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구나 한번쯤 꾸어 보았을 그 꿈을 만나보는 시간 - The Color Spot

우리는 언제나 꿈을 꾸고 깨어나고를 반복한다.
글 입력 2022.05.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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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r sopt: 꿈속의 자연’ 전시는 누구나 한번쯤 꿔보았을 ‘꿈’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담담히 들려준다. 어느 꿈을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관람자의 몫이다. 밤마다 우리를 찾아오는 그 꿈을 떠올려도 좋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그 꿈을 염두에 두어도 좋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전시는 때로는 오색찬란한 색감으로, 또 때로는 무채색으로, 꿈을 잃었거나 찾고 있거나, 꾸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따듯한 위로를 전하고 마음 언저리 어딘가를 건들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 기반으로 전시 콘텐츠를 기획하는 M.A.L의 첫번째 프로젝트로, 전시 공간 전체가 미디어 아트를 품고 있다. 마치 신비한 숲의 미로처럼 구성된 전시장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시계 토끼를 따라 환상의 세계로 떨어진 엘리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릴 적 갖고 놀던 색동종이처럼 다양한 색을 품은 미디어 아트 앞에 선 나는, 어쩐지 꿈에서 보았던 한 장면을 목도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꿈, 그것은 색깔을 지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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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밤 꿈을 꾸는 편이고, 상대적으로 꿈에 대한 기억도 잘 하는 편이다. 그러나, 문득 나의 꿈에 어떤 색깔이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선뜻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꿈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언제 나에게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 주었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렇기에, 전시공간 1번, ‘나의 숲’을 접하자마자 내가 현재 깨어 있는 상태로 떠올릴 수 있는 나의 꿈의 잔상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빈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가듯, ‘나의 숲’ 작품의 작가는 덤덤하게 자신의 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색깔은 없지만 어쩐지 나의 눈으로 들어와 뇌 속으로 닿은 그 장면에는 어울리는 색이 칠해진 느낌이다. 어릴 적 미술 시간에 배웠던 ‘크로키’라는 장르가 떠올랐다. 크로키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완성된 이미지를 구상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내게는 ‘나의 숲’ 작품이 그런 크로키 같았다. 그 선들에 어떤 색깔을 입힐지는 이제 나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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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유화와 같은 진한 색감을 자랑하는 작품들도 존재했다. 전시 공간 6,7,8번에 자리 하고 있는 작품 ‘유영’, ‘우주의 순간’, ‘사막’은 강렬하고 선명한 색체로 눈길을 잡아 끈다. 정교한 미디어 아트 기술로 구현된 이 색감 가득한 작품들은 어쩐지 현실 적인 듯하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로 관람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그 앞에선 나는 언젠가 꿈속에서 그랬듯, 현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 안의 풍경에 기대고 싶어 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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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무채색의 1번 작품 공간과 비교적 강렬한 색체를 뽐내는 3~8번까지의 전시 공간 사이에는 두 공간을 이어주는 매게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2번 전시 공간인 ‘Color spot’이다. 이번 전시 명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통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흰 색의 공간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작품은 그 안에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다. 그 색은 넘치다 못해 전시품 밖으로 흘러 흰색의 벽을 색감 있게 채운다.


Color Spot 작품의 캡션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두려움으로 덮인 그 안에 작은 꿈이 있다. 빛이 모인 곳, Color spot 이곳이 다시 한 번, 꿈을 꾸게 한다.’, 1번 작품 공간의 ‘나의 숲’이 검은 두려움으로 얼룩져 선뜻 꿈에 색채를 입히지 못하는 이를 지칭한다면, 이 2번 전시 공간이 이후 끊임 없는 몰입과 환상의 꿈 속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일종의 포트 키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어쩌면 이 작품 안에 나의 작은 꿈도 함께 담겨 이후 전시 공간을 찾을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거울과 비상구, 사소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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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유독 인상 깊었던 것은 자칫 ‘신기한 경험’으로만 남을 수 있는 미디어 아트에 관람객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세심한 전시 구성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 첫번째 키워드는 ‘거울’이다. 이번 전시에는 거의 모든 공간에 거울이 있다 싶이한데, 3번째 전시 공간 ‘꽃의 시간’에서 특히 이 거울의 기능이 빛을 발한다. 관람객은 처음 이 공간에 발을 들이면 우선 첫번째 꽃의 시간과 마주하게 되고, 뒤이어 뒤편에 위치한 꽃의 또 다른 시간과 마주한다.


