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모두 뚝딱이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7.0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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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뚝딱이들에게


 

얼마 전 티빙에서 방영된 ‘뚝딱이의 역습’이라는 프로그램이 종영됐다.

 

K 댄스의 인기를 실감하듯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에 참여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화면 속에 담긴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리더들은 댄스 뚝딱이들에게 춤을 가르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목표는 단 하나다. 각 팀별로 하나의 완성된 무대를 펼치는 것이 프로그램의 미션이다.

 

프로그램 '뚝딱이의 역습'은 타 오디션과는 많이 달랐다. 잘 하는 사람을 뽑기보다는 ‘얼마나 뚝딱거리는가’ 서투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뚝딱 거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주관적이라 사람마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자신감과 의욕은 넘치는데 몸이 뻣뻣 했으며 , 오랫동안 무대에 서는 직업이지만 한정적이라 춤을 추는 것을 꿈꿨으며, 또 어떤 사람은 춤을 통해 재미와 힐링을 얻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저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춤’이라는 교집합으로 만난 이들이 같은 동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최종 목적일 터.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렇듯 역경과 갈등을 극복하고 결국 한 팀으로써 무대를 완성시키는데 성공한다.  나는  팀원 선출부터 무대에 올라 음악에 맞춰 동작을 맞추고 끝맺음을 하는 전과정을 보며 모든 참가자에게 감탄의 찬사를 보냈다.

 

무대의 열기가 모니터 너머로 흘러나올 때쯤 스우파 리더들이 전하는 한마디가 내 감성을 훅 파고들었다.

 

 

“춤 말고 인생이 저희는 뚝딱이일 거예요. 못하는 게 너무 많아요. 각자 자신의 분야에 프로인 분들이 와서 배우려는 자세 자체가 낭만이고, 과정이 낭만이었어요”

 

“뚝딱이의 역습이 아니라 뚝딱이의 역사를 만든 것 같아요"

 

 

아이키가 무대 직후 한 말이다.

 

나는 마음이 송곳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웬만큼 슬프거나 감동적이거나 잔인한 말에 동요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왜 그녀가 한 말은 가슴속에 과녁처럼 꽂혔을까. 화면 속 방금 막 무대를 끝낸 사람들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동시에 내 눈가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후 리더 모니카가 한 말을 듣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1등 하고 싶은 마음으로 뜨겁게 춤추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보다는 진심을 담고 싶었다”

 

 

나는 이 말이 크게 와닿았다. 일등만을 기억하는 사회에서 일등을 따라가기 위해 조바심 내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라는 말처럼 들려서 마음이 괜히 시큰해졌다.

 

 

 

당신의 첫, 서투른 걸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다


 

살아가면서 불처럼 활활 타오를 듯이 꿈을 좇은 적이 있었다.

 

열정으로 가득 차서 이거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던 무언가가 샘솟았던 시절이 내게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해 가며 하나는 포기하고 다른 하나를 해 나갈 때가 더 많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답안지 속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수많은 선택 속 할 수밖에 없는 것을 가까스로 해 내며 어떻게든 산다. 마치 게임 퀘스트를 줄줄이 깨 나아가듯이. 

 

내가 쫓던 무언가를 포기하고 새로운 길로 들어간다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동시에 용기 있는 일이다. 나는 겁이 많아서 아르바이트나 직장을 새로 옮길 때마다 지레짐작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이곳에서 밥값은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미리 재단하고 판단하곤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없어서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을 한 달 내내 하다가 바리스타 학원에 등록했다. 나는 학원에서 커피 내리기를 배우며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메모장에 적어내려갔다.

 

쉬면서 의미 있는 큰일을 이루려고 하기 보다 살면서 배워보고 싶었던 것, 도전하고 싶은 목록을 써 내려간 것이다.

 

처음은 누구나 서투르다. 남들보다 오랜 습득을 해야 순서나 동작이 외워지는 탓에 잘 할 수 있을까?로 시작했던 바리스타 수업은 재밌어서 할 수 있었다로 귀결됐다.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내게 학원 데스크 아르바이트나 학원비 정산 같은 일은 배워 두면 좋은 '쓸모있는 경험'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손재주가 없는 내가 최근 재미 붙이기 시작한 것은 요리하기다. 처음에는 양념을 낼 줄도 찌개 양을 맞추는 것도 못했는데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니 배시시 웃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누구나 처음 내딛는 발걸음은 서투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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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신만의 분야에서 묵묵하게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모습을 투영시켜 보여준 것이 뚝딱이의 역습이란 프로그램이 아니었을까. 나는 ‘도전 그것만으로도 되었다’고 감히 말한다.

세상에 수많은 일들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본다.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하라. 우물쭈물할 시간에 시간은 지나가니까. 서투를지 몰라도 가슴속에 쌓여 있는 열정이 진심이라면 늦지 않았다. 기억하라! 우리는 모두 뚝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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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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