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과 겨울 사이, 독서 [도서/문학]

가을과 겨울 사이, 당신의 친구가 되어줄 책 두 권
글 입력 2022.10.0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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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의 계절은 독서에 가장 적합하다. 날씨는 기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나에게 독서하기 가장 좋지 않은 계절이다. 습하고 뜨거운 공기 때문에 책에 진득하게 집중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적당히 어둡고 조용한 가을의 공기는 글자와 종이 넘기는 소리에의 온전한 집중을 돕는다.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은 비로소 저녁이 길어진다는 말이다. 선선한 가을 저녁 공기 아래에서, 겨울이 되어 쌀쌀한 공기가 몰아닥치기 전 읽어 볼 도서 두 권을 추천한다.

 

 


알베르 카뮈 - 시지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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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 널리 알려진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는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나아가 카뮈의 철학관을 날카롭게 서술한 에세이이다.


카뮈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신문 기자로 ‘이방인’,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 희곡 ‘칼리굴라’, ‘페스트’ 등의 작품을 남겼다. 카뮈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시지프 신화에서 그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부조리한 인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뮈는 1957년에 43세의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지프 신화는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적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는 다소 파격적인 문장을 시작으로, 에세이 전반에 걸쳐 카뮈는 삶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임에 대한 논리를 다양한 측면에서 전개한다.


카뮈는 우리는 부조리한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를 통해 세상은 부조리하며 우리의 삶 자체가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삶은 절대 영원하지 않고, 부조리한 인간은 그 부질없음과 허무함에 대해 인식한다. 하지만 부조리한 인간은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삶을 받아들인다. 살아가는 이유를 신이나 종교에서 찾으라 말하는 이들의 주장에 반항하며 우리의 것인 운명을 살아가야 한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시지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신들을 기만한 죄로 죽어서 바위를 굴려 산꼭대기에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 산꼭대기는 매우 뾰족해서 바위는 올려놓자마자 바로 반대편으로 굴러떨어지고, 시지프는 다시 반대편에서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 올려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시지프의 이야기를 들으면 절망적이고 고통에 가득 찬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카뮈의 시지프 신화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지프는 삶을 살아가며 다시 바위를 굴려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하여야 한다”라는 말로 책을 끝맺는다.


시지프 신화는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직관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다.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편이라 중간중간 철학자들의 의견에 대해 카뮈가 반박하는 부분에서는 곧바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책 전반에서 카뮈가 다루고 있는 ‘살 가치‘에 대한 내용에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부조리한 인간이 되어 내가 보는 것들에 질문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는 부조리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오스카 와일드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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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저자인 오스카 와일드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이다. ‘벨벳 골드마인’은 영화 전반적으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비슷한 주제의식을 건낸다. 글램록이 유행하던 시절 락스타들을 그린 영화 ‘벨벳 골드마인’은 아름답고 쓸쓸한 것이 무언인지 보여준다.


영화 속 스팽글 화장, 각종 악세서리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미'를 추구하며 노래했지만 내면은 썩어가고 있었던 글램록 스타들의 모습은 소설 속 도리안 그레이와 닮아있다. 아름다움은 빨리 소비되고 문화는 변한다. 따라서 영원히 아름다운 것은 없으며 영원히 숭배되는 것은 없다. 도리안 그레이가 자신의 초상화를 스스로 찔렀듯 벨벳 골드마인의 주인공도 자살 퍼포먼스를 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화가 바질이 젊고 아름다운 청년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고, 도리언 그레이가 추악한 행동을 할 때마다 그림이 대신 추해지고 그림의 그의 나이를 대신 먹는다는 흥미로운 상황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나의 모습이다."

 

자기 자신을 이렇게 투명하게 글에 드러낸다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단순히 허구의 소설이라기보다, 오스카 와일드의 삶과 연관 지어 읽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고 보존하는 방식에 대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름다움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결국 추락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내게 아름다움에, 청춘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메세지를 준다.


한편으로는 추함과 아름다움을 분리시켜 생각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기도 했다. 추한 것이 있어야 아름다운 것도 존재한다. 추한 것을 모르는데 어찌 아름다움을 알 것이며 아름다운 것을 본 적 없는데 추한 것을 보아도 추하다고 느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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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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