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글 입력 2021.06.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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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음악은 매번 새롭고 재밌는 것, 좋아하는 걸 꼭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준 거예요. 모든 좋은 노래들은 새롭고 짜릿하니까요!

 

- 나연 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최근 며칠 자주 비가 오면서 벌써 여름의 분위기를 띠기 시작하는 유월이 찾아왔다. 매일 조금씩 내리는 비로 구름 낀 하늘을 보다 보니 파랗던 하늘이 그립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시작하기도 전에 만난 글로 처음 알게 된 김나연 에디터님과 티타임을 함께 한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이자, 나보다 훨씬 먼저 아트인사이트에 떨리는 순간을 담은 글을 남긴 나연 님을 높고 푸른 하늘만으로, 코끝을 스치는 바람만으로 기분 좋아지는 주말에 만났다.

 

나연 님과 내가 온라인에서 함께 있는 공간이 생긴 순간부터 난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1:1 티타임 인터뷰'를 신청하면서 '아트인사이트 내부 인원'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고, 안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어느 정도 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나연 에디터님은 2015년 6월 처음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신 분이다.

 

그렇다. 나보다 5년 먼저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신 분이며, 음악 분야로 오랜 시간 시리즈로 글을 연재하신 분이다. 아트인사이트 활동 기간이 긴 분이라 '아트인사이트 내부 인원'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마지막 글이 2020년 8월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될지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있을 때, 기적처럼 나연 님과 연락이 닿았고 마치 소개팅을 하는 설레는 기분으로 티타임 날짜와 장소를 함께 정했다.

 

내가 김나연 에디터님을 알게 된 건 나연 님이 작성하신 아티스트의 공연 리뷰 글 덕분이다. 글만으로 진한 사랑이 전해지는 생생한 리뷰였다. 리뷰는 힘을 들이지 않아도 편하게 읽힐 만큼 가독성이 좋았고,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가 유쾌해서 읽는 동안 글을 쓰는 에디터의 반짝이는 눈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우연히 접한 글로 나연 님이 쓴 다른 글들이 궁금해졌고, 글 목록을 보며 음악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즌 5까지 진행한 [우.사.인] 시리즈와 [청음]의 글들을 살펴보다가 아티스트 '인터뷰'를 직접 진행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창작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니... 나로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티스트의 팬으로 넘치는 사랑을 비공개적인 일기장에 적어두기만 했던 나와 달리, 직접 상호작용을 하며 공식적인 방법으로 한 걸음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 김나연 에디터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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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


 

1. 나연 에디터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나연입니다. 예전 글에서 '세상에는 좋아할 것들이 너무 많고, 저는 끊임없이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저를 소개했었는데, 지금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할 말도 많은 사람, 뭔가 계속 열심히 좋아하는 사람, 좋아함의 에너지가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누구에게 가느냐는 시기에 따라 변화하지만, 계속 열심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나만 쓸 수 있는 글, 내가 남들보다 잘 쓰는 글, 남들에 비해 할 말이 많은 글이 뭘까 생각했을 때, 각 분야로 열성적인 팬들은 많기 때문에 이제는 '내 일상을 소재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러다가 초보 직장인의 일상을 다룬 [오늘은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시리즈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은데 무엇을 쓰는 게 좋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직업으로서는 현재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 아트인사이트 글 기고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2015년 6월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요. [우.사.인]은 8월에 시작했습니다. 시리즈 이전에는 산발적인 주제들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매주 새로운 주제를 찾는 게 어려워서 인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쓰자고 결심하고 [우.사.인]을 처음 시작한 게 8월입니다. 시리즈는 에디터 활동 중에 시작했고요. 처음에는 오피니언 섹션에서 진행했고, 시리즈 글이 많아지면서 이후에 독립적인 섹션으로 옮겨졌습니다.

