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카페에서 똑같은 커피를 찾다 [문화 전반]

생활필요품인 커피를 마시며
글 입력 2023.04.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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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기에 ‘필수’란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총칭하는 강한 어투의 단어이고, ‘필요’란 없으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비교적 ‘필수’보다 강도가 약한 단어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필수는 아니지만 필요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단어들이 나오겠지만, 나의 대답은 “커피”이다.


물처럼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만 해도 답답할 정도로 나에게 커피란 ‘생활필요품’이다. 과제를 할 때, 일을 할 때, 친구들을 만날 때.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안 할 때에도 항상 카페에 가 커피를 마실 정도로 나에게 익숙한 음료이자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주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 커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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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이든 고유의 맛과 향은 지니고 있지만, 특히 커피는 정체성이 뚜렷한 음료라 생각한다. 길을 걸어가다가 어느 한 카페에서 새어 나온 커피 냄새만 맡아도 ‘이 근처에 카페가 있구나.’ 알 수 있고, 커피 아이스크림, 커피빵 등 커피를 주원료로 사용한 음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커피는 기본적으로 탄닌의 쌉싸름함과 고소함, 시큼함의 조화가 커피 특유의 향과 어울려 오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을 선사한다. 추가적으로 원두의 품종과 원산지는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추출했는지에 따라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맛과 향의 전달 방식이 달라진다. 또한 에스프레소에 어떤 재료를 추가하느냐에 따라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등 다채로운 모습과 맛의 커피가 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커피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자주 찾고 많이 마시는 메뉴는 바로 ‘아메리카노’이다.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지는 않지만, 커피 본연의 향과 깔끔함을 느낄 수 있는 메뉴가 아메리카노라고 생각하기에 어떤 카페를 가든 주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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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궁금한 점이 생겼다. ‘단순히 아메리카노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면,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가까운 편의점 또는 저렴한 카페를 찾아갈 수도 있는데, 왜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니는 걸까?’ 하고 말이다.


그 이유는 카페라는 공간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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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페를 들어가면 모든 공간에 커피의 향이 번져있다. 나의 방에 놓여있는 가구들과 달리 카페에 있는 가구들은 간단한 색을 지닌 채 정형화되어 단순하고, 재즈, 클래식, 팝송 등 잔잔한 음악들이 흘러나와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간을 천천히 머금을 수 있다.


또한 카페마다 가지고 있는 콘셉트는 단순히 판매하는 공간을 뛰어넘어 영감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요즘 글 작성, 디자인과 같이 창작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다 보니 계속 집에만 머물러 있는 것보다 새로운 카페에 들어가 주변을 살펴보고 작은 소품들을 구경하는 것이 소소한 재미이자 배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카페마다 커피를 전달하는 형식에서 차이점을 찾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요소도 접할 수 있다.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에서 은은한 조명을 틀어놓은 어느 카페는 흰색, 검은색의 묵직한 머그컵에 아메리카노를 담아 준다. 반면 따가운 햇빛이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어느 카페는 모든 면이 투명하고 꼬불꼬불하게 휘어져있는 유리컵에 커피를 담아 준다.


카페의 콘셉트와 환경에 맞추어 커피에도 알맞은 옷을 입히는 것처럼,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센스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카페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성격의 사람이 존재하지 않듯, 똑같은 카페와 커피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카페가 머물러있는 장소, 주변 풍경, 분위기, 매장 안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따라 카페 공간이 차별화되고, 똑같은 메뉴의 커피여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곤 한다.


단순히 지친 뇌에 힘을 주기 위해,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커피를 필요로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카페를 일부러 가는 이유는 내가 계속 머물고 있는 평범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커피를 만나보고, 사소한 센스들도 발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새로운 카페에 가 똑같은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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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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