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중력을 꿈꾸는 슬픈 불멸주의자 - 희망과 절망의 경계 [음악]

글 입력 2022.03.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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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는 앨범으로 음악적 세계관을 형성한다. 각각의 독립적인 이야기를 하는 단편일 수도, 긴 시간 동안 각 앨범이 모여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어나가는  장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상의날개는 후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순간과 영원을 담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앨범을 통해 방대한 세계관을 형성해 나가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앨범을 통해 음악 세계관을 형성하며, 앨범 속 수록곡의 배치를 통해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해나간다.


이 관점에서 상실의 슬픔을 통속적인 음악 장르로 풀어낸 [상실의 시대(2011)], 여기에서 출발한 세계관은 이후 발매된 광활한 우주를 동경하는 [의식의 흐름(2016)]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후 발매된 [희망과 절망의 경계(2021)]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상실의시대]와 [의식의 흐름]의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며 세계관을 촘촘하게 만든다.


[상실의 시대]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와 동시에 현재 이상의날개의 음악적 형태나 색채뿐 아니라 그들이 영원한 우주를 노래하게 된 계기까지, 알지 못한 이면을 밝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렇기에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은 각각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음악들이 연결되어 있는,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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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의 경계 

 

[TITLE] 그림자 (Feat. 아슬)

중력

일루션

[TITLE] 스무살

푸른봄

어느 날 둔촌동역 앞 횡단보도를 걷다가 가만히 서서 바라본 하늘

인간실격

영원 (Feat. 아슬)

 

 

[희망과 절망의 경계]의 첫 트랙이자 포문을 여는 ‘그림자’에서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희뿌연 안개 속을 헤매는 모습, 아슬하게 그 경계를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인간으로 말이다. 안개를 통해 존재가 지워지고 속이 텅 빈 실루엣이 된 자신이 마치 그림자 같다고 말한다. 이 비유는 이전 [상실의 시대]에서 ‘나를 잃어버린’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과 일맥상통하며, 어쩌면 [상실의 시대] 속 인물이 이번 앨범과 동일 인물임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림자

 

 

[상실의 시대]에서 허무와 무기력으로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고통을 묘사했고, 역시 이 앨범에서도 상실에 대해 노래한다. 닿을 수 없는 그때를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스무살’과 같은 곡과 고통을 노래하는 ‘그림자’ 또는 ‘인간실격’ 등 그리움과 고통을 부르짖는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상실이라는 부산물이 이상의날개의 음악을 아름답게 만든다.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선 더 나아가 그들만의 결론을 내린다. 그 답은 ‘영원’이다. [희망과 절망의 경계]의 마지막 트랙 명이자 죽음이라는 결말이 뻔한 인간이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다. 이는 이번 앨범의 주제 의식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번 이전 수록곡까지 쌓아 올린 이야기를 단 한 곡으로 표현한 음악이다.


‘영원’ 트랙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이 바라던 이상은 저 너머의 영원이라는 것에 있었다. 이 깨달음으로 그들은 [의식의 흐름]에서 영원이 존재하는 우주를 펼쳐놓는다. 하지만, 음악의 본질을 들려주고,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가사로 인해 청자는 그들이 어째서 우주를 말하는 지를 알 수 없었다.

 

어느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악기를 통해 우주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흩날리는 인연과 관계, 시간 등의 관념을 음악을 통해 순간을 붙잡는 음악을 보여준 것이다. 어느 평론을 빌려 표현하자면, *“어느 순간 우주에서 뚝 떨어져 말을 늘어놓는 음악’처럼. 게다가 고집스레 침묵하며 거칠고 날카로운 악기 연주와 인연, 공허함, 관계 등의 관념을 음악이라는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들은 말한다. 왜 영원이라는 관념을 노래했는지, 왜 순간에 감정을 덧붙여 기억으로 남기려 했는지. 이전 [의식의 흐름]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음악적 방향에 대한 답을 해준다.


 

 

중력과 밀고 당기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은 죽음이 끌어당기는 중력에 눌린 채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지난날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고통과 고뇌에 몸부림친다. 마치 진통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어 희망과 절망을 횡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희망과 절망, 그리고 또다시 희망과 고통. 이 주기를 몇 번 반복한 후 죽음이 끌어당기는 중력에 서서히 잠식당한다.


