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니, 바니, 당근, 당근, 외로움을 줄여주는 소리

어플리케이션 하나가 가져다 주는 변화
글 입력 2020.10.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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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에 들어있는 당근을 유달리도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 우리집 강아지는 국내산 흙당근이 아니면 당근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모바일 기반 중고매매 플랫폼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가 아니면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


당근은 카레의 기본이 아니지만! ㅡ ‘당근마켓’은 2020년 8월, 월간 사용자 수 1000만명을 뛰어넘으며 기본 어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았다(배달의 민족 1천318만명, 유튜브 3천915만명 각각 출처 닐슨리서치,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되면서 “새로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다들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으며, 복고 열풍으로 옛 물건들에 대한 가치가 상승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고,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계란 등 대량 구매할 수 밖에 없는 물품들을 나누어 쓸 필요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생산품들의 정보에 지쳐 마침 중고로 나온 물건으로 선택지를 줄여 피곤함으로부터 달아나기도 한다.


체감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인 소비자심리지수나 경제심리지수는 줄곧 100 근처를 멤돌았다. 100이하로 떨어지면 과거 대비 각 심리가 위축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2013년 이전에는 80선을 터치한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 50 ~ 80선을 멤돌고 있는 것이 비교적 저렴한 중고상품에 주목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시대적 흐름이 중고 시장의 성장을 지지하고 있다.


토끼와 당근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따지고 보자면 사실 당근은 토끼의 주식이 아닌 건초다. 당근’마켓’의 앱 분류는 ‘쇼핑’이 아닌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재밌는 사실이 이 앞에 있다. 피상적인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이 모습들은 사람들이 해당 개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토끼와 당근의 연결성은 익숙한 애니메이션들이 줄곧 그렇게 표현해왔기 때문이며, 당근마켓이 앱 분류를 변경한 것은 사용자가 어플리케이션의 성격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당근마켓.jpg
출처 당근마켓

 

 

기존 모바일 중고거래 시장과 당근마켓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것은 당장 슬리퍼를 끌고 나가 처리할 수 있는 매매, 김장철이면 손 큰 집에서 넘치게 담아버린 김장김치를, 생선철이면 갓 잡아올린 제철생선을 나누고, 바퀴벌레를 잡아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등 5분대기조 인력사무소 기능까지 겸비했다. 옆집사람들과 다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서는 10번 중 1번은 같은 사람과 재거래로 집계된다. 어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될수록 동네 사람들끼리 집결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사회적 성격이 차별점을 만들어 고전 중고 거래 어플보다 두드러진 성장을 안겼다.


*


유럽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꼭 꼽아주는 곳 중 하나가 각 마을 별로 형성되어 있는 플리마켓(flea market)이다. 골동품,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협의의 벼룩시장이 아닌,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도 흔히 판매하는 3일장, 5일장과 같은 개념이다. 심지어는 물물교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외국으로 떠났으나, 지역공동체의 모습을 관람한다. 허구한 날 미디어에서, 책에서, 취업 전선에서 강조하고, 청춘에게, 노년에게도 강조하는 세계화와 대척점에 세웠던 지역시장이 과연 정 반대의 지점에 해당하냐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장점을 모두 안고 갈 수 없냐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하나로 사람들이 엮이는 것은 참 기묘하다. 글로벌 K-(   )를 추구하는 한국에서도 지역화가 이루어진다. 지역 간 이동이 잦아지면서 이사떡 문화가 사라지고 있으며, 고독사가 문제점으로 인식되었다. 노인고독사에서 청년고독사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며 단절이라는 단어를 제하고는 2000년대를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연이 인간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다각화이지 않을까.

 

직접 접촉을 권장하는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소속감을 익명의 사람들과 공유하며, “이 코로나 시국에 강아지 산책은 언제 시키면 좋다”라던가, 혼자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공유한다던가, “새로 생긴 비건 음식점이 괜찮다”라던가 하는 식의 소소한 대화가 생겨났다. ‘고독’을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있다. 한국식 플리마켓으로, 또 마을회괸으로 확장된 중고 거래로부터.

 

 

slowfood.jpg
slowfood

 

 

바니바니게임을 즐겼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이름 혹은 별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신의 왼쪽,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된다. 처음보는 사람을 마주할 때에 단 한가지의 정보가 생각보다 큰 보증이 된다. 통성명은 어쩐지 일회성 만남에서의 무용성과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신 그 사람의 직장 혹은 거주지가 이 만남의 장소 근처라는 것이 주어진다. 만약 상대의 이름이 내가 가진 전부라고 한다면, 단 한 번 마주할 사람들끼리 서로 나눌 수 있는 대화가 과연 무엇일까? 최소한의 정보로 ‘지역’이 채택되었다는 우연 혹은 필연이다. 바로 옆에 사는 사람들과 접촉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고독’은 줄어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I google it, 구글은 그런 존재다. ‘검색하다’의 의미의 serach보다 더 빈번하게 ‘구글하다’라는 동사가 쓰인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당신은 “혹시.. 당근….?”이라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음식점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의 휴대폰에서 “당근!”이라는 알림이 울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당근한다’는 말로 당신의 주변에 푸근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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