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을 보듬어주는 매개체 ‘글러브’ – 복서와 소년

글 입력 2021.1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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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을 갖고 다니지 않는 현대사회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영화 ‘인턴’에는 이러한 장면이 나온다.

 

젊은 동료 데이비스는 시니어 인턴 벤의 집 서랍에 정리되어 있는 손수건을 보고 놀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벤은 말한다. ‘손수건은 내가 쓰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닌 눈물을 흘리는 누군가에게 빌려주기 위한 것이야.’

 

이처럼 벤은, 세상에서 잊히던 마음을 다시금 찾아주는 노인이다. 또한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답에 대한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답을 찾아나가는과정에서 잊고 있던 다정함과 행복감을 다시 떠올리게 도와주는 사람.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이러한 마음을 갖은 사람들을 쉽게잊고 마는 것이 아닌가란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잊힌 마음 중 하나가 무대에도 등장하였다 바로 ‘복서와 소년’이다.

 

 

 

노인과 학생의 너무 다른  '모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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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속 두 사람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노인과 학생이다. 또 다른 시선에서는 요양원 독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짜 환자이며, 억울한 누명을 쓴 학교폭력가해자이다. 서로의 존재가 불편하고 어색하고, 소통할 구석 하나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년은 노인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것을 핑계 삼아조롱한다. 그런 소년을 노인은 한심해 한다. 그 둘은 관계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모난 관계 그 자체였다. 그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불편함이 피어 올랐다.

 

 

 

타인을 위해 꺼내든  '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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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감정선에서 복서였던 노인의 지난 영광과 좌절을 보여주는 ‘글러브’가 나타난다.

 

글러브는 노인이 한국전쟁과 월남전을 겪으면서 느낀 두려움과 고립 속에서 선택한 자신의 길이었다. 그 길에서 ‘붉은 사자’란 대단한 타이틀과 함께 고독감과 폭력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모든 시간을 겪은 노인은 학생에게 글러브를 건넨다.

 

복서가 소년에게 빌려준 글러브는 앞서 말한 손수건과 같은 의미로 느껴졌다. 타인을 위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위로이자, 답에 대한 길을 열어주는 지표 말이다. 이것을 매개체로 살아온 시간도, 환경도, 겪고 있는 문제도 다른 그 둘은 서로를 마주 보게 된다.

 

또한 소년은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과 문제를 바라볼 용기를 얻는다. 타인의 잘못을 자신이 감당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수줍게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성장하게 된다.

 

성장한 소년은 노인에게 글러브 같은 존재가 된다. 노인 또한 자신이 갖고 있던 두려움을 소년을 통해 마주 보게 된다. 머릿속에서만 상상하고 꿈꿔왔던 탈출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은 병동에서의 탈출을 의미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과거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감에서의 정신적 탈출을 의미한다.

 

결국 둘은 서로를 진정성 있게 아끼고 사랑하는 관계가 된다.

 

 

 

현대 사회를 위로할 새로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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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외로움을 외친다. 고독사라는 단어는 더이상 어색하지 않고, 세대차이란 단어는 어느 곳곳에서 불편함을 만드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런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글러브와 손수건 같은 매개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를 마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매개체들은 분명 타인을 감싸 안으며 스스로의 아픔까지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란 확신이 이 연극을 보면서 생겼다.

 

‘복서와 학생’처럼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마주 볼 수 있는 세상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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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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