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아미가 돋보이는 조각 작품 [미술/전시]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성 테레사의 법열>
글 입력 2021.10.02 16: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당분간, 예술의 영역을 구분해 각각 2 작품씩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소개할 예술 영역은 회화와 마찬가지로 아주 오랜 시간 순수예술의 영역에 속해 온 조각이다.

 

오늘 소개할 조각 작품은 각각 동양, 서양 조각으로 둘 다 우아미가 특징이다. 예술작품을 배우고 공부하면, 늘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작가의 의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는데, 이 조각품 역시 그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오늘 소개할 조각 작품은 고려 시대 유물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과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 예술가인 베르니니의 조각 작품 <성 테레사의 환희>이다.

 

 

 

고려 시대 유물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20211002165033_arreyrwg.jpg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은 국보 제68호로 고려 시대 유물이다.

 

청자의 아가리는 작고 낮게 밖으로 벌어져 있으며, 어깨는 넓고 당당하게 발달하였고 몸 아래쪽으로 가면서 미끈하게 줄어들었다가, 바닥에 이르면 다시 밖으로 벌어져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아가리 바로 아래 두 겹의 원을 두르고 거기에 잇대어 여의두문을 그렸으며, 몸체 전면에는 운학문(雲鶴文)을 새겨 넣었다.

 

운학문은 두 종류로 하나는 어깨에서 굽까지 몸체 위에 6단으로 어긋나게 배치한 두 겹의 흑백 상감한 원 안에 넣은 경우이고, 또 하나는 그 바깥쪽 공간에 메워 넣은 경우이다. 원 안의 학은 하늘을 향하여 날아가는 모습이고, 원 바깥의 학은 아래쪽을 향하여 내려가는 모습이다.

 

학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에는 공예 의장화된 구름무늬로 장식하였다. 학의 진행하는 방향, 즉 시선을 이처럼 아래위로 각각 다르게 표현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착상으로, 도자기의 표면이라는 일정한 제약을 넘어 사방으로 공간을 확산시켜줌으로써 동감(動感)과 아울러 짜인 구획에서부터의 자유로움을 추구한 듯하다.

 

이 같은 표현상의 변화추구와 함께 문양 처리의 능숙함 등에서 고려청자 매병 가운데도 전형이라 할 만하다. 고려 도자기의 우수함과 고려인의 창의력 넘치는 재기가 엿보인다.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에서는 우아미가 느껴진다. 고려 시대에 대해 한국사 시간에 배우다가 접하게 된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은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푸른색의 배경에 날아다니는 백색의 학이 마치 바다 위를 나는 학을 연상해 한국사 수업시간에 한참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학의 진행하는 방향이 다른 점 역시 재미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는 학 표현을 통해 공간을 도자기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준다.

 

이처럼 상감 운학문 매병은 여느 예술작품이 그렇듯 세심한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모두 예술가의 의도가 들어있다. 따라서 상감 운학문 매병은 우리 선조의 지혜와 세심한 제작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성 테레사의 법열


 

20211002164730_bshsilht.jpg

 

 

이 작품은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법열>이다.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는 르네상스의 전통을 따른 예술가로, 인문학자적인 지식이 해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간의 확장을 통한 긴장감 조성의 특징을 두고 있다. 또한,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인 동시에 건축가, 조각가였기에 회화, 조각, 건축의 통합 효과를 작품에 표현하는 데 능숙했다.

 

<성 테레사의 법열>은 로마에 있는 자그마한 교회의 부속 예배실을 장식하기 위해 베르니니(Bernini. 1598-1680)가 제작한 제단 조각 작품이다. 성 테레사(1515~1582)는 스페인 카스틸레의 아빌라에서 귀족가문에 태어났다. 그의 저서 “영혼의 성”(1577)은 그녀가 느끼고 본 신비스러운 환영을 글로 쓴 유명한 책으로 영성 문학의 고전이 되어 특히 유명하다.


'나는 어느 날 황홀경에 빠지면서 주님의 사랑을 경험했다.'

'무언가가 나의 몸을 꿰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는데,

나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의 고통이 따랐지만

동시에 말할 수 없는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

 

이 책에서 표현된 ‘천상의 환희’ 즉 그녀가 겪은 기적의 순간에 대한 묘사를 주제로 하여 베르니니가 조각한 작품이 <성 테레사의 법열>이다. 옷에 싸여 보이지 않는 몸은 무아지경이라는 단어를 연상한다. 구름형태가 성 테레사의 아래에 있는데 받침 없이 조각이 떠 있으면서 마치 나는 구름을 성녀가 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명암과 광선의 효과로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이 작품 역시 우아미를 보여준다. <성 테레사의 법열> 작품은 조각 작품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으로 회화, 조각, 건축이 모두 한 작품 덕분에 잘 어우러진다. <성 테레사의 법열>은 로마의 교회 부속 예배실에 장식되어 있는데, 조각이 주는 신비함과 우아함에서 오는 신성함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이러한 베르니니의 작품은 "예술은 개별적인 것이 아닌 융합적인 것"임을 잘 보여준다.

 

또한, 구름 형태의 조각이 바닥에 있지 않고 떠있는 점은 하늘 위를 나는 성 테레사를 관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일반 조각 작품과 달리 조각을 올려놓는 받침대가 없다는 점은 로댕의 조각에서 나타난 근대성이 엿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조각이 공간과 어우러질 때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0211002165113_pmpzaoxd.jpg

 

 

[이세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