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석들의 빛나는 움직임, 발레 '주얼스' [공연]

글 입력 2021.10.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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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하반기 첫 전막 발레 <주얼스>가 10월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려졌다.


국립발레단의 제187회 정기공연으로 올려진 <주얼스>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신고전주의 발레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조지 발란신의 작품인 <주얼스>는 스토리가 있는 다른 발레 작품과는 다르게 오직 무용수들의 몸짓과 음악으로만 이루어진 최초의 전막 네오클래식/신고전주의 발레이기에 다른 전통적인 발레 작품들과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안무 저작권이 있는 타 작품처럼 <주얼스> 역시 창작자인 조지 발란신 트러스트(재단)에 허락을 받아야 무대를 올릴 수 있다. 컴퍼니가 발란신 트러스트에 신청을 하고, 여러 기준에 부합한다는 판정을 받은 후에 트러스트에서 파견한 레피티터(연습코치)의 지도로 훈련을 받게 된다.


명품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들에 영감을 받아 창작된 <주얼스>는 1막부터 3막까지 모두 보석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어있다. 1막은 초록 빛깔의 ‘에메랄드’, 2막은 빨간 ‘루비’, 3막은 새하얀 ‘다이아몬드’로, 각자 보석의 개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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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에메랄드는 19세기 프랑스 고전 낭만발레 형식으로 우아하고 섬세한 몸짓이 특징이다.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두 음악(‘펠리아스와 멜리장드’와 ‘샤일록’)의 선율을 따라 곡선 위주의 팔 동작과 섬세한 스텝이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발레를 하면 흔히 떠올리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바로 에메랄드의 무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부작거리는 초록색의 긴 로맨틱 튜튜는 에메랄드의 고급진 이미지를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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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루비에서는 무대의 분위기가 변화된다. 미국 재즈 형식의 발랄하고 활기찬 몸짓이 무대를 지루할 틈이 없이 꾸민다.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기상곡’과 함께 자유로운 움직임이 통통 튄다. 그뿐만 아니라 룸바, 탱고, 재즈, 러시안 댄스 등 여러 가지의 춤의 독특한 스텝을 타닥타닥 거리는 토슈즈의 소리와 함께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안무 구성처럼 무용수들의 의상 또한 짧은 기장의 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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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다이아몬드는 러시아 황실 발레 형식으로 우아하고 화려한 구성이 특징이다.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대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의 선율과 함께 고전적이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정통 튜튜를 입은 발레리나들, 네 쌍의 커플들과 군무가 무대를 풍성하게 채우기에 웅장한 느낌 그대로 무대를 마무리 짓는 <주얼스>의 피날레다.


관람했던 23일(토)의 낮 공연은 주역 무용수로는 에메랄드 1에는 김리회 발레리나, 박종석 발레리노, 에메랄드 2에는 곽화경 발레리나, 곽동현 발레리노, 에메랄드 빠 드 트루아(세 사람이 어울려추는 춤)에는 김지현 발레리나, 조연재 발레리나, 김태석 발레리노, 루비에는 박예은 발레리나, 하지석 발레리노, 루비 솔리스트는 정은지 발레리나, 다이아몬드에는 정은영 발레리나, 이재우 발레리노가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특히 작년 초에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된 박예은 발레리나의 루비 연기는 동작 하나하나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쳤다. <주얼스>가 초연된 미국에서 벗어나 국외 발레단에서 무대를 꾸밀 때, 재즈에 흥을 담는 미국식 정서와 움직임을 ‘루비’에서 얼마나 잘 구현해내는지 중요하다고 하는데, 무대에서 정열적으로 날아다니는 박예은 발레리나를 떠올리면 <주얼스> 초연은 무척 성공적이다.


보통 전막 발레는 주역 무용수가 1막부터 마지막 막까지 전막을 이끌어나가기에 캐스팅 인원이 3~4명만 미리 공지된다. 가령 국립발레단의 186회 정기공연이었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카타리나, 페트루키오, 비앙카, 루첸시오 이렇게 주역 무용수 4명이 안내되었다. 하지만 <주얼스>는 1, 2, 3막이 서로 유기성이 없고 모두 다른 구성이기에 더 많은 무용수를 주역 역할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스토리도, 무대장치도, 없이 오로지 무용수들의 몸짓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고전주의적 <주얼스>는 그만큼 더 발레 그 자체의 살아 숨 쉬는 몸짓에 집중한다.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시도가 무척 신선하고 반갑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주얼스>의 공연은 10월 29일과 30일에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계속 이어간다. <주얼스>를 끝으로 국립발레단의 하반기 정기 공연 일정으로는 <호두까기인형>밖에 남지 않았다. 단원들의 부상 없이 무사히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전문필진 조윤서.jpg

 

 

[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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