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음악]

편지 쓸 때 듣기 좋은 playlist
글 입력 2021.11.27 14:2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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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열며,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이해인 시, <겨울편지> 中

 

 

12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카카오톡 프로필들에서도, 인스타그램 속 피드들에서도 슬슬 연말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곰곰하게 생각해 봤다. 나는 작년 연말에 뭘 했더라...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도 첫째로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 해를 통째로 날렸기 때문일 것이고, 둘째로는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아파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은 괜찮아진 지금. 한 번뿐인 나의 2021년이 아쉽다. 그래서, 올해는 소소하지만 조금은 특별하게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마스크 속에서 안전하게 소통하는 법



소통이 단절된 사회다. 정확히 말하면, 소통을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대비할 틈도 주지 않고 세상을 한순간에 바꾸어 버렸다. 며칠 전까지 함께 잔을 나누었는데! 내일모레면 졸업인데! 이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환장할 노릇이다.


한 쪽에서는 이 틈을 기술로 메꾸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쉬운 것으로는 온라인 수업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고, 큰 맥락으로 보면 메타버스도 이에 속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공간은 유니버스가 아니라 유니버스 같은 것이기 때문에 진짜 유니버스가 될 수 없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 논의되는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이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면대 면의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공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것으로부터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편지다.


따라서 나는 편지지와 연필을 들었다. 굿 올드 데이즈를 추억하며 소중한 그리고 소중했던 사람들을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꿉꿉 눌러 볼 요량이다. 이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그러니 미리 달달한 간식과 플레이리스트를 든든하게 채워두어 중간에 감성이 메말라버려 멈추는 일이 없도록 하자.

 

 

 

편지 쓰기 딱 좋은 감성 플레이리스트



처음으로 추천할 음악은 키라라의 <걱정>이다.

 

 


 

 

<걱정>이 수록된 앨범 Sarah는 죽음과 관련이 있다. 키라라는 성소수자인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고 같은 성소수자로서 느낀 감정을 이 앨범을 통해 말하고자 했다. 메세지뿐만 아니라 음악성도 인정받아 한국대중음악상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과 노래 부문에 앨범 Sarah와 수록곡 <걱정>이 각각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낳았다.

 

 

어... 안녕하세요.

저기요. 있잖아요. 그게 있잖아요.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잘 지내요?

 

 

<걱정>은 필자인 내가 독자인 당신에게 전하는 편지다. 소설, <키스마요>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하루하루가 존재의 위기다. 함께 연대해야 할 개인들은 해산했고, 모두가 자기만의 방에 갇혀 외톨이가 됐다. 백신도 이러한 고립의 감각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이럴 때일 수록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물어 생사를 확인하고, 지지해 줘야 한다. 혹여 무기력의 늪에서 이 앨범의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 보자. "사라(살아)."

 

덧말) 현재, 텀블벅에서 키라라의 정규 4집이 펀딩 중이다.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두 번째는 강아솔의 <안부 인사>다.

 

 

 

 

강아솔은 제주도의 싱어송라이터다. 또한 그는 정민재 음악 평론가와 함께 멜론 스테이션 프로그램인 ‘인디스웨이’를 진행하며, 언더그라운드 신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부 인사>는 그의 정규 3집 <사랑의 시절>의 마지막 트랙이다.


 

눈이 내리는 밤이면 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에도 눈이 내린다면 그대도 보고 있겠죠


오늘도 보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눕히고 잠을 청해봅니다

내일이면 내 그리움만큼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을 겁니다


보고 싶어요

아주 많이요

 

 

<안부 인사>는 외할아버지께 쓰는 편지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 지 10년이 되지 않았을 무렵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도 내게 많은 것을 남기셨다. 나의 처녀작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할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보다 남겨진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 주름지고 탄력 없는 살갗과 다 늘어진 러닝셔츠에서 나던 은단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덧말) 12월 3일부터 12월 26일까지 라이브 클럽 데이가 열린다. 강아솔은 11일 토요일 오후 6시, 언플러그드에서 공연을 한다. 멜론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며, 라이브클럽데이 유튜브에서도 중계된다. 관심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

 

세 번째는 최엘비의 <독립음악>이다.

