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스크바로부터 - 영화, 6번 칸

탈출하려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서 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글 입력 2023.03.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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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칸_메인 포스터.jpg

 

 

퇴근을 했다. 원래라면 그 이후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어야 했다.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으니 나는 집까지 단 한 번 액정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도 갈 수 있다. 무료하고 기쁜 나의 집, 아침에 눈을 떠 지금까지, 사람 속에서 나는 집을 꿈꾼다. 아무도 나의 잔털이 난 신경 위로 걸려들지 않는 곳, 하얀 나의 집. 본사로 발령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기쁜 나의 귀로에는 익숙함과 고요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경의선 철길을 따라, 사위 고요한 창밖을 이따금 바라보며 나는 온다. 


그러고 보면 영화 자체가 오랜만이다. 누군가 어울려 영화를 보러 갈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서른이 넘는 즈음부터는 그저 오래 본 이들과 오래본 곳에서 오래 행한 방식대로 만났다. 광역버스는 구리 시계 市界를 지나 한강을 끼고 달렸다. 저녁, 낯선 길 간선도로로는 경의선 차창 밖으로 보이던 것과는 다른 것, 저녁 어슴푸레함이 먹먹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한강과 그 건너 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 영화가 기다리는 롯데월드 타워는 먼지 속에서도 멀리 빛났다. 강 저편에서 뿌옇게 빛나는 타워를 바라보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 


