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혁오 앨범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혁오의 성장 - 이야기의 끝과 새로운 시작
글 입력 2018.06.2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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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5]
혁오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혁오의 성장 - 이야기의 끝과 새로운 시작


지난 5월, 혁오가 세 번째 EP앨범 [24: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를 발매했다. 혁오는 첫 EP [20]으로 조금씩 존재를 드러내더니, 2015년 무한도전에 출연과 함께 두 번째 EP앨범 [22]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년의 시간이 걸리는 동안 이전 앨범인 [22]의 큰 성공으로 다음 앨범은 기대에 못미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를 비웃듯 2017년 첫 정규 앨범 [23]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한 번에 잡았다. [20]과 [22]에서 오갈 데 없는 불안한 청춘을 노래하던 혁오는 [23] 속 'Tomboy'로 청춘을 응원하고 노래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불안감을 떨쳐 내고 지금까지의 청춘 이야기를 마무리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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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은 총 6곡이다. 많은 리스너들이 이 중 5곡의 가사가 영어라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혁오는 멜로디에 어울리는 가사를 붙이는데, 한국어와 중국어와 영어 중 어울리는 가사를 붙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한 번에 들었을 때 가사가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작년 한 해 꾸준히 월드투어를 다녔던 혁오의 활동을 생각해보았을 때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제는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다. 앨범에 처음으로 부제가 생겼다. 그만큼 혁오가 하나의 앨범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혁오는 이 부제의 의미가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의 정답이 아니라, 각 곡에 그들이 생각한 사랑과 행복의 요소 여섯 가지를 담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단서는 주지만 정답은 주지 않았다. 그래서 본 리뷰에서는 혁오의 앨범에 담긴 그들의 행복과 사랑의 필요 요소를 찾아보고자 한다.

*

첫 곡 'Graduation'에서 찾은 요소는 새로운 시작이다. 혁오는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전달한다. 노래에서는 졸업식이 끝나고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며 친구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졸업의 해방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것은 불안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의 종결은 앞으로의 나아감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의 끝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잠시 뒤로 미루고 담배를 태우며 웃어보는 것이 혁오의 선택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곡의 마지막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둘리의 일부분이다. "네가 타임코스모스 주인이잖아!"라고 외치는 부분은 즐거웠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진담 반 농담 반의 투정 같아 웃음이 난다.

두 번째 곡 '하늘나라'에서 찾은 요소는 착한 마음이다. 신디사이저의 도입부와 함께 박수로 박자를 세는 다소 원초적이기까지 한 3박자의 곡은 혁오 버전의 자장가다. 하지만 '나쁜 마음 한 입 베물고 죽어버렸네'라는 가사는 이 자장가가 평범하지 않은 잔혹동화라는 느낌을 준다. 혁오는 곡에 대해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닐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나쁜 마음을 먹고 죽어버린 누군가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같은 실수로 죽지 않도록 막고 그 덕에 아무도 그 옹달샘에 와서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로운 밤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도움을 제공한 착한 마음은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방법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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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트랙 'LOVE YA!'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는 뻔하게도 사랑이다. 사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 뿐이다. 타이틀곡 'Love Ya!'는 지금껏 혁오가 부른 모든 노래 중에서 가장 노골적인 사랑예찬곡이다.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지 애인의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는 질문은 전형적인, 클리셰에 가까운 연인간의 대화다. 혁오는 첫 질문에 '넌 물범(monk seal)같으니까 난 내 친구를 구할 거야'라며 장난스럽게 답한다. 하지만 뒤의 질문에는 '사랑해(I love ya)'를 목이 터져라 반복해 부른다. 그러니 사랑은,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수많은 행복과 사랑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계속해서 불러도 아깝지 않을 사랑, 때로는 이불 속에서 가만히 같이 숨을 골라줄 수 있는 사랑. 끼리끼리 노는 것이 사랑이라 자조하던 혁오가 이렇게 낭만적인 곡을 쓰게 되다니, 새삼스럽게 놀랍다.

