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성주의자이자 과대망상자였던 달리를 위하여 - 살바도르 달리전

글 입력 2022.01.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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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erard Thomas d Hoste.jpg




네모난 프레임 속 가파르게 떨리는 정신


 

달리의 부모님은 3살 남짓의 아이를 잃고 난 후 태어난 아이에게 죽은 아이의 이름을 물려주었다. 달리는 형의 무덤에서 자신과 같은 이름이 새겨진 묘비명을 봤고, ‘죽지 않은’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기행을 일삼았다. 이처럼 그는 자신이 죽은 형의 이름을 물려받고,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의 형을 사랑했다는 점에서 늘 공백감과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려왔다. 설상가상 그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어머니가 일찍 죽고, 아버지가 어머니의 동생과 결혼하면서 가족 간의 관계에서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달리는 변호사인 아버지로 인해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독특한 성격의 특성으로 인해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이러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달리는 현실세 계에서 불안한 감정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성격을 형성하였다. 어떤 시점부터 그는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게 되었는데, 그에게 그림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고 파괴함으로써 그의 존재감을 확실시하고자 하였다. 그에게 삶과 죽음, 성적 충동과 공포가 함께 녹아들어 있는 예술은 그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식이 되었다.

 

달리의 작품은 편집광적 비평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환각적 무의식 표현을 세밀하고 사실적인 수법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편집광은 한번 떠오른 생각을 멈추지 않는 강박과 같은 것으로, 달리는 무의식의 세계로 치부되는 꿈을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였다. 그는 꿈의 세계를 그대로 옮긴 후, 꿈의 세계에 계속 매달리되 현실의 것이 라고 생각되는 것은 제거하였다. 한 밤의 꿈처럼 흐릿했던 상징들은 정교한 달리의 그림 실력으로 새로운 조직과 의미를 갖게 된다.

 

 

4.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jpg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

 

 

 

전설적인 작가를 위한 거대한 회고전


 

DDP에서 이런 독특한 달리를 위한 거대한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11월 27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회고전은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의 작품세계를 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연대기별로 소개한다. 전 생애를 걸친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의 걸작 140여 점을 선보이여, 관객들은 달리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이어지는 그의 작품세계를 충실하게 쫓아갈 기회를 제공받는다.

 

꿈의 세계를 가장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시기별 작품은 총 10개의 주제에 따라 구성된다. 140 여 점의 유화와 삽화, 설치미술, 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진, 멀티미디어 영상물 등의 작품이 풍성하게 소개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달리의 성장배경이, 두 번째 섹션은 갈라와의 만남과 편집광적 비판의 탄생, 세 번째 섹션은 미국 이주 후 이중 이미지 기법의 사용, 네 번째 섹션은 돈키호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르는 삽화 활동, 다섯째 섹션은 고향 포트이가트로 돌아간 후의 작품이 소개된다.

 

여섯 번째 섹션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탐구하면서 새로운 착시 기법을 탐구한 달리의 작품을, 일곱 번째 섹션에는 고전 작품을 빌려와 달리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여덟 번째 섹션에서는 달리 미술관에서 제작한 영상을 동그란 원통에서 감상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아홉번째 섹션은 메이웨스트를 주제로 달리가 건축가 오스카 투스케츠와 협력한 설계 작품을 설치하였다. 마지막으로 달리가 영상매체에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넓히려고 노력하였음을 보여주며 전시회는 끝이 난다.

 

전체 관람 시간은 도슨트를 들고 전시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전체적인 감상을 먼저 공유하자면, 관련 지식이 없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전시회였다. 달리의 많은 작품이 들여오고 중요한 작품들이 소개된 규모가 큰 전시회였기에 그 자체로 높은 가치가 있는 전시회였지만, 내용의 충실함과 별개로 긴 동선동안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섹션을 구분하여 관객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3년 이내에 감상했던 전시회 중 가장 큰 만족감을 준 전시회였다.

