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손글씨의 온기를 음악으로 건네는, 싱어송라이터 히코

“히코라는 이름으로 발매하는 음악들은 순전히 제 이야기이고 저의 기억과 추억들, 취향들로 빼곡해요.”
글 입력 2024.11.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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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요. 항상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누군가를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제 자신이 되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사랑이 제 말버릇인 것 같아요.

 

히코(hiko) 인터뷰 中

 

 

단풍은 가을을 더 가을답게 만들어준다. 나뭇잎을 칠하기 위해 초록색 크레파스를 들다가도, 가을 한 단어에 노랑, 빨강을 함께 쥐게 되는 ‘색’다른 낭만도 있다. 그런데 왜 유독 가을은 쓸쓸함을 함께 데려올까. 어쩌면 수분과 영양분을 잃어가며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단풍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가수 히코하면 가을이 떠오르는 이유도 비슷한 결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사랑을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들이기도, 가끔은 잃어버린 사랑을 차분히 되새기며 낙엽이 될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진심만큼은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남긴 편지 같은 가사들을 조용히 읊고 싶은 계절이 옴과 동시에, 쿨한 이별곡도 함께 도착했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대비되는 키워드를 음악과 영상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며 히코다운 발상을 한 스푼 추가했다. “감성, 음악, 친구, 시트콤, 사랑, CD, 나무···” 등에 관한 취향과 재미를 곁들인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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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MA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트인사이트 구독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한국 R&B 대표주자를 꿈꾸고 있는 히코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히코(hiko)’라는 활동명에 별 뜻이 없지만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 ‘hero of korea’라는 의미를 새로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요즘도 이 뜻이 유효한가요?


네, 그렇게 대답하고 있어요. 어릴 때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올리고 싶은데 예명이 없었거든요. 친구들이 그냥 ‘히코’라고 올리라고 해서 아무 의미 없이 올렸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진짜 정 때문에 이 이름을 쓰고 있어요. 


라디오 같은 매체에 나가면 제 이름 뜻을 여쭤보시는데, 뜻이 없다고만 말하는 게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팟캐스트 라디오 녹음하러 가는 길에 매니저 형한테 뭐라고 하면 좋을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hero of korea’ 어떠냐고 하는데 그냥 웃긴 거예요. 저는 누가 이런 걸로 한 번 웃으면 그만이라서.(웃음) 도착해서 라디오 녹음하는데 어김없이 뜻을 여쭤보셔서, 이 뜻으로 대답했습니다.




헤어지자고? 어젠 좋아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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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MA

 

 

오랜만에 새 싱글 앨범으로 돌아오셨어요. 신곡 ‘헤어지잔 말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하면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연인이 헤어지자고 하는 건 정말 하루아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는 긴 시간 내내 죽고 못 사는 사이였다가도 남이 되는 건 정말 한순간이더라고요. 그렇게 반복되는 만남과 감정에 싫증이 나서 곡 작업을 시작했어요. 가사에서도 나오지만, 분명 어제는 사랑한다고 했는데 다음 날 헤어져 버리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계신다면 같이 공감하고 싶어 만들었습니다.



