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 [영화]

영화 <콜럼버스>, 모더니즘 건축을 향한 사랑
글 입력 2022.07.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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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포스터.jpg
영화 <콜럼버스> 포스터

 

 
영화 <콜럼버스>는 미국 인디애나 주 소도시의 이름이다.
 
콜럼버스는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다. 영화는 콜럼버스의 공공건축물을 보여 준다. 도시의 시청, 도서관, 은행, 교회는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건축 투어를 온 사람들이 은행 앞에서 설명 듣는다.
 
진(존 조)은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돌아왔다. 아버지의 병문안을 자주 가지 않는다. 진의 아버지는 유명한 건축가다. 아버지는 가족보다 건축을 더 좋아했다. 우연히 만난 케이시(헤일리 루 리차드슨)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들은 함께 도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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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럼버스> 속 밀 그레이스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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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럼버스> 속 시청

 


 

건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케이시는 독특한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쓸 때, 그는 폴더폰을 쓴다. 그는 평생 콜럼버스에 살았다. 케이시는 콜럼버스를 떠나고 싶었다. 엄마의 마약 문제로 떠날 수 없다.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
 
“익숙한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게 돼요.”
 
진의 대사처럼 콜럼버스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건축을 모르고, 알더라도 관심이 없다. 매일 보는 익숙함에 마음을 두고 살기 어렵다. 케이시는 다르다.
 
“평생을 지닌 이곳이 갑자기 달라 보였어요. 딴 세상에 온 것처럼요.”
 
케이시는 건축을 마음을 담아 좋아한다. 케이시의 콜럼버스 건물 순위가 따로 있을 정도다. 건축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냐는 진의 질문에, 관객은 들을 수 없다. 그녀의 표정을 보다 대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녀에게 건축은 구원이었다.
 
진은 아버지가 남긴 몇 개의 선이 그려진 메모를 들고 건물을 찾는다. 아버지 어깨너머에서 배운 건축의 이야기를 케이시에게 말한다. 그는 아버지의 믿음인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아버지가 그린 메모의 정체는 시청이었다. 케이시의 콜럼버스 건물 순위 20위에 드는 건물이었다.
 
“폴 셱이 생각한 건축은 치유예술이다.”
 
진과 케이시는 건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건축물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한 자리에 단단히 뿌리 박힌 건축물을 바라보며 자주 흔들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건축이 생각을 알려주지 않지만,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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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럼버스> 속 노스 크리스천 교회

 

 
 
명상 영화, 가만한 카메라의 시선


고요한 분위기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맴돈다. ‘명상 영화’ 같다. 카메라가 건물처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멀리서 건축물이 다 보이게 찍는 와이드 샷을 보면, 잔잔한 평화가 다가온다. 카메라는 한 자리에 머물러 진과 케이시를 비춘다. 마치 건축물이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 같다.
 
건물 안에서도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어윈 뮐러 하우스와 케이시네 집을 대비한다. 뮐러 하우스는 반짝이는 물건도 많고 넓다. 케이시네 집은 그에 비해 좁지만, 일상적인 물건이 나름대로 규칙이 있는 듯 자리를 차지한다.
 
건축물의 설계도처럼 정확하게 카메라가 있다. 소파에는 진이 있고, 침대에는 엘리노어가 있다. 애매한 선을 지키던 그들의 관계가 잠깐 무너진다. 카메라는 확실한 선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의 거울을 통해 장면을 보여 준다.
 
비대칭 속에 균형이 있다. 두 개의 집을 같은 선에서 보면 비대칭이지만, 카메라는 세심하게 대칭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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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도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보이지 않는 것과 항상 보이는 것을 보고자 한다.”

 

영화 <콜럼버스>는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보는 방법을 나에게 선물했다. 나는 일상에서 가볍게 스쳐 간 건축물을 천천히 응시했다.

 

어느 날, 한강 변 자전거도로에서 따릉이를 타고 달렸다. 나는 몇 번이나 멈춰 사진을 찍었다. 바로 위의 사진이다. 원효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곡선의 차도가 문득 다르게 보였다. 일직선의 도로보다 자연스러운 곡선의 도로가 아름다웠다. 영화는 항상 보이는 것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알려줬다. 결국 그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새로 온 사람은 콜럼버스에 정착하고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은 콜럼버스를 떠난다. 그들은 항상 보이는 건축을 통해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기 위해 노력했다.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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