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종합 예술가의 창작은 현대인의 기쁨 - 앙리 마티스 특별전 [전시]

마티스라는 큰 도화지를 오리고 늘어놓은 종합선물
글 입력 2020.11.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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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과 색깔이 그의 손을 거치면 파랑새가 되어 가벼이 우리 마음으로 날아든다.’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을 돌아보고 내 마음에 떠오른 문장 하나다.

 

종이를 가르는 가윗날의 새파란 시원함이나 명료한 선이 빚어내는 깔끔한 얼굴 앞모습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즉각 마음속에 넣어 가게 되는 것들로 차오른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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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가 앙리 마티스.’

 

예술적 DNA가 열정적으로 내어놓는 종합예술가라는 명성과 독보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앙리 마티스의 이름이 합쳐졌다. 수많은 예술가의 애정 어린 질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듯하다.

 

앙리 마티스의 시시콜콜한 생애사 전부나, 그가 살아있을 때의 화풍 및 미술계 역사를 샅샅이 훑는 전시는 아니다. 마티스가 넓은 종이 면적 중 사용할 부분을 서걱서걱 오려낸 것처럼, 전시는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그의 주요 작품들을 ‘컷-아웃’하여 보여준다.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그쪽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보내는 눈길을 놓치기 싫어 꼼꼼하게 훑으니 전시장을 나서는 마음도 든든했다.

 

그의 그림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름다운 것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잠깐이라도, 한순간일지라도 현실의 추한 면모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엔탈리즘 누드 드로잉은 섬세하고 감미로워서 시공감각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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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의 종이오리기 기법 작품으로 만들어진 책 <재즈>는 그 이름 붙이기가 너무나 적확했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갑갑한 집 안에 있을 때, 재즈 음악을 꽉꽉 틀어놓아 들으면서 잠시 현 상황을 잊어본 적이 있다. <재즈> 속 마티스 그림들은 딱 그렇게, 북적이는 주말 낮 권태로운 도심 속의 초라한 내 모습을 슥슥- 어렵지 않게 지운다. 그리고 즉각적인 선율 위에 올려놓는다.

 

프랑스 시집의 시 문구 옆에 놓인 간결한 마티스의 그림들은 정말 낙낙했다. 계속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냇물처럼 잔잔한 시의 활자 옆에 나뭇가지처럼 강경한 선들이 모이면 어떤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림은 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해석된 시를 한 줄 읽고, 마티스의 그림을 한번 보고 그렇게 번갈아 구경하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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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오리기 기법은 마티스 후기에 건강이 약화되자 시작한 창작 방식이라고 한다. 죽으면 창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슬퍼했을 정도로, 창작열이 온몸을 휘감았던 그는 힘을 빼고 나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종이를 오리는 건 모두가 할 수 있으니까, 전시 말미에는 직접 컷아웃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직접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니 어렸을 때 고사리손으로 참여하던 미술 시간이 생각났다.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아이였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깨에 힘을 잔뜩 주게 된다. 어른처럼 어려운 것, 어른처럼 대단한 것에만 눈길을 돌리고 그 안에 답이 있다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 장성한 신체는 다시 다소간 증발하여 어린아이의 수준과 비슷한 것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종이 오리기가, 늙었을 때를 위한 어린아이의 감각을 조금이나마 소환해보는 예술적 체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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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시대보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술 감상에서만큼은 직관적이 되고 싶어 한다. 직관적이면서도 아름다워 개개인에게 해석 여지를 주는 작품은 현대인의 기준에서 최고다. 앙리 마티스가 지금까지도 높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다만, 앙리 마티스의 그 명성을 쫓아온 북적이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 전시장은 벅차 보였다. 특히 도슨트를 따라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은, 코로나 유행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몰려 있는 것을 출근길 지하철을 제외하고 처음 봐서 당황했다.

 

겁이 나서 도슨트를 포기하고 오디오를 빌렸지만, 그림 밑에 적힌 글자를 그대로 읊어주는 것 말고는 다를 게 없어서 삼천 원을 날렸다는 생각이 아뿔싸 들었다.

 

 

*
 
앙리 마티스 특별전
- 탄생 150주년 기념 -


일자 : 2020.10.31 ~ 2021.03.03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월요일 휴관 없이 운영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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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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