‘헤어지잔 말에’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날 사랑하는 너에게’나 ‘요즘 나는’과 같이 담담하면서 농도 짙은 발라드곡일 줄 알았는데, ‘왔다 갔다 (Feat. Hoody)’처럼 톡톡 튀는 곡이어서 의외이기도 했어요. 싱그러운 멜로디로 인해 가사 속 이별의 장면이 미화되어 느껴지기도 하던데, 이에 대한 히코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곡 내용 자체가 이별 노래잖아요. 물론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좋지만, 이걸 마냥 슬프게만 담으면 뻔하고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사는 이별 가사되 송라이팅을 유쾌한 무드로 리드미컬하게 풀어내면서, 대비되는 맛이 느껴지는 쿨한 이별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근에 발라드를 계속 써와서, 이번에는 쿨한 R&B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뮤직비디오에서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셨는데, 전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으셨나요? 컨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전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게 컨셉이에요.(웃음) 제가 시트콤 마니아라서 ‘거침없이 하이킥’,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밥 먹을 때마다도 보고, 전 시리즈를 몇 번 돌려봤을 정도로 정말 좋아해요. 사실 시트콤이 딱히 진지한 내용이나 스토리로 웃기는 게 아니고 정말 실없는데, 그런 코미디 정서가 너무 좋고 저한테 물들어 있어서 뮤직비디오도 그렇게 찍어보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뮤직비디오를 몇 번 찍어도 보고 많이 봐왔는데요. 음악과 잘 어울리도록 제작하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이번엔 더 솔직한 저의 모습을 비디오에 담고 싶었어요.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고민하다가 시트콤처럼 찍게 되었고, 실제 제 동네 친구들이랑 만들었어요. 되게 웃긴 게, 영상은 엉터리 같아 보여도 나름 저희끼리 사전 미팅, 로케이션 조사도 다 하고 해가 어떻게 들어오는지까지 체크하면서 나온 결과물이에요.(웃음) 또 재미있는 디테일을 말씀드리자면, 오프닝 때 크레딧 자막이 거침없이 하이킥의 폰트로 나오는데요. 사실은 그 폰트 정보가 없어서 동호라는 뮤직비디오 영상 감독 친구가 직접 손으로 그리고 스캔 따서 만든 거예요. 진짜 친구들한테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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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인 제공

 

 

앨범 티징 사진에서 삐뚤빼뚤하게 적힌 글씨가 눈에 띄던데, 그 글씨가 품고 있는 의미가 따로 있을까요?

 

앨범 티징 사진부터 커버까지 모든 작업을 김동휘라는 제 친구랑 같이 했어요. 촬영 다 하고 새벽 2시였나. 둘이 앉아서 뭐 재밌는 거 없을까- 사진 들고 보고 있는데, 동휘가 저한테 연필 주면서 왼손으로 글씨를 한 번 써보라는 거예요. 당연히 삐뚤빼뚤하게 써졌죠. 어디에다 사용할 건지도 모르고 그냥 써놨는데 다음 날 아침, 사진에 넣었다면서 보여주는데 투박하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이번 곡의 무드와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바로 ‘아, 이렇게 가자.’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니라 친구잖아요. 그런데도 자기 일인 것처럼 도와줘서 덕분에 이것저것 편하게 시도하면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너무 훌륭하고 멋진 작가님들과의 촬영도 너무 행복했지만 친구 동휘와 함께한 촬영은 더 의미가 남다르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게 다 친구라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동휘한테 너무 고마워요.



사진 촬영, 의상 제작 등 앨범 비주얼 컨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사진 촬영하기 위해서 스튜디오도 가야 했고, 옮길 물건들이 많았어요. 사진 보시면 침대가 있는데, 그게 스튜디오에 있던 게 아니고 저희가 준비를 해와야 하는 거였거든요. 의정부에 동건이라는 제 친구가 있는데요.(웃음) 촬영 작업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그 친구도 도우러 와줘서, 당근에서 침대 사고 봉고차 불러서 싣고 나르고. 덕분에 편하게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앨범 커버에 쓰일 의상 제작에 심혈을 많이 기울이기도 했고 너무 재밌었어요. 제 친구 중에 최돈희, 손영일이라고 의상 디자인 전공을 한 옆 동네 친구가 있는데, 이번 앨범에 쓰일 옷을 만들어주면 어떻겠냐고 먼저 연락이 온 거예요. 전 너무 신나서 꼭 해달라고 부탁하고, 셋이서 원단, 부자재 등 모든 부분을 다 같이 했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음악에 쏟은 시간과 옷에 쏟은 시간이 거의 반반일 정도로 옷을 너무 좋아하는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을 선물 받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사실 친구라서 이렇게 옷을 잘 만드는 줄 몰랐는데, 작업하면서 남자 애들이지만 반했어요. 돈희하고 영일이 진짜 고맙고 사랑한다고 꼭 적어주세요.(웃음)




