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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궁에는 개꽃이 산다 [도서/문학]

궁에는 개꽃이 산다 소설 추천글

by 이세연 에디터
2024.12.30 10:43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 이 작품을 추천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지만, 지금 추천하고자 하는 글은 추천받는 사람이 나의 인성을 의심해볼 법도 할 것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연말이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반드시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용기를 내보았다. 바로 윤태루 작가의 “궁에는 개꽃이 산다”라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윤태루 작가의 3권으로 구성된 궁중 로맨스 소설로, 2007년 발매된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된 인물로는 개리(작품의 여자 주인공), 언(작품의 남자 주인공), 유유(작품의 여자 조연)가 있다.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몇몇 글을 보면, 작품의 주인공인 개리 때문에 좋다고 하는 글이 거의 없는데, 나는 바로 그 개리 때문에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다. 원래 독자는 구조상 작품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작품을 보게 되니까, 전적으로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몰입이 오히려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어려움은 작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어떤 작품보다도 완전히 주인공인 개리에게 몰입해서 봤던 작품이다.


개리의 성격은 굉장히 포악하고, 웬만한 악녀 저리가라 하는 성격이기에, 오히려 혹자는 조연이었던 유유에게 몰입하며 보았다는 평가 글을 보았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런 개리가 마음에 들었다. 사실 개리가 그렇게 포악하게 하는 이유는 모두 남자 주인공인 언과 관련이 있는데, 개리 정도의 능력과 지위를 갖고 있는 인물이 오직 사랑하는 인물을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독해진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며, 매력 있었다. 물론 개리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개리의 유년시절 배경이 있지만, 그것이 없었다고 해도 나는 개리가 언을 향해 보이는 맹목적인 태도 때문에 개리를 좋아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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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은 개리가 황후의 자리를 탐내서 후궁이나 궁녀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고 패악질을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개리 입장에서는 언의 곁에 있고 싶은데, 언이 황제이기 때문에 언의 곁에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황후가 되어야 했던 것뿐이다. 궁에 있는 여인들인 후궁이나 궁녀들에게 패악질을 부리고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린 것 역시, 언의 곁에 있는 유일한 여인이 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두 소설의 마지막에 황제가 아닌 언이 함께해달라고 개리에게 요청했을 때의 개리 반응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그러나 언은 개리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여겼고, 참 꾸준히 개리의 마음을 부정해왔다. 그냥 "나는 너 안 좋아해" 수준이 아니라, 개리가 느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개리의 마음을 부정했다. 그렇게 짓밟히고 무너진 개리의 마음이 너무 안타까워서 어느 순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고 있었다. 특히, 개리가 기대는 인물이 몇 없는데, 그 몇 없는 인물 중 궁 내의 시중을 돕던 궁기라는 시녀가 언에게 무릎을 꿇고 개리의 속사정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다 못해 꺼이꺼이 울면서 봐서, 숨을 몇 번 고르고 봐야 했을 정도였다.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개리의 모든 것인데, 개리가 외롭게 살아야 했던 유년시절, 제국의 태양인 황제를 마음에 품으면서 벌이는 개리의 모든 나쁜 짓들, 인간이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심한 폭력을 행사하는 개리, 자기 사람에게도 모질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기 사람을 단단히 지켜주는 개리의 모습, 황제와 기사를 같은 사람으로 여기는 개리, 여전히 유년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리, 그리고 궁에서 개리를 칭할 때 부르는 노래인 “궁에는 개꽃이 산다.”라는 노래를 개리가 지었다는 점까지도, 나는 모든 개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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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개리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개리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찡그리며 봤고, 어떤 과거가 있어도 면죄부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별로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이상하게 계속 내용이 맴돌았고, 그래서 다시 보려고 펼쳤을 때, 그때야 비로소 개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개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어느새 개리를 이루는 모든 것이 되어버려서, 한 가지로 답할 수 없을 만큼 개리에게 빠져버렸다.


요즘에야 여자 주인공이 악녀인 소설이나 만화가 많이 나온다지만, 당시에는 정말 없는 일이라서, “궁에는 개꽃이 산다”는 개리가 악녀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요즘 더더욱 특별하다는 평을 받아야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이 악녀인 작품은 중간쯤에 가서는 다 주인공에게 면죄부를 주지만, 이 작품은 개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격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개리의 성격을 독자가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히려 별다른 이유 없이 여자 주인공이 악녀인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작품이 궁금하고, 뻔한 내용이 아니길 바란다면 이 작품을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초반의 폭력 묘사는 흐린 눈으로 봐야 할 때도 있지만, 어느새 작품을 보다 보면 “개리야.”라고 외치며 우는 자신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펑펑 울고 싶을 때 이 작품을 본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읽고 싶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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