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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PRESS] 대상과 함께 호흡하기 - 제18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남긴 것은 각각의 답이라기보다 비슷한 종류의 거리감이다. 관객은 화면 속 삶을 보고 있지만 그들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이해하려 하지만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카메라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남기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관객은 믿는다. 그리고 느낀다. 한마디의 말조차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사람들을 대변하고,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고르고 있는 사람을 보여주고, 우리가 잊어버린 존재들을 카메라에 가득 담아냄으로써 말한다. 어떤 카메라는 요동치며 대상과 함께 호흡한다. 소리치고 뛰고 외면하면서 충실히 그 생동을 담아낸다. 그 성질이 어떻듯 간에 사람을 울리는 다큐멘터리는 모두 비슷한 힘이 있다.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그 힘. 모르는 일이 아니게 되는 수많은 삶과 사실을 직면하게 한다. 관객은 동조자로 끌어들이고 외친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영화에 대한 말을 꺼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재미있었는지, 잘 만들어졌는지,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극영화라면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질문들이 다큐멘터리 앞에서는 조금씩 어긋난다. 화면에 담긴 것이 이미 누군가의 삶을 그 너머의 삶, 우리가 스크린 밖에서 살고 있는 그 생생함을 너무 쉽게 정리해 버리
by
노현정 에디터
2026.09.29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가장 사적인 그들의 이야기 -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영화]
사랑과 돌봄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는가
영화가 시작하면서 감독은 “이 영화는 누나가 조현병에 걸린 이유를 설명하려는 것도, 조현병이 어떠한 병인지 설명하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힌다. 다른 인터뷰에서 감독은 자신의 가족을 “실패 사례”라고 표현하며,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가족들에게 이 기록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영화를 만든 목적을 밝힌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야말로 극단적인 주관
by
이하영 에디터
2026.09.1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답이 없는 질문에게 -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영화]
그 질문에는 정말 정답이 있었을까?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제목에서부터 과거를 향해 뒤돌아서 있다. '해야 할까?'가 아닌 '해야 했을까?'에는 과거가 존재한다. 그 속에는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질문들이 녹여 있다. 선택의 가능성도 없이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과 그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다는 후회의 감정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감독은 20년 동안 기록된 오래전
by
이상아 에디터
2026.08.31
리뷰
영화
[Review] 양감의 깊이가 곧 얼굴이 되는 사진 - 사진의 얼굴 [영화]
고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사진의 얼굴>은 아흔 살 포토저널리스트 구와바라 시세이가 평생 마주해온 얼굴들을 따라간다. 명암이 빚어내는 양감 속에서, 그의 사진은 기록을 넘어 진실 그 자체가 된다.
사진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절제되고 객관적인 기록일지 모른다. 그러나 좋은 사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명암이 만들어내는 깊이 속에서, 평면이던 피사체는 어느새 만져질 듯한 얼굴로 되살아난다. 일본 포토저널리즘의 거장인 구와바라 시세이의 반세기 넘어 60년간 이어진 작업이 바로 그 증거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그리고 사진가 구와바라
by
김정현 에디터
2026.08.26
오피니언
영화
[오피니언] 실패의 일대기가 가지는 가치 -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영화]
질문은 영화가 끝나는 시점부터 더 이상 후지노 가족만을 향하지 않는다.
기대와 조금 달랐던 영화였다. 도입부에서 감독이 분명히 하듯, 영화는 ‘조현병을 설명’하거나 ‘누나가 왜 조현병에 걸렸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거리를 둔 채, 감독만의 시선으로 가족의 모습을 담는다. 구태여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뒤 상영관은 적막했다. 내가 숨을 죽였던 건, 모든 말과 질문이 영화를 보는 동안 휘발됐기 때문이다. 감독이
by
정영인 에디터
2026.08.22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당신의 관심은 누구의 것인가 [영화]
유토피아가 될지 모두 사라지게 될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속 세상에 접속한다. 10분만 더, 20분만 더. 스스로 제한을 걸어보지만 그 약속은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이제 정말 꺼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관심사에 꼭 맞는 콘텐츠 하나가 또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며 끝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by
임채희 에디터
2026.05.23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균형과 조율 사이의 조화를 이루며 [영화]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삶에 대해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날의 컨디션과 기분, 마주하는 사람,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들에 의해 우리의 하루는 180도 뒤바뀌곤 하기 때문이다. 어떤 하루를 보냈느냐에 따라 삶을 향한 시선은 한없이 긍정적이었다가도, 어느 순간 비관으로 기울기도 한다. 내일의 내가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그 누구도, 심지어 나 자신조차
by
김지연 에디터
2026.04.24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돌아온 '다큐멘터리 3일' - 14년 만에 다시 만난 273번 청춘 버스 [사람]
흔들리며 갑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 <유퀴즈 온 더 블럭>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좋아하는 편이 있다. 그중 5화에서, 학교에 가다가 모자를 잃어버려 수업을 가지 않은 대학생을 만나 같이 모자를 찾는 편이다. 모자는 잃어버렸지만 우연히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일상 속 그 엉뚱하고도 잔잔한 흐름이 힐링이 되어 여러 번 돌려볼 정도로 좋아하는 회차이다. 그러나
by
윤경주 에디터
2026.04.18
오피니언
사람
[Opinion]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종착지로 - 돌아온 '다큐 3일' 273번 버스 [사람]
하루 평균 3만 명, 3만 가지의 이야기가 273번 버스에 오르다
잠시 숨을 고른 버스들이 다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곳. 4년 만에 돌아온 다큐멘터리 3일은 그들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흔들리며 갑니다. 다시 273번 버스, 72시간 273번 버스는 서울에서도 유난히 돌고 도는 노선으로 유명하다. 곧장 가는 지름길 대신 대학가를 휘감아 돌아 목적지에 닿는다. 서울 내 10개 대학을 거치는 탓에 ‘청춘
by
정가은 에디터
2026.04.17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보사노바의 꽃, 국가 폭력의 싹 밟기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테노리오 주니오르의 상쇄 하모니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2025) 장르: 애니메이션, 음악, 드라마, 역사 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 하비에르 마리스칼 배우: 제프 골드블룸 (목소리 출연) 상영 시간: 1시간 44분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록하고 애니메이션은 상상을 구현한다. 그런데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취하는 이 작품은 우리의 예상을 가볍게 지나치고는 선율의 경계에서 줄을 탄다.
by
신영주 에디터
2026.03.26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들으려는 마음 - 다큐멘터리 '말하지 않아도' [영화]
그래도 계속 가는 거야
지역 발달장애인 복지관에서 보조 교사로서 봉사를 하다 보면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연령대를 막론하고 각자 하고 싶은 얘기가 아주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콧물이 차 숨쉬기 어렵다거나, 급식이 맛없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거나, 다른 놀이를 하고 싶다거나. 대개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다만 신체적 제약으로
by
이다혜 에디터
2026.02.06
오피니언
영화
[오피니언] 기억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 다큐멘터리 큐레이션 [영화]
나는 ‘기억’이라는 개념에 갈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기억에 의해 영감받고, 기억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제안하며, 기억으로 이루어진 인간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세 편을 가져왔다.
나를 정의하는 일은 늘 기억에서 출발한다. “어디에서 자라고,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끼리는 친구가 된다. “그때 교실에서, 그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그래서 기억은 선택의 근거가 되고, 새로운 과거를 만듦으로써 연속적인 인과관계로 이어진다. 반면 기억되지 못하는 것은 영영 사라진다. 내가 늘 새로운
by
정혜린 에디터
202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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