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보고 또 보는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 [공연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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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프라텔로는 1930년대 뉴욕 마피아를 다룬 뮤지컬이다. 이 세계관은 작품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오 프라텔로’ - ‘미아 파밀리아’ - ‘아폴로니아’에 이르기까지 무려 3부작에 걸쳐 이희준 작가와 박현숙 작곡가가 함께 만들어낸 마피아 3부작이다. 이 중 미오 프라텔로는 2014년 초연 이후 6년 만의 귀환으로, 현재 대학로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공연을 본 관객에게 폴라로이드를 나눠주는 11/3~11/8까지의 전석 매진은 물론이고, 그 이후 공연도 심심찮게 매진이 눈에 띈다. 공연을 보기 좋은 앞자리는 전부 나간 지 오래고, 악명 높은 드림아트센터 1관의 2층마저 (무대에서도 멀고, 안전을 위한 줄 세 개가 있어 눈에 거슬린다) 남아있는 게 얼마 없다. 12월 13일까지였던 공연은 1월 3일까지로 연장됐다.
나는 이 뮤지컬을 여러 번 봤다. 이렇게 뮤지컬이나 연극을 볼 때 한 번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반복해서 여러 번 보는 것을 뮤지컬 덕후들은 ‘회전한다.’라고 한다. 마치 회전문을 돌듯 계속 다시 입장한다는 뜻이다. 나를 포함해,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는 유독 이렇게 회전하는 관객들이 많다. 이 작품만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관객들은 봤던 뮤지컬을 보고 또 볼까?
1. 매력적인 캐릭터 서사
미오 프라텔로에는 크게 세 명의 캐릭터가 나온다.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 돌아온 전대 마피아 보스의 아들 치치, 책 읽는 솔져 스티비, 상원의원이 될 보체티 패밀리의 보스 써니보이가 극의 중심인물이다. 이들이 움직이는 동작 하나, 말 한마디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고, 서사가 존재하며, 삶이 묻어나온다.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등장인물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관객에게 설득시킨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라, 단순히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평면적인 도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입체적인 인물이 된다. 미오 프라텔로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끈다.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 세 명이지만, 등장인물은 총 열다섯 명이다. 출연진은 각자 세 명에서 많게는 여섯 명까지 연기하는데, 배우 한 명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것도 미오 프라텔로만의 매력이다.
처음 볼 때는 누가 이 배역을 연기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동일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요 캐릭터뿐 아니라 스치듯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애틋해지고 부대에서 보여주지 않은 과거와 미래가 궁금해진다.
2. 배우마다 다른 캐릭터 해석
20년 넘게 찍은 전원일기로도 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그런데 고작 공연 시간인 100분 동안 주연 세 명(조연까지 합친다면 열다섯 명)의 이야기를 다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관객은 저마다 상상을 하고 배우는 자신만의 노선과 디테일을 만든다. 같은 캐릭터라도 배우마다 해석이 다르고, 같은 장면에서 행동과 말이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이 몰랐던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어떤 배우는 무릎 꿇고 좌절하는 반면 다른 배우는 소리치며 오열한다. 의외의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는 장면에서, 어떤 배우는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다른 배우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이렇듯 같은 대본을 본다고 하더라도 배우마다 캐릭터 해석과 노선이 다르며 배역에 대한 이해와 생각이 다르다. 관객들은 그걸 보고 각자 또 다른 해석을 한다. 단순히 텍스트가 적혀있는 대본은 배우의 해석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고, 관객은 배우의 해석을 보고 각자 상상을 한다. 물론 매번 새롭게 공연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 역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배우마다 다른 디테일은 공연을 한 번 본다고 알 수 없다. 뮤지컬을 처음 볼 때는 원래 대본이 그런 건지, 배우만의 독자적인 노선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단순히 같은 배우를 여러 번 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배우의 캐스팅 또한 봐야 한다.
같은 뮤지컬을 여러 번 보다 보면 보인다. 이 배우는 저 장면에서 이렇게 연기했는데,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다른 배우는 같은 장면에서 이렇게 연기하네? 물론 그게 하루만의 애드립일 수도 있고, 그 배우가 언제나 하는 고정된 디테일일 수도 있다.
물론 또 보는 이유는 뮤지컬이 재밌어서 보는 거지, 이런 걸 알기 위해 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매 공연이 새롭다. 이 배우는 어떨까, 오늘은 어떨까. 당연히 기대되고 모든 공연을 보고 싶을 수밖에 없다.
3. 뛰어난 무대와 영상 활용
무대예술은 본질적으로 장소가 제한되어있다. 배우들은 계속 같은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 역시 마찬가지다. 무대의 왼쪽에는 노란 장미로 둘러싸인 벤치, 가운데에는 열렸다 닫히는 좁은 문, 오른쪽에는 책이 꽂힌 책장과 책상이 있다. 무대는 배우의 대사에 따라 도박장이 되기도, 피자가게가 되기도, 라스베가스가 되기도 한다.
또한, 미오 프라텔로는 영상 또한 뛰어나게 활용했다. 배우가 총을 쏘면 총알과 총알이 지나가는 자국이 보이고, 액자 프레임 위로 초상화가 보이다가 배우가 주먹을 휘두르면 깨지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배우들이 총을 난사할 때는 그 결과처럼 보이는 피 묻은 신문이 가득 채웠다 사라지기도 한다. 배우들의 대사와 가사에 맞게 짧게 보이는 영상이지만 관객들의 상상력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
집중해서 봐야 보이는 것도 있다. 극 중 스티비가 글을 쓸 때 ‘나의 뮤즈여 죽은 예술가들의 영혼 사이로 오늘 밤 나타나라’라는 가사가 담긴 넘버를 부르는데, 이 뒤로 스티비가 사랑했던 플로렌스가 선물해준 손수건과 플로렌스를 뜻하는 알파벳 F가 보이기도 한다. 라스베가스에서 치치가 10년간 납치당해있었다는 것을 보여줄 때는 화면에서 숫자가 1부터 3650까지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영상들은 필요한 순간 화면에 짧게 보였다 사라지기 때문에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한다.
물론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를 다시 보게 하는 것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원고를 읽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스토리, 뜨거운 형제애와 사랑, 밝혀지는 반전과 재미도 있다. 뮤지컬 특성상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물론 특히 커튼콜 때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넘버, 날짜에 따라 증정하는 티켓꽂이, 알파벳 포토카드, 악보, 폴라로이드 등 돈 주고 살 수 없는 굿즈도 이에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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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관객들은 미오 프라텔로를 보고 또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는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1월 13일까지 공연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로 충격받으며 한 번 보고, 그다음에 줄거리를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감상하며 한 번 더 보고, 노래까지 흥얼거릴 만큼 익숙해진 상태에서 각자의 개별적인 디테일을 보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보자.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배우로 또 보는 거다.
미오 프라텔로는 미아 파밀리아의 프리퀄이다. 미아 파밀리아를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봐야 하고, 보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르는 대로 즐길 수 있다. 나도 미아 파밀리아를 보지 않았지만 미오 프라텔로의 작품 자체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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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프라텔로 프로그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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