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뮤지컬 '유진과 유진' 김솔지 작가

글 입력 2022.07.0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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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22)] 메인 포스터1.jpg

 

 

이름도 성도 같은 두 유진은 중학교 2학년이 된 첫날 서로를 만난다. 큰 유진은 같은 유치원을 나온 작은 유진을 알아보고 ‘그 사건’을 언급하지만, 작은 유진은 사건은 물론이고 큰 유진에 대한 기억조차 전혀 없다. 두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시간을 지나왔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른 모양으로 기억되곤 한다.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상처는 언제고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두 유진은 각자의 방식대로 오래된 상처를 마주한다. 상처에 괴로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상처를 딛고 나아가기 위해서다.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유진과 유진>이 1년 만에 돌아왔다. 작품은 어린 시절 성폭력을 겪은 두 유진이 상처를 직면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1년 초연 당시 두 유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무대 밖의 '유진이들'에게도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평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2년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극본상과 작곡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재연을 맞아 지난 6월 28일 대학로에서 <유진과 유진>의 극본을 맡은 김솔지 작가를 만났다. 뮤지컬 조연출로 활동하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공연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김솔지 작가가 작가로서 꿈꾸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1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유진과 유진>

"관객분들과 제작사 관계자분들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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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극작가로 활동 중인 김솔지입니다. ‘어른동화’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뮤지컬동화도 만들고 있어요. 최근에는 글쓰기 교육에도 관심이 생겨서 글쓰기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진과 유진>은 작년에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 재연을 하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감사한 마음밖에 없어요. (웃음) 첫 작품이라 제가 쓴 글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는데, 제가 대본화한 작품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 반가워 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뜻이니까요. 재연을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해주셨을 제작사 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초연과 비교해서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연을 하게 되면 서사를 보강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어요. 작은 유진이 어릴 적 기억을 되찾는 넘버 '상자 속 기억'과, 그로 인한 방황을 다룬 '이카로스' 사이가 초연 때는 너무 짧아서 작은 유진의 분노가 쌓이는 과정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해당 장면에서 작은 유진의 이야기가 연속되며 큰 유진의 이야기가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있었고요. 이번 재연에서는 대사를 추가해 그 부분이 좀 더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보완했습니다.


극 막바지에 두 유진이 각자의 엄마 역할이 되어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의 대사도 조금 바뀌었어요. 저는 이 장면이 엄마를 이해하거나 용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두 유진이 자기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과정으로 느껴지기를 바랐거든요. 초연 때는 제 의도와는 달리 엄마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싶은 대사가 있어서, 그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유진과 유진>은 작가님이 작가로서 데뷔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 작품을 맡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2017년까지 여러 뮤지컬에서 조연출로 일하다가 2년간 극작 공부를 하러 유학을 다녀왔어요. 돌아온 다음 예전 조연출을 하던 인연으로 <유진과 유진> 제작사와 연결이 되었고, 『유진과 유진』이라는 소설을 뮤지컬로 써 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소설을 읽어 보니까 제가 중학생때 즈음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더 반가웠어요.

 

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또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소설에서는 한두 문장으로 짧게 설명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극에서는 장면으로 풀어내려니 어려웠어요. 또 소설의 모든 부분을 무대로 가져올 수 없으니 내용을 압축하되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지요. 동시에 극의 재미도 잃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소설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30대가 된 두 유진이 중학교 시절을 돌아보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30대인 인물들을 그리면서 원작의 중학생 캐릭터를 망칠까 봐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주의해서 작업한 부분이에요.


작업하며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는,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했는데 안예은 작곡가님과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몇 년 전 예은 님이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언젠가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루어졌거든요. ‘성덕’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웃음) 작곡가님 곡 스타일에 맞춰 가사를 쓰고 싶어서 하루 종일 작곡가님의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의 나 자신과 화해하는 방법

10대 시절을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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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유진과 유진> 공연 사진 ©낭만바리케이트

 

 
소설이 처음 나온 시기가 2004년이었으니 그때의 두 유진은 지금쯤 30대가 되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진과 유진>은 원작 소설과 달리 30대가 된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릴 적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책 속의 두 유진이 무사히 잘 자라 그 시절을 회상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는 걸 뮤지컬을 통해 보는 느낌이라 뿌듯할 것이다. 두 유진이 어릴 적 겪은 사건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지만, 그 사건은 두 사람을 파괴하지 못했다.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같이 아동 성폭력을 두고 흔히 쓰이는 표현은 피해자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이 두 청소년의 현재 이야기라면, 뮤지컬은 30대가 된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하며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인데요, 특별히 이런 형식으로 풀어나간 이유가 있을까요?


