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리운 그 공간의 시선 [공간]

가볍게 떠나는 랜선 추억여행
글 입력 2021.0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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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일을 계획하기 전엔, 가능한 이상적인 미래를 그린다.

 

2019년의 마지막 날, 2020년을 다짐하면서 내일의 나에게 다짐했던 소원이 몇 있었다.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해 적는 소망이란 것은 매번 비슷한 모양새를 띈다. 가령 더 건강한 몸을 갖게 해주세요, 이번 년도엔 시험에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등 과 같은 말들은 매년 단골손님처럼 내 다이어리를 찾아온다.

 

내 다이어리에겐 '출사를 자주 나가면서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능력을 기르자.'가 그런 존재였다. 사진을 찍는 것을 워낙 좋아했고, 군인 신분이었던 올해 가을까진, 휴가 때마다 친형의 카메라를 빌려서 서툴게 촬영을 하곤 했다. 전역할 쯤이면 군인 적금도 만기가 되어 나만의 카메라를 살 수 있는 여유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10월은 붉고 노란빛의 축제가 열리는 단풍의 계절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에 굉장히 들뜬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나의 욕망 중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오랜 시간 묵혀져 있던 것이었다.

 

다행히 건강하게 전역을 했고, 군 적금을 가뿐히 깨트린 다음, 마음에 담고 있던 카메라 한 대를 구입했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살인적인 지출에 수 년 동안 품어왔던 로망을 깨트릴 뻔했지만, 특별한 취미 하나 없는 나의 일상을 스스로 가엽게 여기며 낭만을 위한 투자를 했다. 발품을 어찌나 팔았는지, 여행을 다니면서도 하루에 3만 보씩 걷던 내가, 가장 좋은 렌즈를 구하게 된 날 저녁엔 녹초가 돼서 뻗어버리고 말았다.

 

전역을 하고 나서 2번 정도의 출사를 나갔다. 평소엔 지방에 있다 보니 회의나 촬영이 있을 때마다 잠깐 서울에 올라가곤 했다. 그래서 시간이 남는 날을 활용해 근처에 있는 좋은 사진 스팟을 다녀오곤 했다. 오늘은 내가 다녀온 아름다운 서울의 공간을 담아보려 한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의 아름다운 공간을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조금 특별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록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바라본 시선과 내가 당시에 느낀 온도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고 싶다.

 

 

 

1.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종로3가역 12번 출구를 나서게 되면 좌측으론 종묘, 우측으론 세운상가를 만날 수 있다. 세운상가는 각종 가전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들이 몰려있다. 하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세운상가의 백미는 바로 '9층 옥상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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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광장시장의 입구가 보인다. 철판으로 지붕을 이룬 집들을 지나치면 건너편으론 단풍에 물든 종묘가 보인다. 물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종묘의 정전이나 영녕전은 보이지 않지만, 멀리에 자리를 잡은 북악산에서부터 풍기는 단풍의 향기는 고즈넉한 종묘의 멋에 매력을 더한다.

 

익히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종묘에 대한 이미지는 고요함과 숭고함이 익숙하다. 짧은 숲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왕실의 신위에 대한 신비감은 화려한 단풍으로 절정을 보여줬고 숙연한 아름다움에 감탄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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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종묘의 상시관람은 불가능했고, 정해진 시간에만 가이드와 함께 관람이 가능했다. 그날 아침 즉흥적으로 길을 나섰던 나는, 운이 나쁘게도 가이드 일행이 막 떠난 이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쉬워도 어쩌겠는가, 다음을 위한 설렘을 충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하루였다.

 

 

 

2.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경복궁 앞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해당 박물관에선 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도 '8층 옥상정원'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세운상가와 비슷한 층수이지만 다른 느낌의 감상을 하게 된다. 세운상가의 정원보다 더 개방적인 풍경이라 자유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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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서야 서울을 올라와서인지 점심시간에 경복궁 안을 거니는 직장인들을 보며 잠시 감상에 빠졌다. 풋내기 사회초년생만의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궁이나 전통문화의 화려함을 좋아했던 점도 한몫을 했겠지만, 하늘에서 바라본 경복궁의 풍경의 아름다움은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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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색감에서 알 수 있다시피 같은 날은 아니다. 첫날엔 저녁 일정이 있어서 경복궁 내부를 천천히 돌아볼 여유가 되지 않았고, 다음 날 다시 방문했다. 위의 가로 사진은 꽤나 화창한 날씨였던 반면, 세로 사진의 경우 그다지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것에 있어 최고의 조명은 자연광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진에서 날씨와 태양의 존재는 큰 영향을 미친다. 사진에 담긴 빛의 정도와 결이 다른 두 사진의 보정을 하는 단계에서도, 다른 감정과 분위기를 표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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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함께 시청역 앞에 있는 정동전망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로 전망대는 출입을 금한 상태였고, 덕수궁 내부만 잠시 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19가 사라진다면, 1순위로 가봐야겠다고 다짐한 곳이 되었다.

 

연말이 되어갈 수록 바깥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요즘, 날이 갈수록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다. 직접 친구들을 만나거나 좋은 곳을 갈 수는 없어도, 지난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들을 보며 힐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엔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정말 많다. 코로나 19로 평범한 일상들이 특별한 순간이 된 만큼, 익숙하고 지나쳐왔던 수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고 감사해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11월 이후론 집 밖을 나간 날이 두 자리수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중 몇 번은 집 주변 산책이었으니 코로나 블루에 대한 걱정이 점점 엄습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번 아웃이 되는, 비이성적인 결과가 나타나려고 한다. 이런 시기인 만큼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행복했던 순간의 추억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엔 끔찍한 악몽이 끝나기를 바라며, 이제 다시 각자만의 설렘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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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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