순도 100% 진심이 담긴 음악


 

 

 

이제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 ‘a home video’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듀오 a home video의 소개와 이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a home video는 저 hiko와 동갑내기 친구 sec paul로 이루어진 보컬, 프로듀서 듀오 팀이에요.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하고 곡이 좀 쌓였을 때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실천을 잘 못하고 있었어요. 이 친구 이름이 윤태인데, 윤태가 자기랑 듀오로 앨범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음악을 다 떠나서 친구였기 때문에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요. 커뮤니케이션도 너무 편하고 새벽에 서로 집도 오가면서 되게 재밌었거든요. 


저희 둘 다 앨범을 처음 만드는 거였다 보니 시행착오도 너무 많았고 안 좋은 일, 좋은 일 다 겪었었어요.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이 친구랑 함께여서 무서움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고, 종종 밤에 통화하면서 a home video로 꼭 다시 앨범 내자고 다짐도 해요.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와 윤태가 진짜 그리워요. 지금도 당연히 음악을 사랑하고 열정 넘치지만, 그때는 정말 순수했거든요. 어떻게든 누군가한테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언제는 연예인 회사에 찾아가 원터치 텐트 치고 기다려보자 하기도 하고 정말 무모했죠. 그래도 용기 하나만 가지고 했던 그 시절의 저와 윤태가 되게 멋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 언제쯤 a home video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각자대로 바빠서, 개인 앨범도 더 내고 지금보다 잘 되면 그때 a home video로서 작업하고 싶어요.



히코와 a home video 음악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히코라는 이름으로 발매하는 음악들은 순전히 제 이야기이고 저의 기억과 추억들, 취향들로 빼곡해요. 반면에 a home video는 보컬, 프로듀서 듀오 앨범이기 때문에 저와 윤태의 취향을 맞춰나가고 그걸 뾰족하게 깎아나가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각자의 취향을 한 곡에 묶어 나가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흥미로웠어요.


a home video 노래를 들어보셔서 아시겠지만, 가사의 98%가 영어예요. 제가 왜 그랬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그냥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그랬던 제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후에 히코로서 곡을 쓰면서부터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무조건 한글로만 쓰자고 고집해요. 한국 음악 특히 한국 발라드를 엄청 좋아하는데, 어쨌든 저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음악 하고 있으니까 이런 곡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되게 커졌어요. 한글 가사로 어떻게 하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내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게 관건인 것 같아요. 



히코 님의 가사를 보면 꼭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요. 가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발매한 곡들의 1부터 10까지, 무조건 100% 제 실제 이야기밖에 없어요. 상상해서 쓰는 거랑 진짜 내가 느껴서 쓰는 거랑 그 에너지가 다르거든요. 곡에 진심만 담고 싶어 하는 욕심도 있고요. 매번 거짓말로 음악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최대한 저를 표현하려고 해요. 그래서 좋은 가사를 써놓고도 ‘이거 뻥인데?’ 하고 좀 고민하는 경우도 많아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도 기록을 자주 하시나요? 히코 님의 기록 방식도 궁금합니다.


일기도 자주 쓰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 영상 찍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모든 행위들이 우리의 삶들을 기록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잊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요. 저한테는 그게 음악이고, 제가 가장 솔직하게 뱉을 수 있는 기록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소에 어떤 말을 하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관찰을 많이 해요. 제가 잘 안 쓰는 말인데 뭔가 그날따라 유쾌하게 나왔다거나 하면 저도 웃겨서 적어놓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조건 연필이나 볼펜으로 종이에다가 써놔요. 손으로 글씨 쓰고 옆에 조그맣게 그림 낙서도 하는데 그게 재밌고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다 쓴 노트들이 서랍 안에 되게 많은데, 가사 쓸 때 그걸 열어서 옮겨 담기도 해요. 

