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전시,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시네마천국>을 처음 본 건 5년 전이라 영화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있었는데, 전시를 다 보고 나니 영화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바로 이머시브 전시의 힘이다.
영화를 볼 때 항상 아름다운 공간을 보면 저 곳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진짜는 아니지만 비슷한 공간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영화 속 토토나 알프레도가 된 것 같았다.
1000평 규모의 전시장에 영화 속 장면을 실제처럼 만들거나, 실제 영화 소품과 가벽을 보니 내가 이탈리아의 파라다이스 영화관에 놀러온 기분이 들었다.
영화의 세심한 디테일을 전시회 공간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영화를 틀어주는 공간에서 영화 속 장면과 똑같이 사자 입에서 빛이 쏟아졌다. 영화 필름이 한 가득 쌓여있는, 알프레도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을 공간을 직접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밖의 이야기도 자세히 알 수 있다. 처음 개봉 했을 땐, 영화가 반응이 거의 없어서 금방 극장에서 내려갔는데, 이후에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미국의 아카데미 상까지 타게 된, 영화가 또 영화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
무엇보다 전시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엔니노 모리꼬네의 음악이었다.
<시네마천국>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스코어가 너무 익숙해서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좋은 영화가 되기 위해 좋은 음악이 필수적인 건 아니지만, 좋은 영화에서 좋은 음악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새로운 공간을 들어갈 때마다 귀를 가득 채우는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전시를 몰입해서 보기 최적화된 환경을 만든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실제로 내가 그 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산다는 건 영화랑 달라
인생은 훨씬 더 힘들지…
영화 보면서 사람들이 웃잖아
세상살이 힘든 걸 잊게 해준 거잖아
- 알프레도
가장 좋았던 건, 영화에서 마음 속에 깊이 남은 문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토토와 알프레도의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은 영화라는 공통점에서 시작한다. 긴 전시의 끝에서 “세상의 모든 토토에게”라고 적힌 알프레도의 편지를 보면 마음이 울컥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이든, 사물이든 진심으로 꾸준히 좋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영화 <시네마천국>이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잊고 사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도와준다. 삶에는 모순이 가득하고 이상할지 라도 좋아하는 걸 놓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