 

 

7.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1974.jpg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1974

 

 

 

모든 사람에게 즐거운 전시



관객으로서 이번 전시회가 좋은 전시회였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초보자에게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는 전시회였다. 전시회는 각 섹션을 크게는 달리의 생애에 따라, 작품의 성격에 따라 크게 열 등분 하였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 양이나 내용에 있어서나 꼭 10개로 쪼갰어야 했을까 싶은 지점들이 있지만,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어색함이 없었다.

 

정보도 적절한 수준만큼 주어진 것도 좋았다. 섹션이 바뀔 때마다 달리의 삶과 상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기술되어있지만, 자유로운 해석을 방해할 정도로 자세히 기술하지는 않았다. 전시회는 달리의 생애, 어록,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석과 주변 인물들의 정보를 총합하여 적절한 곳에 배치하였고, 이러한 친절한 가이드라인 덕분에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각 작품과 상호작용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났던 것은 삽화나 관객의 참여형 작품으로 구성된 후반 섹션보다는 어린시절과 갈라와의 만남 부분에서 빛을 발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구성은 '편집광적 비평'을 지향한 두 번째 섹션부터였다. 이 섹션에서는 달리가 자주 사용했던 상징과 그러한 상징의 이론적 토대가 소개된다. 작품이 걸린 둥근 벽면에 작품들이 걸려있고, 그러한 구심점이 되는 전시장의 한쪽 벽면에는 달리의 상징에 대한 간단한 해석과 정신분석학적 토대가 소개된다.

 

이런 훌륭한 동선 구성 덕분에, 관객들은 달리의 유명한 스타일을 두 가지 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다. 처음 두 번째 섹션에 들어가면 특별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그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 작품은 개념예술과 달리 특별한 해석이 아닌 감상자의 자유로운 감상을 통해 더욱 깊어지기 때문에, 관객이 가진 독특한 세계로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작품을 읽고 나면 중간에 있는 벽면을 마주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달리가 의도했던 상징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전 감상과 달리의 의도를 비교하여 새로운 해석을 경험할 수 있다.

 

 

섹션 02_초현실주의 _전시전경 (2), 2021.jpg

 

 

 

섹션별 흥미로운 연출


 

둘째, 각 섹션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전시회였다. 앞서 말했던 섹션의 주제의식에 맞추어 전시회는 적절한 색감, 액자의 형태, 정보의 제시 방식을 결정하였다. 각 섹션별로 독특한 연출기법이 사용되었고, 또 그러한 것들을 모두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므로, 이 절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출만을 소개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출은 ‘슈가 스핑크스’를 위한 작은 공간이었다. 이 작품은 달리가 ‘만종’에서 느낀 삶과 죽음에 감응하여 ‘만종’의 부부를 등장시킨 수많은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에서도 갈라의 시선 끝에 만종에 등장한 두 부부의 모습이 그려져있으며, 캔퍼스의 중간에는 갈라의 뒷모습을 배치시켰다.

 

전시회에서는 갈라와의 만남을 설명하고, 초현실주의로 넘어가는 이음매로써 슈가 스핑크스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였다. 짧은 공간이지만, 전체 섹션의 흐름과 연출은 관객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그 공간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가벽을 중간에 두고 입출구를 제외한 사방의 벽면을 슈가 스핑크스의 색감으로 채웠다.

