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빵은 아름다워 -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사회 속 지쳐버린 우리에게 건네는 빵 한 조각
글 입력 2022.04.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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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달콤하고도

고소한 향으로

지친 하루를

위로한다.

 

 

어릴 때부터 포근한 빵의 식감을 좋아했다. 빵을 한 입 물면 결대로 찢겨지는데 그것이 좋았다. 그 결 안에서는 고소한 향이 났다. 그 향을 맡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밥보다 빵을 더 좋아했었고 그로 인해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빵만 먹으면 절대 배가 든든해지지 않아서 밥을 든든하게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집을 지나게 되면 그 빵집이 크든 작든 저절로 눈길이 돌아간다. 괜시리 코를 킁킁거리며 향긋한 고소함을 찾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여전히 빵은 나를 행복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엔 작은 빵집이 여러 곳 있다. 아침마다 빵 반죽부터 진열까지 직접 하는 공간들을 지날 때마다 나는 그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고 싶지도 않아진다. 하지만 단념하고 내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는 당장 바쁘게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나, 아르바이트생의 나는 서둘러서 걷지 않으면 안된다. 학생의 나는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미래에 대해 불안해지고, 아르바이트생의 나는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신임을 잃어 자칫하면 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그 빵 냄새에도 나는 더 이상 마음껏 즐길 수 없게 되었다.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의 필자인 개띠랑은 20대 초반부터 어릴 적부터 꿈꾸던 방송국에서의 디자이너의 삶을 살다가 5년 여만에 그만두고 동네 작은 빵집의 아르바이트생으로 20대 후반이 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개띠랑이 방송국 일을 2번이나 그만 둔 이유에는 사람도, 돈도, 명예도 그 일을 하면서 찾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힘들고 지치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그만둔 개띠랑은 빵집에서 개업 알바생으로 새로이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빵집 알바와 함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또 다른 삶도 준비해나간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난 개띠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게 많고 그 꿈들을 찾느라 많은 방황을 겪었던 나로선 하루 빨리 사회에 나가 그 꿈을 좇고 싶었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힘들어하고 그만둔 개띠랑에게 이입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개띠랑이 얼마나 방송 디자인을 하고 싶어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그만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괴감이 들었고 알바생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지 알아가게 되었다.

 

물론, 내가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 잔잔히 녹아있는 개띠랑의 고민을 통해 어렴풋이 그 내적 갈등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나는 함부로 개띠랑의 고민을 판단했던 것에 대해 반성했다. 개띠랑은 내가 그저 지나치고 체념한 유년 속의 행복했던 빵냄새와 함께 훨씬 더 강인하게 성장한 사람이었다.

 

근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내가 하고 싶어하는 몇 가지 일들을 이뤄냈을 때 과연 나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에 대해 마냥 기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들을 이뤄냈어도 나는 그 속에서 또 다른 목표나 혹은 업무에 의해 나 자신을 잃어가고 하루 하루 행복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예측은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지금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개띠랑은 그런 나의 고민을 자신도 했다며 말미에 말한다. 직장을 그만둔 자신은 정지가 아니라 일시정지라는 것을, 그리고 빵집 알바생 또한 새로운 진전이라는 것을. 나는 어찌 보면 그냥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급급했던 게 아닐까. 그 목표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해서는 목표라는 이름의 족쇄를 채우고 있었던 게 아닐까.

 

빵 냄새는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오늘도 빵집을 지나치며 오븐에서 나온 빵이 점차 식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길을 걸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요즘은 빵 냄새를 마음껏 맡은 적이 없는 것 같길래 집에 도착하곤 곧장 식빵을 뜯었다. 결 사이사이에 배어있는 고소한 빵 냄새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나 하나였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다시 그 빵 냄새에 대해 체념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어릴 적 내가 큰 지금의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는 빵집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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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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