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영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
글 입력 2023.02.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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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가 사망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릴린 먼로 전기 영화부터 마릴린 먼로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나 데 아르마스 주연의 마릴린 먼로 전기 영화 <블론드>만 해도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작품이니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과장이 아니라 본다.

 

그런데 그 많은 마릴린 먼로 관련 작품 중에 마릴린 먼로에 대한 사실만을 다루는 작품은 과연 몇 개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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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드>는 마릴린 먼로와 닮았다고 자주 언급되는 아나 데 아르마스가 마릴린 먼로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는데 전기 영화가 아닌 미국인 작가가 마릴린 먼로의 이름만 따와 쓴 픽션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생전 내내 섹스 심벌 이미지로 소비됐던 마릴린 먼로가 얼마나 연기에 대한 열정과 배우로서의 야망을 가지고 책을 사랑한 지적인 사람이었는지 보여줄 줄 알았다.


보통 전기 영화라고 하면 일단 그 인물에 대해 기본적인 애정을 가지고 잘못 알려진 이미지와 사실을 정정하기 위해 있었던 사실을 토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릴린 먼로가 생전 겪지도 않았던 일을 창조해 끼워 넣은 영화를 전기 영화로 개봉하다니. 그것도 마릴린 먼로가 탈피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던 섹스 심벌 이미지에 힘을 실어주는 성적인 장면들로.

 

마릴린 먼로를 그의 전기 영화로 홍보한 <블론드>로 처음 접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마릴린 먼로를 왜곡된 사실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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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넷플릭스에 있는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라는 마릴린 먼로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마릴린 먼로 사후 20년인 1982년에 영국 신문사 편집 차장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 검사가 마릴린 먼로 사망 사건 수사를 재개했다는 전화를 받은 탐사 보도 기사 앤서니 서머스는 마릴린 먼로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다큐멘터리는 마릴린 먼로의 헤어 디자이너, 동료 배우부터 FBI 전 요원까지 관련 있는 모든 인물들의 인터뷰를 재연배우들이 립싱크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각 자료만 있는 상태에서 시각 자료를 만들어 발언자가 누군지에 대해 이해를 도우려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친모와 떨어져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외로움을 영화로 달래면서 배우가 되고 싶어 했던 유년 시절부터 꿈을 이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연기 수업을 듣고 자신만의 프로덕션을 세우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마릴린 먼로의 편집증, 결혼 생활, 조 디마지오와의 일본 신혼 여행길에 전쟁 중인 한국을 방문해 위문공연을 열었던 유명한 일화, 케네디 형제와의 관계, 당시 미국과 쿠바 사이 핵 문제에도 관심이 있는 지적인 인물이었다는 것 또한 다루고 있다.

 

다큐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없었지만 마릴린 먼로가 노년이 될 때까지 연기를 했다면 어떤 다양한 모습으로 연기를 보여줬을까 궁금해졌다.

 

 

[크기변환]Marylin.jpg

마릴린 먼로가 생전에 했던 말.

내내 루머에 시달려야했던 사람을 사후에도 가만히 두지 않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도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마릴린 먼로의 생애보다는 죽음에 대한 음모론을 파헤치는 위주이긴 하다. 내가 본 마릴린 먼로 관련 다큐, 전기 영화 중 가장 사실을 토대로 하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마릴린 먼로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릴린 먼로가 직접 남긴 것들을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닐뿐더러 마릴린 먼로 사후 20년 뒤에 관련 인물들 입에서 나온 말의 진위 여부를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당장 한 달 전에 내가 뭘 했는지도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20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정확하게 기억하고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리고 마릴린 먼로는 유족도 남아있지 않아 대변해 줄 사람도 없다.

 

그리고 이 다큐도 여느 마릴린 먼로 관련 작품과 별다를 것 없이 여전히 마릴린 먼로를 가십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느껴졌다.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라는 시선을 끄는 단어들로 만든 제목과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사운드. 뒷모습 밖에 안 나오기는 하지만 사망 직후의 마릴린 먼로 사진을 꽤 오랫동안 보여줘서 놀랐다.

 

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죽음이 60년 넘게 매체에서 다뤄질 줄 알았을까. 마릴린 먼로라는 인물을 가십의 대상이 아닌 인간 노마 진으로서 존중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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