 

 

3. 2015년 6월부터 현재 가장 최근 글인 2020년 8월까지 5년이 넘는 대여정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에디터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대학에 들어오고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어디서 공연을 찾아봐야 할지, 무슨 문화예술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대외활동 추천사이트에서 글을 쓰면 공연을 보여준다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당시에는 온라인 서포터즈) 모집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었어요. 당시에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글 쓰면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그렇다면 한 번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습관이 되어서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공연이 보고 싶어서, 문화 초대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3-1. 어떤 활동이든 꾸준히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나연 님이 오래 활동할 수 있던 비결이 있을까요?

 

시리즈를 시작하면 완성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요. 시리즈는 한 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글들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그림을 완성하고 싶었고, 그림을 만드는 시즌마다 조금씩 새롭게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요. [우.사.인]으로 이야기하면, 시즌 1은 혼자 외치고 끝났다면, 시즌 2에는 아티스트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시즌 3에는 공연 가고 싶었고, 시즌 4는 앨범을 받아서 리뷰를 쓰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관한 글을 쓴다는 건 같았지만 매 시즌 포맷을 변경해 나갔습니다. 거기서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서 쓰니까 에너지가 나왔던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제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상호작용도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아티스트나 팬들이 저의 글을 읽고 좋아해 준다거나, 공감하는 반응이 좋았어요. 밴드 잔나비의 경우는 팬카페에 제가 쓴 글의 링크가 공유된 적도 있었습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기쁨을 주는 상호작용을 보는 게 힘이 되었습니다.

 

 

4. 주로 음악을 주제로 다루시는 것 같아요. 프리뷰나 리뷰에서는 도서, 공연,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셨는데 나연 님 글에서 음악만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우.사.인]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에너지를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모아서 사용한 것 같아요.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썼어도 좋았겠지만, 글을 쓸 수 있는 한정적인 에너지로 제가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 쓰는 게 가장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1. [우.사.인]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인디음악, [청음] 시리즈를 하면서 케이팝까지 다뤘는데, 클래식 리뷰도 많더라고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바이올린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습니다. 꽤 오랜 경험이 있었던 게 클래식 리뷰를 쓸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방과후 활동으로 시작해서 계속 취미로 하던 게 대학교 때까지 이어져 왔어요. 대표님께서 클래식 음악과 깊은 인연이 있으셔서, 초반에는 클래식 공연이 연극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 초대였습니다. 그때 공연에 가면서 클래식을 더 많이 접했죠.

 

 

 

음악 시리즈 - [우.사.인] [청음]


 

5.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하신 건가요?

 

거의 다 서면이었고, 대면은 두 번 정도였습니다.서면 인터뷰가 더 정제된 자료를 받을 수 있었고, 모두 대면이었다면 서로의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빌리어코스티조소정 아티스트만 직접 대면으로 인터뷰했고, 다른 분들은 서면이었습니다.

 

5-1. 서면으로 진행하면 직접 만나서 질문을 할 수 없는 게 아쉽지는 않았나요?

 

대면 인터뷰만이 가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한 가능성이 서면에는 없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분들도 답변을 정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대면이 아쉬운 적이 당시에는 많았어요. 팬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하고, 가끔 답을 읽고 떠오른 추가 질문을 하고 싶은데 서면 인터뷰는 그러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질문의 답에 따라서 꼬리 질문이 한 번 정도 갈 수 있다고 처음부터 안내했어요. 만약 꼬리 질문을 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한 번 더 메일을 했죠. 이렇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니까 조금 더 대화 같았습니다.

