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회복 시점에서 만난 ‘뷰티풀민트라이프 2022’ [공연]

글 입력 2022.05.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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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몽글몽글하다. 그날은 오랜만에 뮤직페스티벌에 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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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에 도착하고 88잔디마당과 가까워질수록 음악 소리가 들렸다. 야외공연장 입구 앞에는 ‘뷰티풀민트라이프 2022’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관객들이 있었다. 내 또래나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뜨거운 열기와 풋풋함에 스며들어 나도 생기가 돌았다.


잔디마당으로 들어서니 청량하고 화사한 피크닉존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 위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3년 전에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을 즐겼던 우리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울컥했다.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행사였다. 대학생 때 처음 알게 됐는데, 티켓값이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갈 엄두를 못 냈다. 잊고 지내다 보니 오랜 세월이 흘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인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민페가 문득 떠올라 그에게 소개했다.

 

그는 내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다는 말과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왜 이제야 알려줬냐는 원망 섞인 말을 하며 행사 일정을 알아보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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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2019년에 처음으로 그랜드뮤직페스티벌에 갔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예뻤던 피크닉존의 풍경, 좋아하는 사람의 들뜨고 신이 난 표정, 좋아하는 음악 장르, 도시락, 소풍 분위기,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 (모든 콘서트의 매력이지만) 음악으로 관객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 등 모든 게 영화 같았다. 그런 곳에 나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자유로운 관람 방식이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누워서 또는 함께 호응하며 공연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야외와 실내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원하는 공연을 선택해 즐기는 방식이 색달랐다. 총 5곳에서 공연했었는데, 가만히 앉아서 보거나 한 곳에서만 진행되는 공연의 틀을 벗어나 여러 스테이지를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방식은 내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 우리는 다음에 또 가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이 와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지웠다. 그리움도 사라진 줄 알았다.


우리가 앉았던 곳을 보자마자 울컥했던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 그리움이 있었다는 것을 드러냈다. 같은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같은 컨셉과 장소, 인디음악 위주인 뷰티풀민트라이프에 갔다. 이 페스티벌도 민트페이퍼에서 주최한 행사로 그민페처럼 실내와 야외에서 진행하는 여러 스테이지를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한 곳에서 하나의 스테이지에서만 공연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달라진 부분들이 있어서 아쉬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므로 수용했다.


뷰민라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민페 2019 때는 새로움, 신기함, 힐링, 설렘, 활력, 바랬던 것을 이룬 기쁨이 주된 감정이었으며, 마냥 신나게 즐긴 공연이었다. 뷰민라 2022는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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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 존의 매력


‘뷰티풀민트라이프’ 뿐만 아니라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피크닉 존이다. 피크닉 존은 돗자리를 펴고 가져온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푸드 존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사서 먹을 수 있다.


잔디 위에 앉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어도 엉덩이 통증이 덜하다. 그래도 불편하면 종이 의자나 빈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래도 힘들면 누우면 된다. 멀리서 피크닉 존을 보고 있으면, 옹기종기 앉아있는 관객들의 모습에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거리두기 완화된 후, 일상 복귀 시작점에서 열린 페스티벌인 만큼 소풍이나 여행 간 기분과 눈에 들어오는 피크닉존의 풍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쳐있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그래서인지 22년 5월의 뷰민라는 피크닉 존만의 매력이 유독 돋보였다.

 

 

새로운 것과 친해질 수 있는 페스티벌


뷰민라와 그민페는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색다른 진행방식의 공연을 경험하면서 공연의 틀이나 편견을 깨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인디 공연이 위주라서 아직 인디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새로운 장르를 알게 되는 시간이 된다. 피크닉을 하면서 또는 다른 관객과 아티스트와 하나가 되어 공연을 즐길 수 있으니 익숙하지 않은 장르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다.


내게 이번 뷰민라는 생소한 아티스트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에 갔던 그민페에서는 자주 듣거나 몇 번이라도 들어봤던 노래가 많았다. 그래서 각양각색의 공연 스타일을 경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줬다면, 뷰민라 2022에서는 몰랐던 아티스트들을 알게 됐다.


나는 낯선 음악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때, 다른 관객들은 마스크를 낀 채로 익숙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면서 난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음악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욱 넓었다.

 

 

마스크를 뚫고 나온 관객들의 목소리


뷰민라 뿐만 아니라 모든 공연 현장에 있다 보면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가수의 말 한마디, 음악 하나로 많은 사람이 단번에 단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손짓, 몸짓, 함성, 합창(떼창), 휴대폰 후레쉬로 하나가 된다. 19년에 그민페에서도 그랬고, 이번 뷰민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뷰민라에서의 관객들 단합이 더 기억에 남는다. 마스크를 낀 채로 함성을 지르고, 합창(떼창)하는 모습에 놀랐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관객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공연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과반수가 마스크를 끼지 않을까 봐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공간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노랫소리에 코끝이 찡해졌다. 덧붙여서 방역 수칙 안내 팻말을 리듬에 맞춰 흔들던 진행요원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제한된 부분들이 있었지만, 관객들은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됐다. 그 모습은 여느 공연보다 더욱 위대해 보였다. 지금도 그때 그 모습을 떠올리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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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 작년에도 뷰민라가 열렸었다고 한다. 만약 그때 당시 그 소식을 알았어도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시점에 22년의 뷰민라를 열어준 관계자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일상 회복 시점에서 만난 뷰민라라서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 별주머니에 넣으려고 애썼다.


생각보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관객들을 보면서 괜스레 뿌듯했다. 그러면서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즐겼던 19년 그민페의 기억이 겹치면서 가슴이 착잡했다.


 
관객과 아티스트, 스태프가 하나 되어 유난히도 기적적인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 왔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 다시 찾아올 봄의 정점에서 각자의 일상을 복기할 수 있을 놀라운 순간. 그 빛나는 주말을 함께 해주세요. - 민트페이퍼 홈페이지
 


‘뷰티풀민트라이프 2022’ 소개 글 중 ‘각자의 일상을 복기할 수 있을 놀라운 순간’이라는 문장대로 관객들의 얼굴에는 지침, 답답함보다는 미래를 향한 희망이 묻어났다. 함께 갔던 그의 얼굴과 나의 마음에도 희망이 보였다.


이번 뷰민라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달라진 일상에 지침,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힘들었던 기억, 좀처럼 체력회복이 되지 않아 답답했던 마음을 다독거려줬다. 애써 숨겨뒀던 그리움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 인해 피크닉과 인디음악이 어우러진 뮤직페스티벌을 많이 좋아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 날이었다.


22년 5월. 일상 회복 시점에서 ‘뷰티풀민트라이프’와의 만남은 깊은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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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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