서울로 거꾸로 돌아들어 가는 버스 안에는 사람이 적다. 반대편 차선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에 비하자면 유쾌하기 그지없다. 잠실 지하 환승센터에 내린다. 내리는 사람은 두 어명인데 반해 타려는 사람은 끝이 없다. 기둥을 끼고 돌아서는 저 편 모퉁이 지나서까지 이어져 있는 줄이 또 한 번 보기에 유쾌했다. 5층 영화관까지 길을 여러 번 헤맸다. 요즘은 매표소에 상주하는 인건비도 아까워서인지 어디서 티켓을 수령해야 하는지를 다시 헤맸다. 저녁을 안 먹어서 팝콘과 콜라를 샀다. 그런데 그걸 안고 있자니 손이 모자랐다. 주머니에 넣어둔 티켓을 어떻게 빼서 보여주지, 나는 막막해졌다. 잠시만 대신 안아달라고 건네볼 손이 없다는 게 그때 조금 아쉬웠다. 다행히도 이마저 인건비가 아까운 탓인지 검표원을 대신하여서는 알아서들 들어가시오 하고 알려주는 팻말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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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을 다 먹을 즈음에 영화가 시작했다. 척 보니 주인공인 것 같은 여인이 시끌벅적한 파티 가운데에 내던져진 듯 서 있었다. 나는 벌써부터 어딘가 걱정스럽다. 나는 파티를 싫어하거든.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저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그 안에 비집듯 섞여 들어가는 것이 내게는 큰일이다. 주인공 라우라도 그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녀의 얼굴에 핀 주름을 보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녀가 파티를 어려워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한편 파티에는 가장 빛나는 사람이 한 명쯤 있기 마련이다. 이 무리에서 한참을 즐겁다가는 적당하다는 듯이 일어나 저쪽 무리로 자연스레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이편에서는 붙잡고 저편에서는 어서 오라는 듯 유쾌한 환대를 사는, 그런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심장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라우라의 눈에 비친 그 사람, 이리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런 그녀와 밤이면 같은 이불을 덮는 사이라니,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 피어나되 억눌러야만 하는 감정들과 장차 그녀에게로 찾을 예정된 서사마저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라우라는 떠났다. 이리나와 함께 떠나려고 예약까지 다 해두었지만, 역시나 그녀는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때면 늘 그렇듯이, 라우라는 괜찮노라 답한다. 이것은 하나의 공식이다.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녀는 모스크바에서 무르만스크까지, 1900km 거리를 기차를 타고 간다. 2등석 기차를 타고 간다. 암각화를 보러 간단다. 그것에 진지한 사람께는 실례되는 말이지만, 바위에 분필로 대충 칠해둔 것 같은 그림을 보려고 그녀는 떠났다. 정말 그것이 보고 싶었던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서울과 부산을 5번이나 왔다갔다한 끝에 볼만한 것인지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더구나 완행열차를 타고 갈만한 것인지를 모르겠어서 그렇다. 그 긴 시간 동안 나의 이리나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더라면, 암각화라는 것이 정말로 사람을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2등석은 4명이 끼어들어 갈 만한 정도의 크기를 하고 있다. 맞은 편에는 이리나 대신 낯선 사내가 앉아 있다. 나는 KTX에 앉아서라도 낯선 이와 독립된 공간에서 마주한 채로 있을 자신이 없다. 맞은편의 사내, 료하는 잘 생긴 빡빡머리였지만, 언뜻 보기에도 거칠게 생겼다. 눈에 서늘한 것이 끼어 있는 게, 아무래도 정답거나 소박하거나 소심하고도 세심한 것들을 나누며 조심대 보기에는 영락없어 보였다. 더 나눠떨어질 나머지도 없이 그랬다. 그는 옳다커니 술을 꺼냈고, 혼자 술을 거푸 하다가는, 우려했던 대로 무례한 말들을 던져댔다. 그의 말쯤은 참아볼 수도 있는 것이라지만, 그 말을 하는 그는 어딘가 위험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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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번 돌아가 버릴까 한다. 이리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여전히 파티의 주인공인 듯하다. 옆에서 말을 걸어대는 통에 나와의 전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 잠깐을 내어주지 못했을까.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옆에서 얼큰한 이들이 그 얼마나 성가시게 추근대었건, 수화기에서 떼지 않은 채 엄하니 진지한 눈빛을 지어보는 것만으로도 왈패들은 그녀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다음 역에선가 또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받지 않는다. 밤은 늦었고 아마 또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겠거니. 라우라는 사실 줄곧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리나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리나가 눈치채주기를 바랬다. 거긴 어때라고 묻는 말에, 괜찮다고 답했지만, 썩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윽고 역시 같이 갈 걸 그랬는데, 미안해라고 이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거기다가 괜찮은 척을 잠깐 하다가는 이내 아쉬움을 풀어 보이리다. 그리고 그리고 그대가 나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채 준다면, 역시 혼자 그 먼 길을 가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 하고 운을 떼준다면, 그제서야 나는 돌아가리라. 그러나 이리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 료하가 등장한다. 그때까지 여러 번 피하려고 했지만, 료하는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조심성도 없이 그랬다. 하물며 그를 피하고자 다음 차를 탔는데도 어김없이 같은 방, 6번 칸에서 마주한 걸 보니 나를 따라왔나, 하지만 그럴 리 없지 어떻게 하필이면 6번 칸에서 다시 만났겠어, 그러나 여전히 무얼 하느라 다음 차를 탔는지는 의심스럽다. 료하는 계속 다가온다.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가온다. 이대로 계속 무르만스크로 가기도 내키지 않고, 이리나가 있는 모스크바로 돌아갈 수도 없는 애매한 지점, 길 잃은 그 전화부스에서 마침내 료하는 라우라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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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이 영화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외로움이다. 편안한 눈빛으로 영화에 가득 차 있는 분위기를 흠향했다. 나는 사람의 외로움을 보는 것이 좋다. 즐겁고, 편안하다. 정다워진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내게, 사람의 원천이 외로운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권한다. 잊지 않도록 밀어 넣는다. 나의 이지는 그 사실을 이미 더 흔들어볼 수도 없을 만큼이나 단단히 거머쥐고 있다지만, 가끔 이와 무관한 가슴이 못마땅하다는 듯, 마치 저편 양지를 꿈꾸어보는 듯한 한숨을 쉬는 때, 나는 사람의 외로움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건 분명 공감이자, 이해받는 감각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날 대신하여 이렇듯, 마음껏 외로움에 취하여 어지러이 길을 잃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마음 한 편이 풀려난다. 일상 속에서 마음껏 어지러워 보기에, 여기는 너무 딱딱한 무대이자 한 가지 길만이 놓여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바라봐주는 사람은 없지만, 의식하는 눈빛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마음껏 외로워 대기에는 썩 내키지 않아서 말이다. 나를 알아볼 눈들이 없고, 그들을 혹여라도 마주칠까 걱정하는, 말하자면 가능성으로 이루어진 환영도 없으며,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할, 사실 내 안에 끈질기도록 상기시켜줄 공간마저 낯선 곳에서 마음껏 어지러워 볼 수 있겠다. 모든 몸짓들이 떠나옴과 동시에 그 공간에 갇혀 영영 버려둘 수 있다면, 초라함들은 다시는 돌아올 엄두도 나지 않는 머나먼 곳에 기억과 함께 묶여, 오직 그곳에서만 있고 그래서 한없는 멀리서만 바라볼 수 있다면 나도 그러하리라. 


