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할 선에 바보 바, 그의 목소리로 듣는 게임의 즐거움 [사람]

그에 의해 게임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글 입력 2021.05.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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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에게 갑작스럽게 전화가 걸려왔다. 검찰청이라고 했다. 그가 대포 통장에 연루되어 옥살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들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사기꾼' 칭호를 얻게 된 그는 어안이 벙벙했고, 이윽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전화기 너머로 검사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해야 하는 몇 가지 행동들을 제시했고, 그는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자신이 얼마나 대포 통장과 무관한 사람인지에 관해 설명해주기 위해 그는 기꺼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의 유튜브네임을 알아듣지 못하는 자칭 검사를 위해 그는 친절하게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저 진짜 대포통장과 관련 없어요... 저 유튜브에도 선바라고 치면 나오거든요..? 아뇨 선바요. 선할 선에 바보 바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화는 진짜 검찰청에서 온 것이 아닌 보이스 피싱이었다. 다행히 그는 돈을 잃기 직전에 보이스 피싱임을 깨달았고 큰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의 순박함은 팬들 사이에서 한동안 놀림거리가 되어야 했다. 선할 선에 바보 바. 게임 스트리머이자 유튜버 선바의 이야기다.

 

*


나는 원래 게임이라면 진절머리를 냈다. 초등학생 때 게임에 너무 깊게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 마침 현생에서도 일이 생겨 몇 달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고, 타국에서 친한 이 없이 홀로 지내고 있었던 나는 그 시간동안 학교에 가는 대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게 되었다. 그때 사람이 그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크게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던 생활을 직접 겪어본 이후로 게임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깨달았고, 이후 '게임은 시간 낭비다'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깊게 각인시키며 게임에는 눈길도 주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게임과 완벽하게 담을 쌓았기에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에 가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는 (오히려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굳이 그들 앞에서 내가 게임을 얼마나 시간 낭비로 느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나에게 게임의 재미를 알려주려 하며 같이 하자는 친구들에게는 언제나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게임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게 된 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도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게임 유튜버들과 그들의 시청자다. 어째서 저 사람들은 저렇게 다양한 게임을 하며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사소한 의문을 넘어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의 영상들을 보는 사람들은 어째서 플레이 영상을 보는 걸까? 직접 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나? 다른 사람이 게임을 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재미있는 것일까? 게임 스트리머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마 이들의 대화는 평생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일 것이라고 확신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 19가 시작되었고 당시의 누구나 그랬듯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원래 꽉 찬 생활을 즐겼었고, 하루에 일정 서너 개를 기본으로 잡고 있었던 나는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낯선 시간을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되었다. 당황스러웠고, 공허했다. 그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사이 공허함과 외로움은 참을 수 없이 커졌다. 그 외로움에 잠식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어느새 간단한 의식주도 제대로 챙길 수 없게 되며 병적으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오래된 취미생활만 기계적으로 했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되었다. 웃고 싶었다. 기계적으로 보내는 식사 시간을 더욱 즐겁게 보내고 싶었고, 이전에 대학 동기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던 유튜버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중 선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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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특히 게임 유튜버들에게는 편견이 있었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이며 욕설이 난무할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조회수를 끌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을 다루는 등 일명 '어그로'가 판을 치고 있었고, 이는 꾸준히 유튜브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

 

그렇기에 처음 선바의 영상을 봤을 때 많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욕설도 없고, 시청자들에게 반말도 하지 않는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히 하려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그의 조회수 상위권 게임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즐겼던 '주니어 네이버' 게임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보다 어려운 게임을 할 때는 중간중간 계속해서 게임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설명해주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줬다. 건전함 그 자체다.


그렇다고 게임을 재미없게 하느냐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게임을 즐길 줄 아는 것도 재능이라는 생각을 그를 통해 처음 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만약 내가 혼자 했다면 쉽게 즐기기 어려웠을 법한 게임들 속에서도 그는 귀신같이 게임 속에서 웃음 포인트를 찾아냈고,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덕분에 무심히 지나쳤을 법한 게임의 요소들을 그의 영상을 보며 함께 뜯어보게 되었다. 그는 입담이 대단한 사람이었고, 게임에 들어간 정성들은 그의 입을 거쳐 재미있게 풀어졌다.


