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크러쉬의 O는 계속된다 - 2024 CRUSH CONCERT [CRUSH HOUR :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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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피네이션
공연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시계는 CRUSH HOUR를 가리키고 있다. 콘서트 테마였던 ‘O’ 속으로 입장하며 크러쉬 음악 인생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은 지금까지도 여운을 남기며 머무는 중이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KSPO DOME(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4 CRUSH CONCERT [CRUSH HOUR : O]’가 성료 했다. ‘크러쉬마스’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맞이 공연을 선사한 크러쉬는, 올해 더 커진 스케일의 무대 선물을 들고 와 팬들을 찾았다.
크러쉬의 퍼스널 컬러는 무대 위
사진제공=피네이션
오프닝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크러쉬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무대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사이, 그는 천장에 매달린 무대 장치에서부터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등장만으로 공연장의 모두를 압도하는 CRUSH HOUR의 타이머가 시작되었다.
‘Crush On You (Feat. Swings)’를 비롯한 4곡의 오프닝 무대는 10년 전 추억을 되살린 동시에, 2024 버전 밴드 편곡으로 신선한 열기를 더했다. 몇 달 전 허리 디스크 수술로 인해 무대 퍼포먼스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긴 했지만, 다행히 그 어떤 무대보다도 즐기면서 댄서들과 수준급 춤 실력을 보여주는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가끔’, ‘미워 (Ego)’, ‘Rush Hour (Feat. j-hope of BTS)’ 등 큰 인기를 얻었던 곡은 물론, 크러쉬 앨범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갈 수 있었던 세트리스트 구성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취향 가득한 플레이리스트에서 귀로만 자주 들었던 음악은 공감각적 연출과 함께 풍부하게 즐길 수 있었고, 오랜만에 듣는 음악은 잠시 잊고 살던 감성을 다시 회복시켜 저절로 따라 부르게 만들었다.
“제 음악이 여러분 인생의 OST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많은 명곡 중에서도 특히 드라마 OST를 통해 크러쉬 팬이 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밝게 빛나는 응원봉과 핸드폰 플래시로 수놓아진 배경 가운데 ‘Beautiful’, ‘미안해 미워해 사랑해’가 울려 퍼진 그 장관은 두 눈에 담기에도 벅찬 아름다움이었다. 드라마 OST처럼 본인의 음악이 각자의 삶 속에서 위로와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 진심이 닿는 순간이기도 했다.
CRUSH with _____
크러쉬 단독 콘서트에 가면 크러쉬 옆엔 항상 ‘band wonderlust(밴드 원더러스트)’가 있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문장을 그들로부터 이해했을 정도로 지금까지 환상의 호흡을 맞춰온 밴드 원더러스트는 이번 공연에서도 ‘역시’였다.
콘서트 전에 공개한 키워드 인터뷰에서 “과거 버전으로 가는 곡들이 없기 때문에 날로 먹는 곡이 없”다는 크러쉬의 말처럼, 같은 곡에서도 전혀 다른 무대들이 탄생했다. 곡 하나하나에 서사를 담고, 음원에서 느끼지 못하는 세심한 사운드를 디자인하여 매 공연마다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 무대를 보여주는 음악적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코러스 팀도 함께하며 무대 퀄리티를 높였다. 개인적으로 크러쉬 음악 속에 촘촘히 쌓여있는 화음을 좋아하는데, 음원보다 풍성하고 높은 볼륨의 목소리들이 감싸져 감미로움이 배가 되었다. 4명이 하나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는 그 결과물이 말해주었다.
사진제공=피네이션
크러쉬마스의 깜짝 선물
무대 전광판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마을이 생겨나고, 2층 관객석 사이로 트리로 변신한 크러쉬가 등장했다. 캐럴 메들리를 부르며 공연장을 누빈 이벤트 덕에 관객들의 환호는 더욱 커지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번졌다.
콘서트의 전환점을 가득 메워준 게스트 라인업 역시 화려했다. 첫날인 20일에는 AKMU(악뮤)가, 21일에는 Jay Park(박재범)이, 마지막 22일에는 싸이(PSY)가 깜짝 등장한 것이다. 크러쉬를 응원하기 위해 와준 게스트의 공연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후반부로 달려가는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결국 콘서트의 엔딩이 찾아오고야 말았지만, 앵콜을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에 ‘잊어버리지마’, ‘SHE’ 등 무대로 다시 보답했다. 거기에 크러쉬가 준비한 마지막 선물, ‘[Dip Cuts Vol.1] Vinyl LP’에서만 들어볼 수 있는 미발매 신곡 ‘far-sighted’ 무대도 처음 공개했다. ‘원시’를 뜻하는 제목처럼 항상 멀리 있는 것들만 보다가 정작 가까이에 있는 건 놓치게 되는 상황을 그린 곡이라고 밝혔다. (현재 앞부분을 들을 수 있는 스페셜 클립 영상도 공개되었으니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CRUSH HOUR : O
사진제공=피네이션
콘서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O’의 존재가 맴돌았다. ‘인간은 결코 완전한 동그라미를 그릴 수 없다.’는 문장을 시작으로 삶의 순환까지 되돌아보게 된 그의 마음을 대입해 보기도 했다.
사실 불완전한 동그라미이기 때문에 찌그러진 부분을 펴기 위한 도구를 찾아 나서고, 끊어진 부분을 잇기 위한 연결고리를 탐색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병상에서 그린 작은 동그라미가 공연장 속 팬들의 응원과 에너지로 불어나고, 음악으로 서로가 연결되며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게 된 크러쉬처럼 말이다.
12월과 1월, 겨울과 봄처럼 끝과 끝은 가장 가까이 마주하며 동그라미를 연결한다. ‘2024 CRUSH CONCERT [CRUSH HOUR : O]’ 역시 끝이 났지만, 동시에 또 다른 끝을 마주하기 위한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무한의 동그라미를 그려나가며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주었으면 한다. 그럼 그 메시지가 우리의 추진력이 되어 다시 응원과 에너지로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크러쉬와 우리의 O는 계속된다.
[김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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