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짜 나와 마주하기 -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 [도서]

글 입력 2021.10.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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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사랑받고 자란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게시물을 클릭했던 나는 글을 읽는 내내 이질감을 느꼈다. 분명 집에서 막내로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것 같은데, 게시물에 의하면 나는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에 더 가까웠다. 정말 이상했다. 우리 집은 폭력도, 폭언도, 성적 학대도, 그 무엇도 없었는데, 그 글을 기반으로 했을 때 나는 그러한 가정의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많은 매체를 접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결론은 자연스레 내려졌다. 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지독히도 걸려버린 것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면서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어린 시절 주 양육자로부터 버림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유기 공포가 심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방어 기제의 일환으로 본다. 즉, 부모와 정상적으로 정서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을 때,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착한 아이’를 연기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아마도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두려움보다 혼난다는 두려움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 부모에게 교육 차 혼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지만, 타고난 성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알게 모르게 받은 또 다른 무언가의 영향 탓이었는지 나에겐 그게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혼이 나는’ 상황에 덜컥 겁이 나 착한 아이를 행세했는지도 모른다. 그럴싸한 행세 덕분에 내 안에 담긴 감정들을 누군가 꿰뚫어 볼 순 없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가 맺어질 때면 착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나 별로 안 착한데. 그리 좋은 사람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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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내면의 아이를 꺼내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학책이다. 사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 같아 문화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얼마 뒤 추가 모집 알림이 떴을 때 다시 한번 소개 글을 자세히 읽어보았고, 꼭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만이 읽는 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뒤늦게 신청했다. 앞서 내 이야기를 잠깐 했던 것도 모든 사람이 읽을만한 책임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많은 가정이 현존하지만, 슬프게도 모든 가정이 이상적으로 행복한 모습을 띠는 건 아니다. 추측하건대 행복한 가정 보다 그러지 못한 가정의 비율이 훨씬 높으리라 본다. 주로 폭력적인 부모, 무관심한 부모, 다그치는 부모 등 여러 부정적인 양상을 보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러지 못한’ 가정에서 살아간다. 부모로부터 조건 없는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성장한 아이는 감정에 서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고, 낮은 자존감으로 자신을 아프게 하여 내면의 슬픔과 아픔을 돌보지 못한 채로 성장한다.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지 않고 성장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숨기고 정체성을 상실하며, 가짜 자아로 살아가게 된다.

 

가짜 자아는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특성이 있어 제삼자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일지언정 실제로는 두려움에 차 있고, 아무것도 믿지 못하며, 파괴적일 때가 많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억누르거나 부인하는 법을 배우며 자라다 보니 진실한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자아, 속 안에 깊이 잠들어 있는 자아를 저자는 ‘내면 아이’라고 표현했다.

 

내면 아이란 우리 자신이 있는 그대로 가장 진짜처럼 느껴지고, 활기 있게 느껴질 때의 자기 자신을 말한다. 쉽게 말해, 거짓된 자아가 아닌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갖춘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아이다. 진정한 자아와 거짓된 자아의 특징을 몇 가지 말하자면 진정한 자아는 자발적이고, 상처받았음을 알리고, 잘 믿는다. 반대로 거짓된 자아는 계획을 세우며 애써 노력하고, 늘 강한 척을 하며, 잘 믿지 않는다. 이 외에도 책 43페이지에 많은 차이점이 무수히 나열돼있다. 사실 두 자아의 특성을 비교한 표만 봤을 때, 개인적인 견해로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거짓된 자아를 안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연구를 통해 내놓은 결과겠지만, 성향 차이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부분마저 자아의 차이라고 규정 지으니 의문스러운 마음이 조금 들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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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는 사람, 풀어내지 못한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던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자면 첫째, 내면 아이의 상처를 마주 봐야 한다. 두려운 마음에 긴 시간을 외면해온 사실을 직접 마주해야 뭐든 시작할 수 있다. 둘째,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은 자기 자신과 타인, 세상과 관계를 맺는 데 건강한 연결고리로 자기 자신을 인지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감정이 발생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자연스레 표출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셋째, 사람들에게 외로웠던 과거의 나를 이야기 한다. 믿음이 가는 대상에게 느리지만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해야 한다. 이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실제로 용기를 내서 도전했지만 되려 큰 상처로 돌아온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러니 상대방에 대한 섬세한 관찰은 필수적이며 가까운 지인을 못 믿겠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은 희한하다. 아스팔트에서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난다면 우린 곧바로 연고를 바르거나 소독을 하는 등 상처를 치료하려 든다. 그러나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에 상처가 생긴다면 그 즉시 자신을 외면한다. 직접 상처를 마주하지 않고, 애써 거짓된 모습을 한겹 한겹 덮어가며 삶을 영위해나간다. 이건 나이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으로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치료해줄 수 없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여전히 감정에 서툴고, 세상에 불신이 가득 차 있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아무도 읽을 수 없을 만큼의 흑색을 유지하려 한다. 정확히 어떤 것에 상처를 받았는지 이제는 까마득하다.  아직 나에게 완전한 치료는 저 멀리 있나 보다.

 

*

 

처음 책을 폈을 때 완전히 공감하진 못하더라도 나에게 적절한 해결책이 하나쯤은 있기를 바랬다. 손뼉을 칠 만큼의 강렬한 해결책은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방법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사실상 저자가 제시한 방안 대부분이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마저도 두려워 이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매번 미루고 있었고, 책을 읽으며 들통나버렸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또 크게 얻은 게 있다. 정확히는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인데 ‘감정은 무척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감정에 끌려가거나 지배를 당해서도 안 된다.’‘끝날 것 같지 않은 슬픔도 결국에는 끝이 난다.’이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책의 전체적인 맥락과는 조금 떨어지지만, 나처럼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적절한 문구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마지막에 짧게 언급해 소개하고 싶었다.

   

심리학책의 매력은 주 대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조금씩은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살아온 나도,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누군가도, 또는 제삼자에게 상처를 받은 누군가도, 전부 이 책에 저마다의 수확이 있다. 만약 뚜렷한 대상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스스로 불안한 마음이 크다면 이 책처럼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된 것을 접하길 권장한다. 내면도 가끔 들여다봐야 숨통이 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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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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