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을 사랑한 이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 전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글 입력 2023.04.0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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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뮤지엄이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를 개최한다. 루드비히 미술관은 쾰른 최초의 현대 미술관으로 피카소, 달리, 앤디 워홀 등의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그 세계 세 번째 규모의 피카소 컬렉션과 세계 최고 수준의 팝아트 컬렉션은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는 20세기 모던아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예술 사조와 거장들의 작품들을 아우르는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독일 표현주의, 러시안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추상 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 20세기 격변의 시대에서 태동한 예술운동의 배경과 서양 미술사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이에 영향을 받은 현 세기의 독일 예술까지 함께 조망한다.


 

Chapter 1 독일 표현주의와 러시안 아방가르드

Chapter 2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Chapter 3 초현실주의부터 추상 표현주의까지

Chapter 4 팝아트와 일상

Chapter 5 미니멀리즘 경향

Chapter 6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은 1946년 요제프 하우브리히(Josef Haubrich)가 나치의 탄압에서 지켜낸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쾰른 시에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1976년 페터 루드비히(Peter Ludwig)와 이레네 루드비히(Irene Ludwig) 부부가 350점의 현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본격적으로 설립되었다. 

 

루드비히 부부의 수집은 피카소의 작품에서부터 시작했다. 1950년 페터 루드비히는 작가를 주제로 박사 논문도 썼을 만큼 피카소에 관심이 있었다. 이 후 부부는 쾰른에서 열린 피카소 회고전에서 처음으로 그의 작품 <아티초크를 든 여인>을 마주한다. 작품의 실물을 직접 마주한 후, 그들은 피카소만의 자유롭고 신선한 표현에 사로잡히고 그의 작품을 평생을 바쳐 모으기 시작한다.

 

후에 그들이 애정했던 작품들을 기증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하기를 원함으로써 현재의 루드비히 미술관은 피카소의 작품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보유한 미술관이라는 뜻 깊은 영예를 가지게 된다.


 

Chapter 1 독일 표현주의와 러시안 아방가르드


20세기 초 새로운 예술의 표현을 갈구하던 독일의 예술가들 중,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중심으로 ‘청기사파’와 ‘다리파’가 생겨났다. 두 집단 모두 19세기 사실주의와 인상파 화풍에 대항하고자 했으며, 거친 붓 자국과 원색의 과감한 색채를 통해 인간 본성의 순수하고 원시적인 역동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수집가 요제프 하우브리히는 이들의 꾸밈없는 진정한 인간 묘사에 매료되어 그들의 작품을 수집했으며, 나치에 의해 퇴폐미술이라고 억압되던 작품들을 전쟁 후 직접 사들여 기증함으로써 독일 모더니즘을 지켰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사회 격변과 함께 러시안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예술적 실천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그 중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에 의해 시작된 절대주의(Suprematism)는 기하학적 추상주의의 한 흐름이었다. 절대주의를 지지하는 작가들은 비대상적이고 비재현적인 순수한 지각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로 화면을 구성했다. 두 나라의 예술은 격변 속의 혁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 다른 관점과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Chapter 2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1908년,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함께 창시한 입체파(Cubism)는 20세기 초 서구 미술의 전면적 혁신을 가져왔다. 이 미술운동은 폴 세잔의 작품과 아프리카 조각의 연구를 통해 시작된 새로운 조형언어의 탐구였는데, 색체와 질감을 제한하고 대상을 단면으로 분해한 분석적 입체파에서 콜라주라는 새로운 기법이 구사된 종합적 입체파로 전개되었다. 대상의 형태는 점차 세밀하게 확립되고 해체되기 시작하며, 화면은 조각으로 분할되어 전통적 회화의 재현성을 부정한다.

 

스페인 내전 발발(1936)부터 세계대전의 종결(1945)까지 피카소는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그렸다. <아티초크를 든 여인>에서 여인은 오른손에 중세 타격용 무기 모르겐슈테른을 연상시키는 아티초크를 잡고 있고, 무릎 위의 왼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고 있다. 배경에 가득 찬 회색은 전쟁터에 피어나는 연기를 연상시킨다. 피카소의 작품 전반에는 비참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암시가 가득하다.

 

 

Chapter 3 초현실주의부터 추상 표현주의까지

 

초현실주의의 예술적 실천중 하나인 앵포르멜(Art Informel)은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앵포르멜은 혼돈의 이미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형식적인 구조를 거부하고 무한한 자유와 직관적인 추상성을 지향함으로써, 전쟁으로 황폐화된 인간의 삶이 회복될 것을 암시한다. 또한 예술가의 즉흥성과 격정적 표현을 중시하여, 행위적, 서체적 붓 터치나 질감과 촉각의 성질을 강조하고, 선묘의 오토마티즘, 산란한 기호, 물감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석회를 바르는 기법 등을 구사한다. 이는 구상과 비구상을 초월하고 모든 정형을 부정하며 공간이나 질감에만 전념함으로써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려는 표현이다. 

 

 

Chapter 4 팝아트와 일상

 

팝아트(Pop Art)는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나 유럽 예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미술의 한 경향이다. 뉴욕의 팝 아티스트들은 반-예술적 태도로 신문의 만화, 상업디자인, 영화의 스틸컷, TV 등 대중문화와 서브컬쳐의 매스 미디어 이미지를 주제 삼았다. 이들은 대량소비에서 비롯된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을 강조했고, 유일무이한 고유함에 입각한 전통적 예술의 가치관에 반기를 들며 일상적 이미지를 예술적 표현으로 사용했다. 1960년 서독의 경제 부흥은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예술을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Chapter 5 미니멀리즘 경향

 

제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시각예술 분야에서 등장한 미니멀리즘은 음악, 건축, 패션, 철학 등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용어는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를 최소화하여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 결과,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미술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Chapter 6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

 

마지막 장에서는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이미징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영역으로 성장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을 소개한다. 냉전 시기 동안 루드비히 미술관은 동독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동독의 미술관 전시에 그들의 컬렉션을 빌려주는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통해 동독과 서독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에서 즐길 만한 포인트는 첫째로, 관객이 하나의 전시에서 20세기 미술의 발자취를 전체를 추적하는 폭넓은 사조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술은 삶에 대한 비평이 담긴 철학이다. 우리는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이 제시하는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20세기 거장의 작품들을 포함한 컬렉션을 통해 연대기에 따라 당대 상황에 맞서는 작가들의 시대정신과 함께할 수 있다.

 

다음으로, 루드비히 미술관이 폭넓은 작품을 소장하게 된 과정도 흥미로울 것이다.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사실주의가 아닌 작품들을 모두 퇴폐 미술로 규정하여 예술가들을 탄압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작품들이 소실되었다. 이 때 작가들의 작품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고자 한 시민들의 신념이 작품을 독일의 정치적 탄압과 분단, 통합 과정에서 지켜냈고 그 모든 과정이 이번 컬렉션에 녹아있다.


작품의 사이즈와 양에 비해 전시장이 협소한 편이어서 도슨트와 함께 이동하며 감상하는 데에 약간의 무리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작품들의 가치가 워낙 높다보니 도슨트가 계속해서 주의를 줘야 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작품들(78점)로 구성되어 모두가 가득 찬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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