두 사람의 외로움이 좋았다. 그 모두가 나이다. 료하의 서투름과 불완함과 충동과 불안, 라우라의 어색함과 마지못함이 모두 내게 있었다. 그건 아마 네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실 누구껜 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처한 무대가 딱딱한 현실인 이상에야 침묵으로 일관하느라 굳어진 혓바닥을 입안 감춰내야 했겠지만, 그대가 이 앞에서 그대도 다 몰래 웃고 있더라면, 그대 또한 나에 마찬가지이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니 보라, 라우라는 료하와 기차를 타고 있는 것이 즐겁다. 둘이서 3등석의 무료한 사람들과 담배연기와 하릴없는 카드 게임들을 지나 그저 즐겁다는 듯이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이며, 식당 칸에서는 들뜨는 듯이 자리해 무엇인들 가져오라는, 사실 메뉴는 상관이 없고 그저 누군가 식탁을 마주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넘실대는 조용한 고양감과 흥분을. 단 한 사람을 만난 것으로 이토록 해맑을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이 또 나의 모습이고, 위의 전처로 한 그대의 모습일 것이다.


식당 칸에서는 이제 종착역인 무르만스크가 머지않았다는 소식. 라우라는 그려둔 료하의 그림을 건네곤 자기를 그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 그림에다가 연락처를 남기며, 장차 오늘처럼만 계속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을 건네려고 하나, 료하는 갑자기 알 수 없다는 듯이 소스라치며 연락처가 적힌 그림을 구겨버린다. 아마 그는 장차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그를 미련하게 할 것이고, 그 미련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며, 하지만 지나치게 아픈 것이라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둘의 사이는 한순간에 들뜬 만큼으로, 한순간 소원해진다. 그것도 다 그 순간이 너무 즐거운 것이었으되, 딱 기차여행만큼만, 두 사람을 떨어뜨릴 수 없고 한 사람이 먼저 가노라 해볼 수도 없어 그 안에서만큼은 단단히 유지되는 시간이자 믿어볼 만한 약속이었기에, 사실 너무 붙들어 매고 싶어 불안해야만 하는 두 사람의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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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하는 결국 돌아왔다. 이렇게 매정하니 라우라와 헤어지는 것이 그를 덜 아프게 할지도 모르겠으나, 오래도록 미련하게 만들 것임을 그가 깨닫기라도 했다는 듯이, 느닷없게 돌아왔다. 마침 암각화가 있는 극지로는 땅이 얼어 육로로 갈 수가 없고, 바다로는 멀리 북극해로부터 떠밀려오는 인외의 파도가 가로막아 있다. 료하는 라우라를 위해, 라우라를 대신해 극지로 가는 배를 찾는다. 마치 그녀에게 처음 왔을 때처럼 거칠고 거침없이 그랬다. 실망과 초라함을 모르는 듯이, 포기와 체념을 모르는 듯이, 그녀에게 처음 온 듯이 그랬다. 그 모습이 그녀의 행복이 돼주었을까. 아마 그랬으리라 믿는다. 


