만, 얼굴은 그대로이다.

 

특집 기사는 그림책 <나는>을 [구멍 너머로 보이는 '나'는 변함없지만, 장소와 관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나'를 담은 그림책 - p.33]이라고 소개한다. 어쩜, 그림책이 심리학 교과서를 뺨친다. 귀여운 그림과 짧은 내용으로 인생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이것이 바로 그림책이 가진 고유의 특이점이지 않을까, 싶다.

 

한 권의 그림책을 두고 여러 측면으로 분석한 시도도 인상적이었다. 2022년 칼데콧 수상을 한 그림책 <간다아아!>를 여러 에디터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특집 기사였는데, 같은 그림책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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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누군가는 소재에 초점을 맞추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삽화, 그리고 다른 이는 타이포그래피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게 적어내려간 각자의 감상평을 <아르고스>라는 섹터에 담아두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100개의 눈을 달린 괴물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라 한다. 하나의 그림책을 보는 100개의 시선이라는 콘셉트였는데, 무척 재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림책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처럼 잡지 <라키비움J 다홍> 속 다양한 기사와 에세이, 광고 등은 모두 그림책을 향한다. 그림책을, 그림책만을, 오직 그림책만을 위한 페이지들인 것이다. 존재 자체가 그림책을 위한 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정도로 <라키비움J 다홍>은 그림책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그림책 잡지를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언젠가 내 이름을 단 그림책을 기필코 출간하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라키비움J 다홍>과의 만남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나의 그림책도 <라키비움J>에 소개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마음의 숙제를 꺼내보려 한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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