세상의 모든 연인들을 응원한다는 혁오의 곡 설명처럼, 혁오는 더 이상 사랑을 비관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태도는 앨범 커버 1장을 포함하여 실물 앨범 4면을 덮는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유독 쌍쌍의 인물들이 많다. 연인은 남성과 여성으로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성별이 분명하기도, 애매하기도 하다. 키스하는 연인, 노부부, 앵무새까지.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는 역시 사랑이 필요하다.

4번째 트랙 'Citizen Kane'에서 찾은 것은 흘러가는 순간에 대한 아쉬움, 여유의 부재다. 혁오에게 이것은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여유를 찾지 못한 개인에게 행복은 답하기 두려운 질문이 되어 그를 벽 뒤에 숨게 만든다. 일상 속에서 흘려 보낸 것들, 스쳐 지나간 것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가사와 반대로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쉴 새 없이 달려나가는 후주다. 정교하게 달려나가는 드럼과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곡이다.

5번째 트랙 'Gang Gang Schiele'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를 노래한다. 이 곡에서 혁오는 서로 잘잘못을 밝히고자 하지 않고 어느 날,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혁오는 곡 설명을 통해 '통일이 꼭 왔으면 좋겠다. 오랜 감정이 있는 친구에게는 진심이 담긴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Schiele'라는 독일어 식의 표기도, '강강쉴래(수월래)'라고 읽히는 발음도 모두 통일을 연상시킨다. 서독, 동독의 통일, 그리고 강강수월래를 하며 서로 맞잡은 손으로 생긴 원이 그러하다.

혁오는 이번 앨범을 베를린에서 작업했다. 베를린에는 서독과 동독의 경계였던 베를린 장벽이 아직도 남아있고(일부는 갤러리의 형태다) 그 갈등의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런 도시에서 작업하며 한국의 상황을 바라보고, 그들이 전하고자 한 것은 진심 어린 화해의 기원이다. 'I would say ME-AN'. 영어 가사의 범람 속에서 그들이 사용한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이라는 어절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와 사과의 감정을 전한다. 사과는 정확한 단어의 사용부터 출발할지도 모른다.

마지막 트랙 'Goodbye Seoul'에서 찾은 요소는 사는 곳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리움이다. 서울에게 더 이상은 못하겠다며 작별을 고하면서도 동시에 그리울 것이라며 아련한 인사를 전한다. 혁오는 그 곳을 떠나고 싶지만 동시에 그 장소를 그리워할 것을 아는 이중적인 감정을 노래한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가장 익숙한 곳이 되지만 이내 가장 지겹고 벗어나고 싶은 곳이 된다. 떠나지 못하기에 떠나고 싶어하고, 떠나기 때문에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첫 곡 Graduation이 시간적 이동을 노래했다면 Goodbye Seoul은 공간적 이동이다. 삶을 이뤄갈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민, 그리고 동시에 그가 평생 지닐 고향에 대한 향수는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의미와 별개로, 이 곡은 관객과의 떼창 포인트가 확실해서 공연장에서 꼭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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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어 방황하던 청춘은 이내 성장하여 타인을 응원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이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물론 이 서사의 기본이 되는 것은 밴드의 훌륭한 연주와 거친 목소리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보컬 오혁의 능력이다. 사랑과 행복을 찾는 것은 곧 안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당장 하루의 인생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 보다 추상적인 가치들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가 혁오의 음악을 사랑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끼리끼리 하는 것이라 비관하던 혁오가 이제는 사랑한다고 수 십 번 목놓아 부른다. 더 이상 안타깝지 않음에도 그들의 음악을 듣는 이유는 첫째, 혁오의 음악이 그 자체로 훌륭하기 때문이며 둘째, 그들의 성장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기 때문이다. 멋지게 성장해준 그들에게,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려준 그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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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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