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기만의 마음'이 필요하다. [사람]

'획일성의 권태'를 벗어나고자
글 입력 2020.09.2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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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반 정도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있어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을 일은 없다.

 

문제는 ‘자기만의 방’이 부재한다는 것인데, 타인에게 침투당하지 않는 안정성과 개별성의 기반이 될만한 나만의 공간이 없는 건 마음 편히 공상을 즐길 여유뿐만 아니라 고독하거나 우울한 감각마저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얘기와 같다.

 

내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느낄 기회가 마땅치 않으니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내 안팎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감각의 촉수가 공회전하는 자동차의 연료처럼 소모되어 예민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고 들으며 생각 역시 비슷해질 여지가 많은 환경에서, 나의 내면으로부터 생산력을 끌어내 단체 생활에서 오는 통일성으로의 매몰을 벗어나려고 한다.

 

 

 

'획일성의 권태'를 벗어나고자


 

나에게는 문학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가 내면의 생산력을 추동한다. 물론 전부터 글을 쓰고 책을 읽어왔지만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것들의 의미가 점점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문학이 툭 던져주면서 새로운 가치들과 조우하고,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넓어진다는 실감을 받는다.

 

그 과정은 생각으로 그치기도 하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글쓰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물러나게 한다기보다는 내가 스트레스에서 물러나 좀 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나’와 ‘스트레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오히려 건강한 스트레스를 형성하여 내면의 촉을 벼리게 만들기도 한다. 나를 갱신하게끔 만드는 문학과 글쓰기를 놓지 않고 ‘자기만의 정신’을 찾으면서 단체생활이 주는 획일성의 권태에 틈을 만든다.


이곳의 사람들과 종종 ‘온전한 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준다. 나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역시 자기를 지키며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개별성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 고민하고 아픔을 겪는 게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되새기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만드는 것에 자극을 받는다.

 

힘내서 움직일 각성제인 ‘스팀팩’을 처방받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매번 스팀팩으로 버티기엔 체력과 마음이 금방 지쳐버릴 수 있으니 이는 가끔이면 족하다.

 

 

 

시간을 잠시나마 떨쳐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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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먼저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아직 깨지 않은 시간에(다행히 다른 사람들의 기상 시간은 대체로 늦은 편이다) 눈을 뜬다. 내 침대 바로 옆에는 볕이 드는 통창이 있는데, 그 앞으로 의자를 끌고 와서 블라인드를 올리고 책들이 담겨있는 상자를(당연히 남의 책은 아니다) 발 받침 삼는다. 계절을 안고 있는 햇볕은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착실하게 창가를 덥히는 중이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아지랑이 속에 앉아 상자에서 책을 꺼내 이어서 읽거나 가만한 마음으로 밖을 바라본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에서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동시에 부푼다. 이 적요의 시간은 어느새 일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의식이 됐다.

 

공간은 시간이 배제된 장소라고 하는데, 모두가 잘 때 창가 앞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느낌이어서 짧은 순간 동안 그곳이 나에게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곧 여러 사람의 움직임과 말소리로 채워질 공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공간과 적막을 내 마음이 닿는 대로 부유할 수 있다.

 

나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밖의 풍경은 온전해 보인다. 시간을 생각하지 않으니 쫓길 것도 불안할 일도 사라지는 기분이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이 집에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불행의 원인 하나를 추가하자면 수치화된 시간을 매번 확인해야 하는 현대인의 숙명이 될 수 있겠다. 시간에 대한 인식을 잠깐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분명 스트레스는 덜하게 된다.

 

이마저도 ‘잠깐’이라는 시간의 개념이 틈입하지만 시간 없는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그 잠깐에 시간과 시간 아닌 것의 가치 모두가 들어있다. ‘자기만의 마음’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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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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