따라서 그의 영상은 보기 쉽다. 취미생활을 할 때, 자기 전에, 혹은 운동을 할 때 등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의 영상들을 틀어놓기에 부담이 없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억지웃음을 자아내지 않으니 눈살이 찌푸려지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뭘 볼지 고민될 때 그의 영상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굳이 시작과 끝을 나눠서 각 잡고 볼 정도로 부담스러운 방송도 아니니 계속해서 틀어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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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든 것이 그의 선천적인 순박함과 후천적인 노력에서 얻어낸 노련함의 결과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선천적인 순박함. 그는 자신의 팬들에게 자신에 대해 잘생겼다 등등 외적인 칭찬을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며 자신은 그저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옆집 삼촌' 정도로 남아있고 싶을 뿐임을 확실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굳이 오만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오만해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추구하는 깨끗하고, 건전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송에 어긋날 시 비록 그것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이어도 확실하게 자제해주길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거칠어 보이는 외관 탓에 '두목님'이라는 별명까지 가진 것과는 다르게 그는 게임에서 비속어가 나오거나 거친 주제가 나올 때마다 크게 당황하거나 최대한 빨리 그 주제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오히려 그의 순박함이 좋아 시청자들이 일부러 비속어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장난스럽게 그를 놀리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활발한 타 유튜버들과 합방을 할 때도 그는 옆에서 시끄럽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함께 방송하는 타 유튜버를 서포트해주며 굳이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처음 그를 향해 느꼈던 '거칠어 보인다'는 인상과는 정반대되는 그의 순박함을 좋아하게 되었다.


후천적인 노련함. 오랜 시간 방송을 하며 그는 단순히 웃긴 것에서 넘어서서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이 '편하게 재미있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이미 방송을 진행한 지 몇 년이 지났으니 굳이 재미를 주기 위해 서툴게 노력하지 않아도 게임 곳곳에 있는 재미 요소들을 자신만의 색으로 새롭게 바꾸는 것은 그에게는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컨디션을 적절히 파악할 수 있고, 그 컨디션을 어떻게 해야 또 다른 재미로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 포착하는 센스도 충분히 길러져있다. 다시 말해 노련하다. 방송을 위한 그의 형태는 이미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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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자신의 시간을 모두 방송을 위해 쏟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기타를 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활용해 기타 방송을 진행하다가 아예 정기 공연 방송을 시작했고, 그 외에도 종합 엔터테인먼트 급으로 게임 이상의 다양한 방송들도 시도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래 게임을 즐기고 오래 방송을 하며 시청자들과 놀고 싶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선바로 인해 게임은 무조건 시간 낭비라고 느끼던 내가 게임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가 기타 치는 모습을 보며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의 이야기에 그의 시청자 '순돌'인 나 또한 그와 같은 마음이다. 그는 '게임은 시간 낭비다'라고 느끼던 나에게 게임도 문화생활 중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게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꿀 수 있었다. 오래 그가 이야기하는 게임을 듣고, 오래 그의 방송을 즐기고 싶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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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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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자유롭고싶어
    • 선바님 방송 정말 좋아하는 순돌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선바님의 건강한 웃음이 주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네요~ 박학다식한 지식으로 쌉소리하는 선바님표 개그도 큰 매력인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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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강
    • 난자유롭고싶어와! 반갑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그 부분도 적고 싶었는데 적다 보니 못적고 빼먹은 부분입니다. ㅎㅎㅎ 철학과를 나오셨기에 무언가에 대해 관찰하거나 깊이 고민하는 특징을 가지고 계시고, 그걸 쌉소리ㅎㅎㅎ로 재치있게 풀어내며 웃음을 주는 것도 선바님의 정말 큰 매력이죠. 덕분에 토크 방송을 보고있다보면 재미있는 라디오 같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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