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의 흔적은 곧 새로운 예술의 원천이 된다 -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도서]

글 입력 2023.01.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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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제대로 된 감상을 한 것일까? 졸작과 대작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창용의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프랑스”는 대중이 미술 작품에 대해 갖는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우리는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명작이라고 여긴다. 특히 나의 경우, 전문가들에 의해 규정되고 분석된 심미안만이 정답이라고 여겨 그것을 나의 것으로 적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관람할 때, 조금은 긴장된 상태로 보게 되었다.

 

전문가와 학계가 말하는 심미안의 시각으로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배움을 얻어갈 수 있지만, 온전히 나의 배움과 관람 경험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언젠가 한 번은, 전문가도, 대중의 취향도 아닌 나만의 취향이 궁금해졌다. 음악도 그러하듯, 전문가와 대중의 취향은 정말 오롯이 나만의 것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러한 부분에서 음악과 미술이 크게 다르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와 대중의 취향은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다. 최고의 화가라고 칭송받는 고흐조차도, 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한 여러 화가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그의 작품이 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프랑스의 여러 작품을 감상하며, 독자가 자신만의 심미안을 찾아가 보길 제안한다. 좋은 작품이란, ‘나 스스로 정하는 것’이자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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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


 

이 책의 구성은, 꼭 프랑스 여행-특히 파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시작하여, 오르세 미술관, 지베르니 정원과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까지 인류의 역사와 현대 미술까지 엄청난 볼륨의 프랑스 미술관을 안내하고 있다. 각 미술관의 특색과 중심적인 콘텐츠 등을 비교할 수 있어 다층적이고 풍부한 감상을 경험할 수 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루브르 미술관은 ‘인류의 보고’이며,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주의로 떠나는 아름다운 기차역’이다. 그리고 모네와 로댕, 그들의 영감의 근원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을 소개한다.

 

이렇게 미술이 활발히 논의되어오고 엄청난 역사를 일궈온 프랑스의 미술 작품 관람은, 자신만의 심미안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교과서이자 시작이 된다. 우리 눈에 익은 작품들과 낯선 작품들이 섞여 있어, 정말 내가 이끌리는 작품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 딱 한 작품만 소장한다면, ‘모나리자’를 소장할 것인가, ‘해바라기’를 소장할 것인가, 혹은 그 외의 것인가? 어떤 작품을 꼭 골라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취향을 구체화하는 과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확실히, 미술관을 빌려주고자 하는 이 책은 누군가의 심미안을 실험해보기 좋은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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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취향은


 

파리 여행을 두 번 다녀왔지만, 지금껏 가장 아쉬운 것은 로댕 미술관에 방문하지 못했던 점이다. 마지막 장인 로댕 미술관을 읽고 꼭 다음 파리 여행 일정에는 로댕 미술관을 넣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로댕 미술관에는 그가 모아둔 친구들의 컬렉션과 로댕의 작품, 그리고 감탄을 금치 못하는 드넓은 정원이 있다. 로댕의 영감이 가득한 곳이자,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샘솟는 영감을 제공하는 곳이다. 예술의 흔적은 곧 새로운 예술의 원천이 된다. 로댕 미술관이 정확히 그러하다.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제작한 지옥의 문을 오르세 미술관에서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거대한 크기의 작품은 접해본 적 있지만, 그런 크기에 사소한 디테일이 가득한 작품은 내게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작품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내지만, 구성과 섬세한 작업을 수행한 작업자에게 절로 경외심이 들었다. 예술적 영혼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정말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마냥 궁금하기만 했던 영역이다. 로댕의 지옥의 문 앞에서, 비로소 아른거렸다.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로댕은 이 지옥문을 장식하는 작품들을 일일이 설명하기 위해서 일 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영혼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이 느껴졌다. 그 작품 안에서도 로댕의 마음에 드는 작품은 또 따로 떼어내어 작업하기도 했으니, 지옥문은 로댕의 예술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장식을 로댕 미술관에서 천천히 산책하며 감상할 수 있다니, 지금 당장이라도 파리행 비행기를 결제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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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다시금 파리로 가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작품 하나를 발견하길 바랐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로댕 미술관이었다. 갔던 여행지를 또 가는 것, 조금도 고민되지 않았다. 아직도 찾지 못한 보물들이 많으며, 내 심미안을 적극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더더욱 내가 파리 여행을 다시금 가고 싶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다시 가면,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취향’에 따라 더 깊은 감상에 젖어 여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취향을 찾고 싶다면, 고유한 심미안이 궁금하다면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프랑스”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프롤로그를 읽고, 이 책에서 얻고 싶은 것을 설정해보자. 그리고 이 책이 안내하는 프랑스 미술관으로 떠나보기를 바란다. 파리행 비행기표이든, 당신만의 취향이든, 미술사적 지식이든 당신이 얻어갈 것은 아주 많다. 미술이 궁금한 사람들이 한껏 즐길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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