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일상에도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신비로운 이야기 -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글 입력 2022.01.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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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과장해서, 인외의 존재만큼이나 매력적인 존재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신비로운 인외의 존재를 동경했다. 이누야샤를 보며 키라라를 동경했고, 포켓몬스터를 보며 피카츄를 동경했고,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며 투슬리스를, 겨울왕국을 보며 올라프와 브루니를 동경했다. 그뿐만 아니라 해리포터에서는 수많은 신비한 동물들을, 반지의 제왕에서는 엘프와 드워프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요괴, 귀신, 드래곤, 요정 등등까지, 동화나 영화에서 이야기되는 ‘우리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들’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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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보든 존재들은 외국의 존재들이다.

 

한국에도 이런 신비한 존재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가장 친숙한 것으로는 도깨비가 있을 것이다. 초가집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동화 속 도깨비의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도깨비 터에 들어가서 도깨비에게 밥을 대접하면 사업이 대박 난다는 현대화 패치 된 이야기가 자주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닌다.

 

그 외에도 부부의 연이 닿는 두 남녀에게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 지어 준다는 이야기도 역사가 깊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소개된 인면조는 기꺼이 대한민국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미를 뽐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한국의 전통 귀신이나 요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 물으면 볼을 긁적이게 된다. 떠오르는 것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처녀 귀신, 총각 귀신… 분명 한국에는 신비한 존재들이 많은데.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어째 남들이 다 아는 두세 개만 입안을 맴돈다.

 

어째서일까? 우선 첫 번째로, 신비로운 이야기와 그 존재들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통’이라는 단어가 가진 낡은 느낌이, 투명한 벽처럼 세워져 쉽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관련 서적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한국 전통의 신화나 귀신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떠오르는 것이라면 ‘신과 함께’가 있을까?

 

그렇기에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미디어아트’와 ‘귀신’을 조화시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다.

 

미디어아트는 화려하고 강렬하여 사람들에게 따분함보다는 새로움, 즐거움의 키워드와 더 가깝다. 미디어아트에서 사람들은 ‘전시를 관람한다’는 행위를 넘어서서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전시를 체험한다’. 자신의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웃으며, 전시관 안을 가득 채운 다채로움과 웅장함에 탄사를 내뱉는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분명 전시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언가를 정적으로 바라보는 전시보다는 체험에 더 가깝다. 가장 큰 특징은 미디어아트와 공간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관람객의 상상력에 독특한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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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국의 전통 이야기에 대해서, 수호신과 귀신이 가진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며, 전시에 처음 들어서는 낯선 관람객들에게 친절하게 전시를 소개해준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 섹션부터 이미 전시관 내부는 다양한 미디어아트들로 형형색색 빛나고 있다.

 

전시가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관람객이 전시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높고 넓은 공간 안을 가득 채운 미디어아트는, 관람객들을 압도하고 매 섹션마다 감탄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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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섹션마다 AR 기술을 활용했다는 것도 전시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큰 요소였다.

 

모든 전시 섹션에는 한국 전통 귀신들의 그림자가 숨어있는데, 그 귀신들의 그림자를 사진 찍으면 AR 기술로 빛이 나는 카드를 수집한 것처럼 묘사되며 어플 안에 기록되었다. 이 그림자를 전부 찍으면 선물도 증정해주기 때문에, 전시 곳곳을 누비며 그림자를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마치, 어릴적 본 '카드캡터체리'가 된 것만 같았다.

 

이렇게 시작한 전시는 12개의 관을 거칠수록 점점 ‘과거의 이야기’에서 ‘현재의 나’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나의 한국 전통 별자리 찾기’, ‘나만의 수호신 그리기’, ‘나만의 도깨비불 체험하기’ 등등, 분명 우리에게 낯설었던 한국의 전통 이야기와 전통 존재들은 다양한 체험과 놀 거리 속에서 어느새 나에게 친밀하게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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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로 변하며 귀신들은 어떻게 현대의 공간들에 스며들어 있을지 꾸민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10번 섹션의 설명이 이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민담 속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여전히 살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했던 이들은 시대에 따라 어떤 모습과 성격으로 존재해왔을까요? 현재 서울의 거리 곳곳에 숨어 존재하는 다양한 귀신들의 존재를 만나봅시다’라는 설명문처럼, 한국 길거리와 클럽 등등 다양한 장소에서 귀신들이 짓궂게 숨어있는 모습은 유쾌하고 즐거웠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전통 귀신들에 대해 다양하게 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웠다. 사방신, 12지신, 옥토끼부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괴담으로 간간히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귀신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귀신들까지 한국의 신비로운 이야기들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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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갔던 사람들과 귀신에 대한 설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이 귀신은 귀엽게 생겼다’, ‘이 귀신은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라고 조잘거리다 보면 어느새 전시가 끝나 있었다. 이제는 피카츄도, 키라라도 아닌 한국의 전통 신과 요괴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동경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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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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