 

 

6.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을까요?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밴드 잔나비 분들이 멤버 각자의 이름 옆에 답변을 적어서 대화식으로 보내주셨어요. 같이 이야기를 하는 듯 재밌었습니다. 그때가 막 잔나비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는데 감사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서면인데 생생하게 전달이 된 건가요?) 답을 되게 편하게 적어주셨어요. 정제되어 있지 않고 캐주얼하게 담겨있어서 오히려 제가 다듬어서 글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대면 인터뷰를 해주셨던 빌리어코스티도 기억에 남는데, 공연 리뷰를 하러 가서 공연 시작 전에 짧게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대면으로 진행하는 건 처음이라 떨렸는데 당시 [우.사.인]이 팀으로 진행되었던 때라 다른 에디터님이랑 함께 갔습니다. 인터뷰는 10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어요. 너무 떨렸고 처음으로 대면을 했다는 생각에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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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사.인] 두 번째 시즌부터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제가 쓴 첫 [우.사.인]을 읽고 같이 쓰고 싶다는 반응을 주신 분들이 생겼어요. 대표님을 통해서 연락을 주셨고,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고 이런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사.인]이라는 틀만 맞추고 안에서는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함께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주신 분들이랑은 대부분 같이했고, [우.사.인] 마무리까지 3분 정도와 함께한 것 같습니다.

7-1. [우.사.인]으로 시작한 음악 시리즈가 [청음]까지 이어졌죠?

 

'우.사.인(우리가 사랑한 인디 뮤지션)'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검색해도 '우사인 볼트'만 나오더라고요. (웃음) '청음'으로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인디음악보다 케이팝을 좋아하게 되면서였어요. [우.사.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케이팝을 다룰 수가 없잖아요. 장르를 가두지 않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서 [청음]으로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청음]도 끝이 났어요) 다들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끝을 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쉬움이 있지만 [청음] 때 글들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케이팝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요.

 

 

8. 음악 시리즈를 계속하고 계신다면 쓰고 싶은 소재나 인물이 있을까요?

 

그룹 출신 솔로 아티스트에 대해 다뤄보고 싶어요. 요즘 SM 소속사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태민, 태연, 백현, 웬디, 조이처럼) 솔로 아티스트로 발매하는 앨범들이 정말 좋더라고요. 솔로로 데뷔하는 아이돌 출신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기획하는 것에 대해 다루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룹의 색은 개인들을 어느 정도 맞춰서 모두를 융화할 수 있게 정해지지만, 각 아티스트가 솔로로 나오게 되면 뚜렷한 자신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소속사가 각 솔로 아티스트에게 맞는 색을 어떻게 찾아가는지가 재밌습니다.

 

또다시 인터뷰를 한다고 하면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작사, 작곡, A&R, 유통, 제작처럼 음악 산업에 대해서 반응하고 싶고, 아티스트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솔로들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이돌 그룹은 어느 정도 회사가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 안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갈 수밖에 없는데, 솔로로 활동하면 개인의 의견이 반영되어서 앨범이 나올 수 있게 되죠. 결국 아티스트는 본인의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더 풍부한 앨범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돌은 사람들에게 제작된 그룹이라는 생각이 많습니다. 들은 음악 시장에서 '플레이어' 역할이지 '메이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솔로로 나오면 '메이커'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 혼자였다면 가이드를 잡기 어렵겠지만, 전문가인 A&R과 제작팀의 도움을 받아서 본인의 색이 잘 묻어날 수 있는 앨범이 만들어지고, 각자의 색이 더 또렷해진다는 게 재밌어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9. 오래 활동하면서 아트인사이트의 변화 과정을 보셨는데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변화했다고 느끼시나요?

 

좋은 글이 정말 많아졌어요. 제가 시작하던 당시에는 음악에 대한 글이 별로 없었습니다.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느꼈고, 각자의 생각을 잘 담아내는 글들이 많아졌습니다. 양질의 글이 쌓이다 보니 또 양질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플랫폼에 출력되는 글이 계속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느 수준의 글을 쓰던지 글을 쓰는 건 노동이기 때문에 그걸로 수익이 생긴다면 결국 창작자에게도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아서 쓰는 글이더라도 창작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페이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하지만 애매한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돈을 받을 정도의 글인가?'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과 상관없이 '내 글이 사이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면 돈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묘한 지점에 있는 게 아트인사이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흐릿한 지점에서 각자의 목적을 찾아서 쓰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지면'과 '내 글을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9-1. 기술적인 변화도 목격하셨나요?