 

이 작품에서 달리는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만종의 부부를 현실에 있는 자신의 연인인 갈라가 쳐다보도록 하였다. 저 멀리에는 달리의 초현실적 상상이 펼쳐져 있고, 프레임의 끝에는 관객이라도 되는 등 그의 현실적인 연인 갈라가 있고, 관객은 그것을 바라본다. 시선의 끝에서 바라본 달리의 세계는 고독한 동시에 하나의 존재로서 발버둥 쳤던 그의 오랜 역사를 입증하려는 듯이 치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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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스핑크스 Sugar Sphinx, 1933

 

 

달리에게 만종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밀레는 만종을 통해 종교적 신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경건한 순간을 표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달리는 만종을 보았을 때 어떤 불안감을 느끼고, 갈라를 향한 성적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강박관념의 근원을 조명하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향후 편집광적 비평 방법으로 발전한다. 그는 나중에 만종 부부의 남성을 무기력하게, 여성을 공격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달리가 죽은 형으로 인한 실존적 불안과 두려움, 지나치게 가까웠지만 이른 나이에 죽게된 어머니와의 관계로 인한 집착과 공포심이, 그의 남성성을 보듬어주고 치료하는 갈라에 대한 열망과 섞였다고 해석했다. 그가 이 복잡한 작품에서 자신의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사실 그 자신도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의 복잡한 인생에서 느낀 어떤 치열한 만큼은 우리가 모두 한 조각이라도 가슴에 품고 사는 만큼, 슈가 스핑크스는 가장 마음을 울리는 작품 중 하나였다. 실제로 어떤 해석이 그의 마음에 정말 와닿았든, 그는 이 만종이라는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짓눌려있었던 강박관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섹션 08_드림즈 오브 달리_전시전경, 2021 (2).jpg

 

 
 

관객 상호작용


 

셋째,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화이트 큐브가 아닌, 몰입을 위해 다양한 상호작용과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회였다. 이 부분은 적절한 구성과 연출을 통해 각 섹션의 몰입도를 높인 앞선 원인과도 관련이 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작품들이 삽입되었지만, 개중 가장 나를 흥분되게 만들었던 것은 '달리의 꿈' 상영 공간이었다.

 

거의 전시회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그가 헤맸던 세계를 잠깐이라도 경험하게 하려는 듯 구성한 여덟 번째 섹션은 그야말로 이번 전시회의 마침표 같은 역할을 한다. 5분 이내의 짧은 영상에서 관객들은 달리의 대표적인 상징을 원통으로 된 전시공간에서 경험하게 된다. 별다른 기술이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360도를 시각 이미지로 구성하였기 때문에 생생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

 

달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미술관의 결과물인 만큼, 사운드나 전체 시나리오 흐름에서 달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달리의 만종, 코끼리, 전화기와 가재, 줄넘기는 소녀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은 그의 쓸쓸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이 작품 다음에는 그가 건축가, 예술가와 협업했던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이러한 구성을 통해 그가 그 안에서 복잡하게 부딪쳤던 감정들을 얼마나 외부로 끌어내려 했는지 절절하게 느끼게 했다.

 

 

1.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Portrait of My Father and the House at Es Llaner, 1920.jpg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Portrait of My Father and the House at Es Llaner, 1920

 

 

 

나가며


 

사실 고백하자면, 달리는 교과서의 대표적인 미술가 중 하나였다. 나는 그를 '독특한 예술가'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고, 사실 이번 전시회 역시 어떤 것을 경험하기보다는 별난 사람의 작품들을 맛보겠다는 의도가 컸다. 하지만 전시회의 애정과 노고로 인해, 이러한 나의 선입견이 그야말로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그는 따뜻한 석양이 떠오르는 창문 앞에서 그림을 그릴 때부터 단 한 순간도 예술가로서 게으르게 산적이 없었다. 말년에 이를 때까지 그는 자신의 작품을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아픔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다. 그는 결코 독특한 기행으로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한 인간이자 부지런한 예술가였다. 노트에 예술가들의 랭킹을 매긴 그 태도는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는 최소한 그럴 수 있을 정도로의 학구열과 열정을 가진 예술가였다.

 

종합하면, 이번 DDP에서 열리는 살바도르 달리전은 다른 전시회와 비교해 결코 낮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 몇 배의 값어치를 하는 전시회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달리라는 사람의 조각을 알게 되어서 기쁜 맘뿐이다.

 

 

[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2.jpg

 

 

[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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