제작사로부터 2인극으로 써달라고 제안을 받고 몇몇 장면을 써보던 중 궁금증이 생겼어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요.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형식을 취하고 싶었죠.


그러다 유학 시절, 제가 우울감을 느끼던 시기가 있었는데 연극 수업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 감정과 연결된 어떤 대사를 하자 묘하게 치유가 되던 경험이 떠올랐어요. 두 사람이 대화하는 방식은 거기서 영감을 얻었어요. 또 그때 즈음 내 안의 어린 자아와 화해하는 법을 담은 『이너 본딩(Inner Bonding)』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기도 했는데요, 그 책을 생각해 보니 30대에 10대 시절을 돌아보는 게 한 사람에게 많은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30대인 저 역시 중학생 시절 받았던 상처들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 저의 성격과 제가 내리는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생각이 다 합쳐져 지금과 같은 <유진과 유진>이 되었습니다.


두 유진이 서로의 엄마 역할을 겸하다가 마지막에는 각자 자신의 엄마 연기를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유진과 유진>이 두 유진의 이야기인 동시에 두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작가님이 이 장면을 통해 특별히 의도하신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리극에는 역할을 바꿔서 상대방이 되어보는 부분이 있는데, 말씀하신 장면은 거기서 착안했어요. 제 의도를 여기서 밝히기보다는, 관객분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관객마다 그 장면을 다르게 보실 텐데, 제가 한 가지로 정의를 내리고 싶지는 않아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또는 넘버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마지막 넘버 ‘손 내밀어 Rep.’를 꼽고 싶어요. 저 자신에게 스스로 하고 싶은 말, 그리고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거든요. 제 마음을 담아서 쓴 가사인데, 거기에 맞게 또 곡을 너무 잘 만들어주시고 배우분들도 무대에서 잘 표현해주셔서 감사해요.

 

넘버 중 ‘탈출’에서 ‘세상을 한번 이겨보자’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세상을 이겨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세상이 어떤 의지를 갖고 나를 이기려고 하진 않잖아요. (웃음) 그런데도 살다 보면 뭔가 지는 듯한 기분을 많이 느껴요. 저한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절 알아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저도 상대방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거예요. ‘세상에 지는 느낌’이란 결국 세상의 시선에 짓눌리는 것 같고, 내가 세상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때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알아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다 괜찮아지곤 해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연대하며 힘이 생기는 거죠.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물론 쉽진 않지만, “뭐 어때”, “맘대로 생각하라 그래”, “괜찮아” 같은 말을 자기 자신에게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이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 믿어요.”

김솔지 작가가 꿈꾸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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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유진과 유진> 공연 사진 ©낭만바리케이트

  

 

<유진과 유진>의 중심이 되는 것은 작은 유진의 잃어버린 기억이다. 과거는 계속해서 현재를 침범해 두 유진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은 과거의 기억을 제대로 마주하는 데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이 극은 두 유진의 과거에 대한 극이면서 이들 앞에 펼쳐질 미래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유진과 유진>을 통해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김솔지 작가도 다양한 내일을 꿈꾼다. 인터뷰 막바지에는 김솔지 작가가 그리는 미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혹시 지금 작업 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살짝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50대의 고민을 담은 작품 하나,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작품 하나 이렇게 두 가지를 작업하는 중이에요.


앞으로 작가님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작가로서의 목표도 좋고, 개인적인 목표도 좋습니다.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작업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더 나아가 실험극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유학을 가서 ‘디바이징 씨어터(Devising Theatre)’라는 일종의 공동 창작극을 배웠는데, 정해진 대본 없이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경험과 움직임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한 편의 공연을 만드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또 한 가지는, 임신한 사람들이 나오는 극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 제가 임신 중인데, 몸과 감정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어요. 생각해 보니 의외로 임산부가 주인공인 극은 우리나라에 별로 없더라고요. 그런 극을 만든다면 실제 임신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좀 더 장기적인 목표로는, 신진 작가들의 데뷔 기회를 만들어주는 단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요. 물론 이건 시간이 흘러 제 능력이 많이 쌓인 다음에 구체화할 수 있겠지만요. (웃음)


마지막으로, <유진과 유진>을 보러 온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모두 다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유진과 유진>의 넘버 ‘손 내밀어 Rep.’의 가사처럼 괜찮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다시 괜찮아지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공연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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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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