앨범 초반에 수록된 곡들은 비교적 명확한 멜로디와 분명한 가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첫 트랙 ‘그림자’에서는 강한 에너지를 토해내는 보컬의 목소리로 청자의 귀를 사로잡으면서 첫 포문을 연다. 뒤이어 ‘중력’을 기점으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은 뒤틀린다. 어딘가 비틀린 시간을 표현하는 일렉기타, 흐름 속에서 사라지는 보컬과 가사, 그리고 후반부의 악기들의 속주가 마치 시간이 소용돌이처럼 빨려든다.

 

 

중력

 

 

분명함과 희미함이 반복되면서 희망과 절망의 투쟁이 시작된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느끼는 혼란스러움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일루션’에 뒤이어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스무살’이 배치되었다. 오랜 방황 끝에 다시 돌아가려는 지친 인간의 초상을 희미한 안개로 표현한 ‘홈’으로 이어진다. 청춘이란 단어를 풀어놓은 ‘푸른 봄’과 개인적인 일화를 담았지만,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님을 나타내는 ‘어느 날 둔촌동역 앞 횡단보도를 걷다가 가만히 서서 바라본 하늘’. 이제 이 인물은 시간 속에서 소멸의 끝에 다다른다.


‘향’, ‘인간실격’ 두 곡 모두 검은색으로 칠해져 죽음을 상기시키는 곡이기도 하다. 이전 싱글로 발매된 ‘향’과 ‘인간실격’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죽음과 가까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하는 곡이다. ‘향’은 재난과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자들을 추모하는 곡이며, ‘인간실격’은 자기혐오에 빠진 인물의 고뇌를 그리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의 결말은 알 수 없지만, 동명의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결말이 예상된다.

 

 

인간실격

 

 

앨범이 재생될수록 후반부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것도 이번 앨범의 감상 포인트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죽음과 맞닿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곡들이 후반부에 배치된 것처럼 말이다. 중력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바로 죽음. 고통의 삶의 끝에서도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인간. 이상의날개가 선택한 것은 ‘영원’이다.

 



중력의 세계를 부유하는 슬픈 불멸주의자



마지막 트랙이자, 이상의날개가 지향하는 음악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메시지 ‘영원’이다. 무려 14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여담이지만, 쇼케이스에서 들은 곡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내면을 울리는 곡이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을 뒤틀어버리면서 다른 공간으로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만큼 강함 음악의 힘을 지닌 곡이다.


베이스의 도입부가 ‘공’의 공간으로 만들고, 촘촘히 쌓아 올린 악기와 울림이 청자를 음악 속으로 이끈 후 도달하는 영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 순간에 멈추고, 그 순간만이 존재하는 작은 점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아득한 저편의 상념으로 도달한 순간까지를 14분으로 함축한다.

 

 

영원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슬의 몽환적인 음색이 청자를 영원으로 끌어들인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듯, 안개 낀 하늘을 형성하는 사운드와 몽환적인 보컬, 그리고 마지막에 격정적으로 온 힘을 쏟아내 폭발하며 우주를 형성한다.


마지막 ‘영원’을 들을 때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이상을, 격렬하게 반응하며 터져 나오는 부르짖음을 들으면서 이상의날개는 이야기를 마친다. 격렬하게 타오르며 급류에 휩쓸려 흘러가는 순간을 잡으려는 노력처럼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불가능한 불멸을 꿈꾸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곡이다.




영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상실의 시대]에서는 보다 더 확장된 세계관이자 [의식의 흐름]의 프리퀄인 [희망과 절망의 경계]. 희망과 절망의 경계 너머에서 바라본 영원, 이상의날개는 상실을 안고 영원에 도달하려 한다. 중력의 무게에 눌려 희망과 절망의 경계를 비틀거리는 인물이 결말에서 중력을 초월해 영원이라는 것에 도달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나온 과거와 이상향 그리고 영원까지, 그들이 노래하는 모두는 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망을 노래한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이라는 필멸의 존재라는 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삶은 유한하기에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유한한 삶을 가진 인간이 그럼에도 영원을 부르짖는 그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 서서 바라본 영원과 죽음 앞에서 영원을 외치는 인간의 모순, 그리고 그 모습이 아름답게 빛난다.

 

  


 

 

*호저나무 브런치, <무언(無言)의 말이 걸어오는 대화>

(원문 : 이 음악은 어느 순간 우주에서 뚝 떨어져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청자를 위한 배려가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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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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