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책 독자는 0세부터 100세까지 - 라키비움J 다홍 [도서]

글 입력 2023.05.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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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s + 박물관Museum = 라키비움Larchiveum


<라키비움J> 잡지에 무지했던 탓인지 '그림책 잡지'라는 정보를 처음 들었을 때 들은 생각은 '아이들을 위한 잡지'였다. 창작된 이야기(픽션)이나 정보(논픽션)를 그림과 함께 전달하는 그림책에 대한 소식을 아이들 눈높이 맞춰 제작한 잡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엇나간 추측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두껍고 '그림책' 잡지라는 이미지와 달리 정보가 많은 '잡지'의 성격이 더 강했다.


필자에게 낯선 이 잡지는 사실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잡지 편집 후기에서 알 수 있듯 벌써 6년의 시간을 그림책 독자와 함께 했다. 이번 <라키비움J 다홍>이 7호이다. 그림책 이름 뒤에 붙는 '다홍'은 매호 색깔로 이름을 짓는 <라키비움J>의 특별함을 보여준다. 지난 6호의 '롤리팝'에 이은 이번 색은 밝고 붉은 '다홍'이다. 이억배 그림책 작가가 <라키비움J>를 위해 특별히 그린 표지도 다홍이 특징적으로 사용되었다.


보통의 책을 잡지보다 많이 읽어서 생긴 익숙한 버릇으로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라키비움J>를 읽을 독자에게는 3, 5, 7쪽에 나눠서 있는 목차를 펴고 읽고 싶은 글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세 쪽으로 나누어진 목차를 보기 어렵다면 책 261쪽에 잡지를 정리하기 위한 코너인 '렛츠 빙고~'의 항목들을 한눈에 먼저 보고 관심 있는 기사를 찾는 방법도 추천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편집된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그날 그날 흥미에 따라 집중이 되는 글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잡지 하나에 서른 개에 가까운 기사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읽어내기보다는 필요와 선호에 따라 찾아보기 좋다. 각 기사는 그림책에 관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림책을 제작할 때 고려되는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내용에 따른 책을 추천하고, 그림책 소식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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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J>의 '아르고스'



그림책 잡지는 처음이라 모든 코너가 새롭고 즐거움을 주었지만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아르고스'와 그림책을 활용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기사들이었다. '아르고스'는 그리스 신화 속 눈이 100개 달린 괴물로 모든 것을 보는 자이다. 한꺼번에 잠들지 않는 100개의 눈은 하나의 몸이지만 모두 다른 것을 본다. <라키비움J>의 '아르고스'는 한 권의 그림책을 보는 100가지 방법을 제안하는 코너이다.


이번 7호에서는 2022년 칼데콧 상을 수상한 <간다아아!>(코리 R.테이버 글, 그림/오늘책)이 주인공이다. 이 그림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처럼 꼬마 물총새 '멜'의 용기 있는 날갯짓을 담고 있다. '아르고스' 코너에 실린 모든 기사들은 <간다아아!> 단 한 권의 책을 화두로 하여 씌었다. 한 책을 얼마나 다양하게 분석하고 즐길 수 있는지 가능성을 '아르고스'에서 직접 5편 이상의 기사를 통해 보여준다.


코너 안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이야기는 이시내 에디터의 ‘작은 존재의 반란’ 칼럼이다. <무슨 일이지?>는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용기 내어 한 걸음 내딛는 경험을 막고 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간다아아!>에서 멜 엄마가 바로 위에 있었음에도 홀로 떨어지는 도전을 하는 멜을 지켜본 것처럼, 아이에게 도전과 승리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필요함을 그림책을 통해 배웠다.


이미리 에디터의 ‘안 돌려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돌려 본 사람은 없다는 그 책!‘ 기사는 당장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나지 않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달려가 소개된 그림책들을 찾아보고 싶게 만들었다. ‘아르고스’ 코너 전에 이시내 에디터의 ‘구멍이 뻥뻥, 즐거움이 빵빵’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그림책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쓰이는 '책'이라는 매체의 활용 방식(구멍과 읽는 방향)에 놀라움을 경험했다.