 

아트인사이트 모바일 사이트 개편이 있었어요. 싱크탱크로 '헤드라인 랜덤 추천 아이디어'를 냈는데, 플랫폼 초기에 참여해서 사이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바뀌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대학생이고 취업을 준비할 때는 경험이 필요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아트인사이트가 그때 활용하기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을 해요. 어느 정도 사이트와 결이 맞고 본인이 대표님과의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면, 글쓰기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사이트인 것 같아요.

 

 

10. 활동하면서 슬럼프는 없으셨나요?

 

글이 별로라고 느끼는 때는 늘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열심히 썼는데 마음에 안 드는 글을 마주할 때 말이죠. 글을 꾸준히 쓸 때는 슬럼프가 잘 오지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이 슬럼프인 것 같습니다. 글을 안 쓰기 때문에 오는 슬럼프라고 할까요? 글을 쓰고 싶은데 안 쓰고 있고, 잘 쓰고 싶은데 잘 못 쓸 것 같아서 시작을 안 하는 상황이 슬럼프인 것 같습니다.

 

10-1. 글로 쓸 소재가 없어서 오는 슬럼프는 없으셨나요?

 

세상에 아티스트가 너무 많아요. 꾸준히 글 쓸 때는 음악을 너무 좋아했고, 관심 있는 아티스트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슬럼프를 겪지는 않았어요. (저는 소재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한답니다) 시리즈가 그래서 편해요. 포맷을 만들면 알맹이만 바꿔 끼우면 되니까요. (고정되어 사용할 포맷을 설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우선 시도해보고 이번 포맷이 별로면 다음엔 다른 포맷을 쓰면 되는 거잖아요. 아무도 나에게 포맷을 왜 바꿨냐고 불만을 가지지 않으니까 저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썼습니다.

 

11. 활동 중에 힘들었던 기억은 없으신가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페퍼톤스 노래 중에 <계절의 끝에서>에 나오는 가사 '어렴풋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된 거야'가 제 삶의 모토입니다. 힘들었던 기억을 머릿속에 잘 남겨두지 않아요. 열심히 활동하던 그때는 분명 힘들었을 거예요. 대부분 그렇게 보내서 기억이 안 나는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2. 특히 애정이 가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 글이 있나요?

 

마지막에 썼던 앨범 리뷰들이(혁오 앨범 리뷰, 페퍼톤스 앨범 리뷰...) 특히 애정이 가요. 앨범 리뷰라는 게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이 앨범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앨범 안에 있는 곡들은 어떤 유기성을 가지고 왜 아티스트가 이렇게 구성을 했는지를 짚어가는 것이에요. 사실 완전히 추측이죠. 추측을 그럴싸하게 해냈을 때 즐거움을 느껴요. 어떻게 보면 추측을 한다는 건 민망한 일이에요. 진짜가 아닐 수 있고, 헛다리를 짚을 수도 있고, 혼자 과하게 의미 부여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준비하고 글 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에 창작자로서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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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 님의 최근 소식


 

13. 요즘은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지 않고 계신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고, 요즘 다시 일주일에 한 번씩 베이스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글이랑 거의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IT 기획자로 앱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글을 쓰던 일과 직업적 관련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경험 자체는 결국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라서 어느 일을 하든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대학생 시절 양분이 되는 경험이었지만 현재 직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습니다.

 

13-1. 글을 쓰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저도 예전에는 그 업계로 가고 싶어서 음악 평론 쪽으로 준비하고, 알아보기도 했고, 잡지 쪽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매체나 기자를 생각하다가 제가 쓰고 싶은 글만 쓸 수 있는 곳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는 보통 정치, 사회 쪽이 더 중요한데 저는 연예 기사를 쓰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글 쓰면서 먹고사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방법이 많지 않더라고요.