 

 

 

 

내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내 곁에만 있어주면

언제나 내 말버릇처럼

널 사랑한다 말해줄게

 

<말버릇> 가사 中

 

 

말버릇이 되기까지 무수한 반복과 무의식이 떠돌아야 할 텐데, 히코 님의 말버릇 자리에는 사랑이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히코 님 삶에 사랑이 얼마나 깊이 새겨져 있는지, 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일단 사랑이 없으면 음악 할 이유가 없어요. 가족, 연인, 친구, 동물 등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저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얻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를 죽을 듯이 사랑도 해보고, 그 사람이 떠나가거나 제가 떠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느 날은 하늘에 닿을 것 같이 행복한 날도 있고.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서 가장 솔직한 말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요. 친구들은 저한테 사랑한다고 안 하지만요.(웃음) 초등학생 때부터인가, 제가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표현을 아끼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항상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누군가를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제 자신이 되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사랑이 제 말버릇인 것 같아요.



속삭이는 듯한 히코 님의 팔세토 창법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가요?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아마 노래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 이거 들으시면 진짜 웃으실 거예요.(웃음) 어릴 때부터 노래 연습을 많이 하긴 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게 당연히 없고, 애초에 제가 그런 소리들을 골라 쓸 수 있는 실력도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소리를 쓸 때가 편하기도 하고 매력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음악 할 때 잘 부르는 건 둘째 치고, 나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찾는 게 숙제였던 것 같아요.


사실 저희 형, 어머니, 외할머니도 음악을 하셨는데, 제가 노래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도 반대가 엄청 심했어요. 원래 미술 입시를 해서 예중 예고를 나왔는데 음악이 너무 하고 싶어서 학교도 막 도망치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2년 동안 조르다가 어찌저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타고난 건 아예 없다고 전 생각해요.




히코의 취향 속으로,


 

작업실1.png

 

 

최근에 작업실을 새로 마련하셨는데, 작업 공간을 옮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셨나요?


가장 첫 번째로 음악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고 싶어서 나오게 되었어요. 나와 살면 돈이 엄청 깨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돈을 계속 모으고 싶어서 집에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작업실이 집에 있다 보니까 새벽에 작업하면 부모님이 깨실 수도 있고 층간 소음에 안 좋을 수도 있어서 항상 조심히 했거든요. 마음 편히 24시간 작업을 하고 싶어서 작업실을 옮겼어요.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 되게 많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가지고 나와서 한 공간에 몰아넣고 취향을 가득 담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그동안 정말 오래 버텼고 지금이 적기다 해서 나왔어요. 진짜 행복해요.


(작업실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나 소품도 소개해 주세요.) 하, 진짜 다 너무 애정하는 거라.(웃음) 여기 오디오 세트가 있는데, 밑에 CD가 굉장히 많아요. 이게 어디서 받은 것도 아니고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맨날 샀던 거예요. MP3, 핸드폰으로 듣는 것도 좋지만, CD는 음악을 만질 수 있잖아요. 디자인의 경우에도 아티스트의 취향을 시각화해 엿볼 수 있거든요.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다가 너무 좋아서 가게로 달려가 CD를 샀다던가, 그런 CD들에 대한 추억들이 하나하나 들어 있어서 이 공간을 좋아해요. 혼자 음악 틀어놓고 여기서 술도 마시고 그래요. 아, 이 책상 술 마시려고 샀어요!(웃음)

 

 

작업실2.png

 

 

뮤지션으로 살아가면서 삶에서 가장 변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까도 말씀드리긴 했지만, 순수함인 것 같아요. 음악을 그 자체로만 순수하게 사랑했던 게 언제였을까 생각을 해보면 음악으로 일을 하지 않았던 중고등학생 때인 것 같아요. 좋은 음악을 라디오나 어딘가에서 들으면 정말로 음반 가게로 뛰어가서 구매하고 전화 돌리고 그랬거든요. 누가 시켜서 한 것도, 무언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제 행복을 위해 한 거잖아요. 지금도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분야이지만, 순수하게 사랑했던 제 모습이 그리워요. 