북풍에 안겨 있는 눈보라가 수상하게 진동하는 통에,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돌무덤을 뚫고 바라던 암각화를 마주한다. 그건 참을 수 없이 시시했다. 료하는 이게 그대가 보고자 한 것이 맞느냐고 의문한다. 라우라는 다 되었고 충분했노라 답한다. "탈출하려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서 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대사처럼, 이곳이 탈출구가 아니었음을 라우라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를 이때쯤 그녀가 깨닫기 시작했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모스크바로부터 왔고, 다만 그곳이 그녀가 탈출해야만 하는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어디로 갈 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지만, 그녀가 모스크바로 돌아가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곳이 그녀의 탈출이 시작되어야 할 곳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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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순간 만에 그녀가 그녀를 얽매는 무언가로부터 탈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떠나온 길이 1900km였다고 하나, 그녀가 장차 걸어가야 할 길이 훨씬 먼 까닭이다. 다만 그녀의 탈출이 어디서 비롯되어야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겠지. 모스크바로부터, 시끌벅적하기만 하고 사실 어울리기도 어려웠던 그 파티와 낯선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이리나로부터 그녀는 탈출해야만 한다. 그녀를 간절하게 만들고 또 그녀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들과 꿈꾸되 가져보지 못하는 것들과 미련, 미련, 그녀는 떠나가야만 한다.


무르만스크의 호텔에서 라우라는 이리나와의 이별을 예감했다. 습관처럼, 혹은 미련처럼 전화를 걸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이리나의 침묵과 여전히 이리나의 곁에서 그녀를 부르는 즐거운 무리들과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은 그녀의 기색까지, 수화기에 한 줌 주저함도 없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라우라는 아직 그녀를 흔쾌히 보낼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떠나가리라는 것을 흐느끼진 않을 것이다. 다만 먹먹히 받아들이겠지. 


그녀는 료하와의 즐거운 시간에서마저 탈출해야 한다. 그 기억은 남길 수 있다지만, 그 시간 속에 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르만스크의 료하 곁에 남지 않는다. 그렇게나 드물게 즐거운 한때였기에, 그녀와 료하가 서로를 생각할 적에 길이 더불어 즐거워 보리라 기대할 법도 하지만, 둘 다 그런 우를 범하진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기차가 약속한 시간과 공간, 딱 그렇게 한정된 것이었기에 가능한 일탈이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는 나의 탈출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아직은 알 수 없다. 영화관을 나와서 집으로 갈 생각을 하니 조금 성가셨다. 더구나 내일 또 성실하게 일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에 더 그랬다. 석촌호수를 잠깐만 바라보다간 지하철에 올랐다. 그리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선 이들과 선릉역에서 우르르 타고 내리는 인파와 강남길을 따라 가득 자리한 사람들의 웃음 사이에서 늘처럼 생각한다. 나는 그대들로부터, 실은 얼굴 없는 그대들을 그리워하는 이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탈출할 수 있을까.


혹은 장차 내게도 어떤 느닷없는 사람이 찾을까. 이제는 익숙해진 고독에 팔을 괴고 생각하다간 이내 지운다. 내가 라우라에 대해 생각하듯이, 떠나가야만 하는 건 그 마음일 테니까. 네가 나의 라우라이고, 네가 나의 료하인가 미련처럼 생각해보지 않을 터다. 그들이 그러했듯, 우리가 떠나와야만 하는 것은 미련이고 그 전에 마지못함이고 그 전에 간절함이었으니. 그런 중에도 다 지우지를 못하는 생각을 잠깐씩만 하리라. 어딘가로부터 느닷없이, 또 선물처럼 다가올 그대를, 나는 아주 잠깐씩만 생각해보리다. 



[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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