 

대신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기획하는 걸 좋아하니까 글 쓰는 게 아닌 '업무'를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보았죠. 제가 직접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으로 IT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요. 스타트업은 작은 회사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다양한 일을 직접 하다 보니 나에게 적성인 업무를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까지 다이내믹한 길이었는데, 저도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음악 분야 기자 일을 하게 될 줄 알았어요. 인생이 한순간 바뀌더라고요.

 

13-2. 그때 연재한 시리즈가 [오늘은 이만 퇴근하겠습니다]이군요?

 

너무 글 쓰는 나에게 몰입하지 않는 글로 담백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글, 아트인사이트에 많지 않았던 글이 뭘까 고민하다가 직장인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글쓴이가 글 앞으로 나서는 글은 민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개인적인 경험들이지만 구체적인 부분은 덜어낸 글을 쓰고 싶어서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로 경험을 가공한 글들이요. 현재 시리즈가 진행 중에 멈춘 상태지만 지금도 직장인이고 퇴근은 여전히 하니까, 다시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요.

 

 

14.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꿈'으로 생각하면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이고, '비즈니스'로 보면 나중에 저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지금 가는 길을 잘 닦아서 나중에는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앱 기획 PM(프로덕트 매니저)으로 일하고 싶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어떤 분야인지 아직 아이디어가 없지만, 모바일 웹 서비스로 저만의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한 10~15년 뒤에 일어날 일이죠.

 

직업적 경력을 쌓는 동안 글을 새롭게 꾸준히 써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쓸 수 있는 이야기,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상업적인 출판을 해보고 싶어요. 글의 주제가 음악과 관련이 없을 수 있고, 기획자로서의 에세이일 수도 있고, 소설을 쓸 수도 있어요. 생각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15. 인터뷰어 경험이 많은 나연 님이 처음 인터뷰이로 참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가 저를 궁금해한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똑같은 일반인인데 저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물어봐 준다는 게 고마웠습니다. 또 아트인사이트에서 열심히 활동한 지난 5년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과거의 내가 부지런히 글을 썼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사람이 크게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것 같아요.

 

 

1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제가 책을 내면 꼭 사주세요 서영 님! (웃음)


*

 

짧게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세 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이야기 했다. 내 마음만으로는 카페에서 인터뷰가 끝나고 함께 긴 시간 말을 하느라 비웠던 배를 채우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나연 님의 소중한 주말의 일부를 함께 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티타임 인터뷰를 담은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가 정리가 되었다. 내가 오늘 인터뷰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운 점은 '슬럼프를 이겨내는 꾸준한 글쓰기 습관'과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적극적인 태도'의 중요성이다.

 

특히 적극성에 대해서는 나에게 꼭 필요했던 고민 상담을 받는 듯 먼저 경험한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배울 수 있었다. 나연 님은 아트인사이트 활동에 관해 어떤 일도 일어나기 전에 앞서 걱정하던 나의 마음을 따뜻한 응원의 말로 녹여주었고, 덕분에 용기를 다시 채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나연 님이 아트인사이트를 활동하던 시기가 나의 현재 상황과 많이 다르지 않은 '대학생' 시절이었기 때문에, 내가 현실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연 님에게 사회생활의 시작이자, 20대 초반을 함께 한 아트인사이트가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던 만큼 인터뷰하는 동안 플랫폼을 향한 사랑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오래 활동하셨기 때문인지 대화하면서 대표님과 함께한 티타임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절의 아트인사이트부터 오랜 기간 활용했던 사용자인 나연 님의 지난 기억과 추억을 들어볼 수 있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이라 마음을 담아 질문을 많이 준비했는데 성심성의를 다해 마지막까지 답해주신 나연 님께 감사드린다. 이 글이 날씨 좋은 날에 김나연 에디터님과 나만의 티타임 추억으로 끝나지 않고 아트인사이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줘서 기쁘다. 마지막으로 마음 한구석에 품고 애독하고 있는 에디터 분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꼭 용기 내어 보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서로를 알게 된 모니터 밖에서, 글이 아닌 표정과 대화로 만나는 일은 기대한 것보다 더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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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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