가끔 가슴을 쿵 하고 때리는 음악을 찾으면 어릴 때로 돌아가는 것 같고 엄청 신나는데요. 올해 중순쯤, 나원주 님의 앨범 [나원주 1]을 처음 듣고 몇 년 만에 그 기분을 느꼈어요. 내가 이래서 음악을 하고 있는 거구나 싶었고 다시 피가 끓고 열정이 막 불타오르곤 했어요. 요즘 들어 제가 제일 사랑하는 앨범이에요.



‘needy’, ‘always’ 등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한 노래 중 정식 발매가 안 된 곡들이 있는데, 음원 발매 계획은 없으신가요?


사실 그 곡들은 커버 곡이에요. 가끔 심심할 때 커버 곡 녹음을 하는데 녹음이 잘 나오면 팬분들한테 들려드리고 싶어서 업로드 해놨던 거예요. 또 커버 곡 중에 불러서 올리고 싶었던 곡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어떻게 인연이 닿아서 제가 그 곡을 리메이크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발매하려고 사운드클라우드에는 못 올렸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음원 사이트에서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히코 님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왔어요. 이번 가을은 어떻게 즐기실 예정인가요?


다음 주 토요일 날 (인터뷰일 기준) 양평에 있는 용문사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를 구경하러 갈 거예요. 제가 큰 나무를 진짜 좋아해서 너무 기대돼요. 


새벽에 조계사도 종종 가는데 거기에 진짜 큰 나무가 있거든요? (큰 나무를 진심으로 좋아하시네요.) 네.(웃음) 새벽에 사람 없을 때 그 나무를 오래 끌어안고 주절주절 혼잣말을 해요. 그러다 한 시간 뒤에 스님이 종을 치는데 가만히 듣다가 오면 정말 좋더라고요. 근데 저 기독교예요.(웃음)



히코 님은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시나요?


사실 행복이라는 게 추상적이고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행복이라는 걸 생각하는 자체가 억지 행복이고 일부러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내가 이것만 하면 행복하겠지?’, ‘이것만 이루면 행복하겠지?’를 반복했는데, 그것 때문에 제 인생 자체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그냥 매 순간 행복하기로 했어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이만큼만 안 좋아서 다행이다 싶고, 좋은 일이 있으면 그거대로 감사하고요. 저는 항상 행복해요.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그동안의 제가 오롯이 담긴 EP 앨범을 만드는 게 일단 가장 가까운 목표이자 계획이에요. 막연히 잘 되고 싶다는 목표도 당연히 있지만, 제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과 저를 몰랐던, 그리고 앞으로 절 알게 될 모든 분들에게 선물 같은 곡을 들려드리고 싶은 게 진짜 목표예요.


제가 최근까지 싱글 단위로만 곡들을 계속 발매했었는데, 이제 EP 앨범에 수록될 모든 송라이팅이 거의 끝나긴 했어요. 사실 저는 곡을 쓰고 마음에 드는 곡들을 고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데, 다듬고 디테일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때문에 꽤나 긴 시간이 들고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EP 앨범도 생각보다 빨리 나올 수도 있고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제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정말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이거든요. 방법만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백 번 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진짜 정말 정말 너무 감사하고, 이런 분들 덕분에 제가 음악을 하는 거예요. 어쩌다 레스토랑 가서 팬분을 만나면 저한테 서비스 주실 때가 있는데, 그럼 저도 무조건 선물 사서 가져다드려요.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심지어 우연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거든요.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좋은 음악 만들어서 들려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인 것 같아요.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hiko 올림 -

 

 

 

PRESS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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