 

 

 

 

1941년 시인 윤동주가 <별 헤는 밤>을 지었다면, 2021년 최엘비는 <독립음악>을 발매했다. <독립음악>은 11월 7일에 발매된 동명의 앨범 <독립음악>의 타이틀곡이다. 그것은 2022년 30대가 되는 최엘비가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갈무리한 것이기에 자전적인 것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최엘비는 그 속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묵직하고 투박한 위로를 건넨다.

 

 

내 음악은 독립해

그 밑엔 엄마 아빠 돈이 쌓여있어

난 그 위에서 고립돼

이 탑을 내려가는 법을 찾고 있어

그냥 뛰어내려 버리기엔

너무 늦어버렸단 걸 알고 있어

 

엄마 아빤 맨 밑에서 버티기에

빨리 다 내려놓고 쉬게 하고 싶어

근데 하지만

근데 하지만

하지만

 

 

<독립음악>은 부모님께 쓰는 편지다. 몇 달 전 엄마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엄마가 뜬금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동하야, 너는 네가 가난할 걸 알고 있지?” 허를 찌르는 수였다. 말 문이 잠시 턱하고 막혔다. 그리고 너무 황당한 나머지 ‘물론 당연하지.’라고 대답해 버렸다. 꿈만 먹고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특히, 부모님의 어깨가 무겁다. 오늘도 어떻게든 버텨서 부모님께 진 빚을 갚고 말겠다 다짐한다.

 

*

 

마지막은 뱃사공의 <축하해>다.

 

 

 

 

뱃사공은 내가 참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그의 예술 세계는 두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그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낭만과 역마살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 곳에 매몰되는 법이 없다. 풍족하진 못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붐뱁 스타일 힙합을 고수하던 그는 지난해 <777>에서는 촌티를 벗은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축하해>는 뱃사공을  현재의 위치에 있게 한 앨범 <탕아>의 첫번째 트랙이다.

 

 

한계에 부딪혀 멈춘 나를 지나쳤지

그때 나는 거기 있고 여기 난 그때 나완 다른 놈이야

쉽게 가는 법을 몰라 깊게 파면 오는 혼란

이 혼란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

그래서 재미 지네 극복하고 축하받아

이 노래 세레머니 될 때까지 말야 절대 굴복하지 말아

나 오늘 생일 아냐 근데 생일마냥 들뜬 기분 못 참아

모두 모든 것을 이겨내길 바라네 넌 이미 그래 왔잖아

 

 

<축하해>는 내가 스스로에게 쓰는 편지다. 2021년은 참 파란만장한 해였다. 퇴사를 했다. 그리고 꿈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했으며,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많이 울었고, 많이 괴로웠으며, 지금도 역시 불안하다. 그러나, 열심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을 알고 있다. 설사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따라서 기가 죽으려 할 때마다 눈을 감고 자기 암시를 중얼거린다. 난 짱이다. 난 짱이다.

 

 

 

글을 마치며,


 

현재 시각을 기준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진자가 4000명이 넘었다. 이불 밖은 정말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내 침대에서 혁명을 시작하고자 한다. 당분간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집에 박혀서 귤이나 까먹으며 편지를 쓸 것이다. 내 편지를 받고 행복한 사람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나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70억 통의 편지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손이 필요하다. 모두 동참해서 파랑주의보를 몰아내자!

 

 

 

신동하.jpg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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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 노엘
    • 음악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 0 0
  •  
  • 딸기맘
    • 고맙고 사랑합니다
    • 0 0
  •  
    • 너무 좋은 음악입니다 
      너무 공감되어 눈물이 흘러  한동안  맘이 좋지못했지만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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