그림책에 무지했던 나에게 새로운 지표가 되어줄 '칼데콧 상'을 소개하고, 84년간의 수상작 중 8권만을 추천해준 임민정 에디터의 ‘우리 아이들이 좋아한 칼데콧 수상작’은, 이번 호를 보고 '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새로 그림책을 추가하게 했다. 특히 2015년에 명예상을 수상한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의 소개를 보면서, 그림책이 아이들뿐 아니라 100세까지의 어른 독자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라키비움J>의 육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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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잡지를 읽으면서 유독 아이들과의 활동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림책 독자는 0세부터 100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복잡하고 긴 글을 읽기 어려운 어린이들이 홀로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육아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림책을 활용한 육아 정보들이 책 속에 크게 차지하는 이유다. 아이가 책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방법부터 숲으로, 유적지로 직접 움직이는 활동들도 소개한다.

 

최나야 교수의 ‘그림책 문장보다 그림책을 보면서 나누는 대화가 문해력을 더 많이 키운답니다’ 기사는 요즘 시대의 화두가 된 ‘문해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의 언어 능력 성장에 관한 내용이지만, 아직 아이를 키우지 않는 필자는 외국어 능력 향상에 적용해서 생각해 보았다. 외국어에 적용하면 글자를 읽는 해독은 수월하지만, 글의 뜻을 파악하는 독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어 그림책을 활용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이미 큰 어른이지만 정정혜 작가의 ‘파닉스 하는 아이가 딱 읽으면 좋은 그림책, 총집합!‘에도 눈이 간 이유는 12년 넘게 공교육을 통해 영어를 배웠지만 아직 익숙하게 영어로 소통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문법책을 뒤로 밀고, 영어 그림책을 통해 영어 발음과 자연스러운 표현에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떤 책을 먼저 읽을지 잊지 않게 기록해두었다.

 

이외에도 자녀나 어린 동생 또는 조카와 함께 하고 싶은 그림책을 활용한 활동들이 많이 소개된다. 노는 것이 좋은 필자에게는 이지현 작가의 ‘놀아 봐야 합니다! 놀아 봐야 압니다!’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림책과 연관된 구체적인 놀이법이 소개되어 있어서 당장 가장 마음에 드는 놀기 방식을 선택한 후 준비물을 챙겨 놀아볼 수 있다. 폴란드의 일러스트레이터 피오트르 소하의 말처럼 우리는 놀면서 배울 수 있다.

 

 

 

<라키비움J>의 공감과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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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잡지를 처음 읽으면서 그림책을 읽던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그림이 글보다 많은 책을 읽던 나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시절은 어른인 현재보다 고민 없이 즐거웠던 것처럼 기억을 왜곡되고는 한다. 대학에 온 후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20대의 인간관계도 어렵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친구 관계에서 가장 고민이 많던 시절은 매일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를 봐야 하는 초등학교와 10대 시절이었다.


필자가 <라키비움J 다홍>을 읽으면서 가장 위로와 응원을 받은 부분은 이시내 에디터의 ‘이 나이에도 친구는 어려워’ 기사이다. 그림책 짝꿍 동화책을 소개하는 코너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다른 기사들처럼 이야기 속 인물들의 나이를 살고 있는 맑은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다가 한 문장에서 멈췄다. ‘어린이라고 늘 행복할까?’


어린이의 세계를 생각하면 웃음과 온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실제를 잘 반영한 상상인가를 묻는다면 선뜻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아이들의 일상 또한 넘어지고 부딪혀 가며 배우는 나날이다.’ 내가 지나온 시간을 좋게만 생각하는 건 아이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할 준비가 되지 않은 태도임을 깨달았다. 더 이상 ‘나’만 생각할 수 없는 ‘관계’는 예측할 수 없고 처음이라 어릴 때 더 힘들다는 사실이 나는 이미 무뎌졌다.

 

<모모와 토토>는 공통점이 없지만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자신이 좋아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관심을 표현한다. 좋아하니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은 예상치 못한 쓸쓸한 결과를 가져온다. 최선을 다해 마음을 전했지만 실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좋은 책을 발견했다.


<핑!>에서 이야기하듯 우리는 각자의 세상에서 핑!만 할 수 있다. 친구의 퐁!에 상처받을 수 있더라도 마음을 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에 필요한 용기를 200쪽도 되지 않는 예쁜 그림과 짧은 글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현실에서 돌아오지 않는 퐁!을 견디며 날마다 핑!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것을 기대하며 나와 이미 어른이 된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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