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존과 변화, 그 사이 조화를 찾는 이들 - 나는 제주 건축가다

글 입력 2022.01.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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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주절주절 말할 때와, 멍하니 혼자 있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훌쩍거릴 때,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이는 것이 인간이니까, 방도 거기에 맞춰 역할을 분담하는 게 좋다, 고

 

-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인생의 대부분을 대도시에서 거주한 사람들에겐 예쁘고 아기자기한 집보단 네모반듯 칙칙한 고층 빌딩이 익숙하다. 차이점이라곤 위치뿐인 이 빌딩들을 보며 건축의 의미와 가치를 떠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난여름 스치듯 읽은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처음으로 '건축'의 의미와 과정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했다. 높은 빌딩숲 속에서 책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던 때 이 책 <나는 제주 건축가다>를 만나게 되었다.

 

다소 선언적인 제목, "건축가"라는 직업, 거기에 코로나 이후 최고의 여행지로 떠오른 "제주도"라니. '제주의 건축가들은 뭐가 다를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속 선생님처럼 본인만의 철학과 생각을 녹여낸 건축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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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건축가 19명은 '제주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마다의 경험과 가치관을 녹여내 제주다움을 정의한다.

 

그 외에도 이들이 생각하는 제주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간, 영향을 미친 책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들에게 건축의 의미는 무엇인지 언뜻 언뜻 보이기도 한다. 물론, 19명의 건축가는 고유한 경험과 생각을 지니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조화'라는 키워드가 이들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느꼈다.

 

제주의 지역성, 즉 '제주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들의 답은 제주도가 섬이라는 사실로부터 뻗어 나간다. 제주도만의 강한 바닷바람과 따뜻한 기후, 다양한 흙과 지형 덕분에 제주도에는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건축 양상이 생겨날 수 있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제주도가 오랫동안 고유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었고 꽤 오랜 기간 그 문화가 훼손되지 않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제 제주도는 국내 최고의 인기 여행지가 되었다. 이질적인 제주도의 풍경과 문화에 반한 수많은 외부인들을 통해 외지 문화가 흘러 들어오며 제주도의 풍경도 차츰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자리했던 나무들은 도로에 자리를 내주고, 한적한 마을은 맛집을 찾아온 손님들과 자동차로 북적거린다. 이처처럼 자연이 훼손된다는 부정적 영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외부 문화가 흘러들어오는 걸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선인장이 제주의 돌담과 만나서 마을의 풍경을 이룬다. 선인장은 제주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며, 해류를 따라 씨앗이 넘어와 제주의 토착돌과 만나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제주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풍경의 과정이 현재 제주의 상황과 묘하게 교차되며 "제주의 풍경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원래 제주의 것만 소중하다면 선인장은 다 치워버리고 제주 돌담만 남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공존하면서 서로의 조화로움 덕분에 더 훌륭한 제주의 풍경이 되었다.

 

- 나는 제주 건축가다

 

 

한옥에 살지 않던 사람이 오히려 한옥의 가치를 발견하여 재해석하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불편함에 가려졌던 제주도의 아름다움도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발견되기도 했다. 기능적인 문제는 해결하면서도 고유의 아름다움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것. 제주도 고유의 풍경과 새로운 것들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찾는 것이 바로 제주도 건축가들의 역할이자 그들이 생각하는 건축의 의미였다.

 

이러한 생각은 그들의 건축물에 그대로 반영된다. 땅을 인위적으로 깎는 대신 본래 지형의 단차를 이용한 건물을 짓고, 지면으로 물이 흡수되지 않는 콘크리트 대신 빗물이 자연스레 흡수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다. 지상과 건물을 분리하는 필로티라는 넉넉한 공간을 두어 도로에 인접한 건물도 보행과 차량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한다. 주변 경관을 고려해 창의 높이나 크기, 기울기까지 세심하게 조정한다.

 

결국, 건축가들은 제주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머무르지 않고 발전하는 방법으로 인간 중심적 건축을 강조한다.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바둑판 모양으로 도로를 내고, 구역을 나눠 개발하는 선형 개발 대신 주변 환경과 그 건물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을 고려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주와 외부 사이의 조화, 자연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을 보며 다음 번 제주를 방문할 땐, 자연도 좋지만 그 안에 조화롭게 공존하는 건물들도 유심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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