바로 이 두번째 공간에 이르러서 거울의 비밀을 알게 된다. 건너편 거울에 꽃의 첫번째 시간이 비추어서 관람객은 한 자리에서 꽃의 모든 시간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때로는 작고 보잘 것 없던 순간부터, 만개하여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까지, 꽃이 살아온 순간들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져 우리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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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박한 구성이 가능한 것 이외에도 거울에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8번째 전시 공간 ‘사막’의 작품을 거울에 비친 모습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원래는 지금 보이는 모습의 반절만이 작품의 모습이지만, 거울을 통해 대칭적인 이미지가 연장되며 공간을 더욱 광할하게 만든다. 그 앞에 선 관람객은 자연히 한번쯤 더 작품에 눈을 기울이게 되고, 한번쯤 더 이 광막한 사막 속에 선 나의 모습을 들여다볼 것이다.


거울의 마지막 비밀이 여기에 있다. 거울의 본 기능이 그렇듯, 전시장 내 비치된 수많은 거울들은 주구장창 관람객을 따라다니며 그 모습을 비춘다. 그 뒤로는 작품과 전시장의 전경이 함께 비춘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이 환상적인 꿈의 공간에 나 자신이 포함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저 남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더듬어 올라갈 수 있는 지점이 그로써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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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전시장의 요소와 어우러져 한번쯤 더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었다. 전시 공간 9번에 위치한 ‘선잠’이라는 작품이다. 이 전시의 캡션을 보면 깊이 잠들지 못하게 하는 불편한 꿈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침대의 모양처럼 빛나는 네모 칸의 프레임은 잠자리 속에 갇혀 버린 어느 날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가위에 눌렸던 것 같기도 하다.


어딘지 음울한 기분이 들 때쯤 우측 상단에 위치한 녹색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비상구 표시이다. 비상구는 선잠 작품의 네모 프레임과 가까워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눈길이 그 곳으로 갔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위에 눌려도 탈출할 방법이 있듯, 음울한 두려움으로 덮힌 꿈 속에서도 비상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곤 하다는 사실을.

 

 

 

전시장의 나서는 순간까지, 몰입은 깨지지 않는다



The color Sopt: 꿈속의 자연 전시는 결코 긴 시간을 소요하는 전시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타 전시에 비해 조금 짧게 느껴 지기도 한다. 온전히 미디어 아트로만 채운 전시장이기에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시가 주는 몰입이 그 정도로 짧은가 하면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전혀 아니라는 답변을 하리라는 확신이 든다. 전시의 구성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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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첫번째 요소로 관객 참여 요소를 꼽아 볼 수 있겠다. 전시장 11구역에 위치한 작품 ‘나의 그림자’, 그리고 10번 공간에 위치한 ‘다시, 꿈’에서 관람객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비춰보는 간접적 방식 외에 직접적으로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시, 꿈’에서 머리 위로 손을 휘저어 보면 미디어 아트로 구현된 나의 실루엣이 화답할 것이고, ‘나의 그림자’에서 작품을 비추고 있는 손전등을 직접 비추어 보면, 건물 속 나의 그림자가 인사로 화답해 준다.


나는 처음에 이 공간이 관객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몰라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 체험을 해봤는데, 확실히 이전에 이미 보았던 작품임에도 직접 작품의 세계 속에 개입하고 난 후에는 감회가 새로웠다. 조금쯤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꿈 속 세계에 가까워진 느낌, 그로 인해 나의 실루엣과 그림자가 내게 전하고자 했던 것을 조금쯤 덜 잊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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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처럼 커튼이 달린 작품이 위치하고 있다. 직접 커튼을 여닫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닫혀 있던 커튼을 열어 미디어 아트 속 마주했던 작품과 마주하고 있으면 마치 꿈을 깨고 일어나 제일 먼저 커튼을 걷고 아침을 맞이하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록 전시의 끝이지만, 우리는 그날 밤, 또다른 꿈과 마주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 보다는 기대감이 앞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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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모두 끝이 나고 밖으로 나오고 나서도 전시의 몰입은 깨지지 않는다. 전시장 앞에 마련된 포토 부스와 카페 공간이 그 몰입을 가능하게 만든다. 포토 부스에는 The color spot 전시와 함께 디자인한 듯한 프리미엄 프레임이 존재했는데, 이를 이용해 같이 전시를 보러 간 지인과 사진을 찍으며 전시장 속의 나를 기록한다.


최근 꿈 기록장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포토부스가 그런 기록장 역할을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굿즈를 함께 판매하고 있는 색감 있는 배경의 카페 공간에 앉아 리플렛을 다시 들추다 보면, 그곳은 나만의 또다른 전시 공간이 되어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은 몰입감을 이끌어 준다.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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